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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재판 미뤘지만 사법부 '대선 개입' 논란 여진
신중함 보여주지 못한 행보,'정치적 판단자' 오해
내부에서도 논쟁…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주목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압박과 공세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과 이번 논란이 사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시선이 엇갈린다.법원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이번 사안은 사법부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李재판 미뤘지만 사법부 '대선 개입' 논란 여진지난 7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했지만,민주당은 '사법부 개혁론'을 대선 화두로 끌어가겠다며 으름장을 놨다.법원 내부는 대법원 파기환송심 판결과 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움직임으로 분주했다.재판 과정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청구도 2만7천여 건이 쌓였다.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도 잇따랐다.
대법원발(發) '대선 개입' 논란의 파장이 그만큼 컸던 셈이다.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가장 예민한 사건을 이례적으로 처리한 게 시초였다.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지난달 22일 주심 배당을 했다.조 대법원장은 사건을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과 24일 두 차례 합의기일을 열었다.사흘 만에 두 차례 기일을 진행한 뒤 전합 회부 9일 만에 선고를 내리는 전례가 없는 '속도전'이었다.선고는 TV로 생중계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1심 선고에 2년 2개월,2심에 4개월이 걸렸고 1심은 유죄,2심은 무죄로 극명하게 엇갈린 사건을 대법원은 34일 만에 매듭 지었다.물론 1심과 2심에서 충분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상고심은 법률 적용이 맞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란 점에서 충분히 결론을 내는 게 가능했단 것이 법원 입장이지만,의심의 시선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서울고법 역시 사건 배당과 공판기일 지정,소환장 발송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해 대법원의 속도전을 이어가는 양상이었다.이후 법원 안팎에서 논란은 거세졌고 이 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을 이유로 공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자,서울고법 재판부는 신청 약 1시간 만에 받아들여 연기 결정을 내렸다.
결국 대법원 및 서울고법의 속도전과 선거 기간 중 공판기일 지정,순식간의 기일 변경 등 일련의 과정들에 있어 '신중함'을 보여주지 못한 게 논란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만큼 사법부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관 2명(이흥구·오경미)은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내세워 유례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이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당사자와 국민의 시선 속에 비치는 법원의 공정성,토토 발레 엘에이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어느 만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판단자,역사적 심판자 안 된다' 했지만…내부 머리 맞댈까 
법조계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입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가능한 한 개입을 자제하고,헌법이나 법률 해석에서 최대한 절제된 태도를 취하는 '사법소극주의'가 필요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권자의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헌법기관이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이례적 행보를 취할 경우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선거법 사건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빠르게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박도 있다.대선 이후 선고한다면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었단 전망이다.다만 그렇다면 대법원이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확고한 설득력을 갖춘 의견과 설명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대법관 사이에선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았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판결 배경을 설명하는 대법원의 보도자료는 초고속 선고를 정당화하는 내용만 담겼다.
무엇보다 조 대법원장은 과거 대법관 시절 "법관이 정치적 판단자나 역사적 심판자로 자처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내놓기도 했다.원칙을 내세우며 이번 사건 선고에 임했지만,결론적으로 정치적 판단자나 역사적 심판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모양새가 됐다.
이번 사태가 던져준 과제들은 결국 사법부의 몫이 됐다.민주당이 공세 수위를 과도하게 높이는 상황에서 헌법에서 정한 재판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으로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결국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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