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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햄’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구설에 오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외식산업 등을 추진했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딜레마’에 빠졌다.
백 대표를 향한 여론을 의식해 사업을 중단·보류하거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백 대표 영입을 위해 혈세를 지출한 일부 지자체는‘특혜 의혹’까지 받으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경북 안동시는 오는 9월 열리는 국제탈춤페스티벌과 관련해 더본코리아와 5억원 규모의 홍보대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재검토하고 있다.이 계약은 안동시와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8월 체결한 지역상생 활성화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으로 내년까지 유효하다.
안동시는 지난해 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백 대표와 손잡았다.시는 당시에도 행사비용 등의 명목으로 5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백 대표가 최근 여론의‘뭇매’를 맞자 안동시도 덩달아‘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당시 축제에서‘고등어김밥‘안동참마돼지육전버거’등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먹거리를 더본코리아가 개발,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역대 최다 수준의 관광객 유치해서다.이 축제를 다녀간 관람객은 148만여명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상황이라 더본코리아 측을 무작정‘손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지켜본 뒤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과 상주시는 지난 2023년 더본코리아와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보류 중이다.
특히 울진군은 안동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5억원을 들여 지역 음식을 개발하고 이와 연계한 축제를 기획했으나,백 대표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해당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충북 음성군도 백 대표와 함께 음식 크리에이터 등을 양성하려던 사업을 접었다.
백 대표와 관련된 논란 초창기부터 백 대표와 변함없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충남 예산군도 한발 물러섰다.예산군은 백 대표와 함께 예산(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 가도를 달려온 지자체다.
예산군 관계자는 “행사 운영 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한 상황이지만,논란의 심각성을 고려해 축제 진행 여부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백 대표가 직접 홍보했던 충남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과 금산세계인삼축제 등도 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계약 관계가 얽히고설킨 지자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 110억원 규모 공모사업에 선정된 전남 강진군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진군은 더본코리아와 협약을 맺고‘남도 맛 1번지 강진음식타운 조성’을 신청해 선정됐다.이 사업의 경우 지자체 단독으로 협약을 해지할 수 없다.
강진군 관계자는 “공모사업 취지가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해 인구소멸을 극복하자는 것이어서 더본코리아를 제외하고 지자체 혼자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더본코리아와 협의해 사업 추진 방향 및 시기를 다시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도 백 대표와 함께‘제2의 예산시장’을 목표로 추진해 온‘먹거리 관광산업 육성’프로젝트를 기존 계획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더본코리아와 함께 공모를 통해 기획한 사업이라 당장은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전남 장성군은 총 25억원을 투입해 건립 중인‘더본외식산업개발원 장성센터’와 관련해 고심에 빠졌다.이 개발원은 오는 7월 완공되면 더본코리아가 운영을 맡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과 외식업 컨설팅,미국 파워볼 구매외식 사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었다.장성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전북 남원 춘향제는‘백종원 리스크’를 안고 강행됐다.남원시가 더본코리아에 지급한 용역비는 5억5000만원이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국민신문고 등에 백 대표의 춘향제 참여를 재고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 강원 인제군은 올해 축제부터 백 대표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지난해 백 대표와 함께 개최한‘캠프레이크 페스티벌’대신 오는 7~8월 자체적으로 여름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인제군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백 대표와 같이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전북 군산시는 70억원을 들인 외식산업개발원이 더본코리아 전용 공간으로 조성됐다는‘특혜’논란에 휘말렸다.더본코리아 요구에 따라 건물 설계를 변경하고 조리 집기에도 더본 로고를 새기는 등 공공시설임에도 사적 용도로 꾸려졌다는 지적이다.완공 이후 더본코리아가 연간 3000만원의 사용료만 내고 단독 운영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설경민 군산시의원은 “군산시는 더본코리아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이미 시설을 조성하고 사용 허가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더본코리아가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거나,취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경남 통영시도 올해 2회째를 맞는 통영어부장터 축제 예산 12억2200만원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을 최근 확정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지난해 예산(6억원)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데다 70%인 8억5000만원이 더본코리아에 지급하는 용역비기 때문이다.이에 통영시는 “지난해 더본코리아와 협업한 탓에 그 기준으로 밑그림을 그린 것”이라며 “주관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더본코리아와 수의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더본코리아와 협력하고 있는 전국 14개 지자체장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각 지자체는 지방소멸 문제와) 절박하게 싸우고 있다.지역의 진심 어린 노력을 외면하지 말고 편견과 단정 없이 바라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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