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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헌법재판관 출신 보수적 법조인
그의 소신은 인권위 기존 입장과 달라
인권감수성·전문성 놓고 의심 눈초리 안창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012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창호(67·사법연수원 14기) 후보자가 과거 보여준 보수 행적을 두고,인권 최후 보루의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사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검사 출신인 그는 헌법재판관 시절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대체복무를 반대했으며,재판관에서 물러난 이후엔 차별금지법 제정에 명백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며 내홍을 겪고 있는 인권위의 우경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자는 검사 시절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서울중앙지검 2차장(공안 사건 총괄),대검 형사부장,하정우 야구광주·서울고검장을 역임했고,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2018년 헌재를 나와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2022년 5월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 후보자는 대체복무제,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냈다.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그는 "대체복무는 병역의무 범주에 포섭할 수 없다"면서 "대체복무제는 병역기피자의 급증을 초래하고 군 전투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퇴임 후인 202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차별금지법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제약한다"면서 "역차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의 이런 보수적 관점이 인권위가 줄곧 지켜왔던 입장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인권위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고,이후에도 수차례 빠른 입법화를 촉구했다.또 인권위는 2018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판결을 할 때 환영 성명을 내는 등 대체복무제를 수용하자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안 후보자 내정 이후 성명을 통해 "인권 입장과 반대되는 활동을 해 온 후보자가 인권위 수장이 될 의지가 있는지 먼저 자기 삶을 돌아보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기능 약화되진 않을까" 우려도
인권위 안에선 현병철 전 위원장(2008~2015년 재임) 시절을 떠올리며,하정우 야구인권위가 인권의 최고 수호자로서의 권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현 전 위원장은 재임 당시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르는 등 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고,용산참사 문제를 안건에 올리려는 시도를 저지했다는 의혹도 받았다.이를 보다 못한 인권위 직원들이 일간지에 위원장 퇴진을 촉구하는 의견광고까지 실었다.한 인권위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인권위에) 보수적 관점을 주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권고 기능밖에 없는 인권위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려는 노력과 그에 기반한 도덕적 권위 덕분이었는데,이젠 그 권위가 망가질 수도 있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밖에서도 걱정은 크다.3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전날(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하자 긴급성명을 내고 안 후보자의 내정을 규탄했다.
자신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안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관으로서 경제·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견을 가장 많이 냈다"며 인권 상황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임을 약속했다.또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선 "먼저 사회적 합의가 있는 장애인이나 여성 차별에 대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이에 대해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사회적 합의가 없는 인권은 유예한다는 말로 들린다"면서 "인권에서 순서와 중요도를 매기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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