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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앞으로 2주 안에 제약 산업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다음주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큰 발표를 하겠다며 자국 내 생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미국에 제약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 승인 시간을 단축하도록 규제기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K-바이오의 불확실성이 커졌단 우려가 나온다.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92억6700만달러(약 12조8500억원)로 전년 대비 22.7% 늘었다.이 중 미국 수출액이 14억9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로 가장 많다.전체의 16.1%에 해당하는 비중이다.미국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국내 의약품 최대 수출국 지위를 지켰다.
이와 관련해 이병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혁신기획단장은 "지난해 국내 보건산업 수출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 후 회복세를 유지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산업별로 의약품과 화장품에서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이어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대외적인 무역 환경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현지 재고 물량 확충과 생산시설 투자 검토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아직 미국의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미국의 머크(MSD)와 일라이릴리,스위스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는 잇따라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선 바이오의약품 CDMO 선두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대표기업 셀트리온,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 등이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단 분석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수 글로벌 빅파마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셀트리온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조수훈 도박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승연,박혜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의약품 관세를 통해 생산기지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미국 복귀)을 목표로 한다"며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또 "최근 빅파마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발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가격 인상이 어려운 제네릭(복제약) 제약사의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로 일부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케미컬의약품(합성의약품)은 중국과 인도 중심으로 생산돼 미국에 수입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다"며 "바이오의약품은 다수 국내 기업이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거나 미국 고객에 공급하기 때문에 연관성은 있지만,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환자 생명과 관련이 깊고,미국 정부에서도 약가 인하 의지가 강해 관세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의약품 관세란 불확실성 자체를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바이오의약품 CDMO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우선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충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우리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산업계와 정부가 협력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리 정부는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필요하지 않단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오히려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약품을 포함해 의료기기·화장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범정부 통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의약품 품목관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우리 업계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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