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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암 진단과 치료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방사선 동위원소와 면역 항체를 결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신기술이 개발된 것이다.이 혁신 기술의 주역은 두 사람이었는데,포커 ante 뜻그중에 한 명은 한국인이었다.MD앤더슨병원 암센터 종신교수로,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김의신 교수가 바로 그다.

지난 4월 3일 '주간조선'과 만난 김 교수는 "요즘은 암 진단과 치료에서 방사선 동위원소 면역 치료가 매우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50년 전엔 '하나의 꿈'이었다"며 "세계적 면역학자인 데이비드 골든버그 교수와 내가 세계 최초로 방사선 면역학적 암 진단과 치료 기법을 개발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방사선 면역학(Radioimmunotherapy)'은 이때 김 교수가 만든 학술 용어다.

올해 82세인 김 교수는 요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평생 쌓은 암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 있다.한국에서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과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분자의학과 핵의학을 강의하고 있다.김 교수를 만난 이유는,부동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세계적 암 전문가에게 물어보기 위해서였다.또 암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과 대처 방법은 선진국에 비해 무엇이 다른지도 궁금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예방의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김 교수는 자신이 미국에 간 첫 번째 이유를 "지방 고교(전주고) 출신은 서울대 교수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그의 첫 유학생활은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시작됐다.그는 이곳에서 2년간 내과에서 연수한 후 방사선의학,핵의학,면역학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했다.김 교수의 회고다.

"그 무렵에 CT(컴퓨터단층촬영) 기술이 처음 나왔다.이 혁신 기술을 꼭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미네소타대학에 가서 방사선의학을 공부했고,이후 워싱턴대학에서 핵의학을 연구했다.그다음에 면역학도 공부해 골든버그 교수와 함께 3년간 치열하게 연구한 끝에 방사선 면역 진단·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일로 인해 김 교수는 날개를 달았다.MD앤더슨병원에 스카우트되어 39세에 종신교수가 되었고 이후 32년간 종신교수로 재직하며 세계적 암 의학자로서 입지를 굳힌 것이다.또한 2년에 한 번 선정하는 '미국 최고의 의사'에 11차례나 선정됐다.



암을 찾아내 죽이는 동위원소

방사선 면역 진단·치료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기법으로,특히 암 진단과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김 교수의 설명이다.

"방사선 면역 진단은 암에서 나오는 특이적인 물질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결합한 후,슬롯나라 kr2방출되는 방사선 반응을 사진으로 찍어 질병을 진단하는 기법이다.방사선 동위원소의 양을 늘려 암은 물론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예로,방사선 동위원소가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기전을 쉽게 설명해줬다.갑상선 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발생한다.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갑상선 호르몬 양을 측정해야 하는데,호르몬을 직접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갑상선 호르몬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원소인 요오드(iodine) 동위원소(요오드-131)의 반응을 통해 갑상선 호르몬의 양을 측정한다.요오드-131이 방출하는 베타선과 감마선을 카메라로 포착해 갑상선 기능의 항진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요오드-131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암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김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갑상선의 기능이 항진되어 있으면 요오드-131을 많이 넣어준다.그러면 요오드-131에서 방사선이 많이 나와 갑상선 세포 기능을 떨어뜨린다.지금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방사선으로 치료한다.같은 원리를 이용해 갑상선암 치료에도 사용한다."

전립선암 등 여러 암 치료에도 방사선 동위원소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항체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여 항원을 찾아가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그 원리를 쉽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암은 항원을 가지고 있다.항원은 문제를 일으키는 '범인'이다.우리 몸에 항원이 생기면 '경찰관'인 항체가 항원을 찾아가 공격한다.그러나 암의 힘이 너무 세면 항체도 손을 쓸 수가 없다.이럴 경우 인위적으로 항체를 만들고,이 항체에 신무기를 붙인다.신무기 중 하나가 동위원소다.동위원소를 많이 넣어주면 동위원소가 암을 직접 공격해 암 사멸을 이끈다.

김 교수는 암 진단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를 환자에게 처음 사용했다.PET는 양전자(전자의 반입자)를 포도당에 붙여 환자의 몸에 주입하고,이 양전자가 전자를 만나 방출하는 감마선을 포착해 암을 찾아내는 기법으로,신체의 어떤 부위에 암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세계에서 방사선과가 가장 큰 워싱턴대학에서 펠로(전임의)로 있을 때 물리학자 마이클 터포고시안(Michel Ter-Pogossian) 교수가 PET 스캐너를 처음 만들었다.그의 선구적인 연구 덕분에 오늘날 PET 스캐너가 암 진단,뇌 연구 및 기타 의료 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내가 세계에서 최초로 PET 스캐너를 환자 임상시험에 사용한 것 또한 영광스러운 일이다."

암은 유전자병이자 전신 질환

김 교수는 내분비계열 암인 갑상선암,췌장암,전립선암,신경내분비암을 주로 본다.우리나라는 암종별로 전문의사가 나눠져 있다.그는 "미국도 한국처럼 신체기관별로 각 과가 다 있어 의사들은 전공하지 않은 기관들에 발생한 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그러나 우리 몸의 내분비기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분비 계열의 암들을 함께 연구하고 진료해왔다"라고 말했다.

세계적 암 의학자는 암은 무엇이라고 정의할까.김 교수는 "암은 유전자병 또는 전신 질환이다"라고 간명하게 말했다.그 이유는 이렇다.

"모든 암은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생긴다.그래서 유전자병이라고 말하는 거다.유전자 변이의 20%가량은 부모에게서 잘못된 유전 인자를 물려받아 발생한다.나머지 80%의 유전자 변이는 스트레스,환경과 음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또한 암은 전신 질환이다.암은 특정 부위에만 발생하는 국소병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유전자 변이는 특정 부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신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전신 질환이라고 봐야 한다."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김 교수는 첫 번째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김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면역을 억제하는 세포들을 많이 만들고 면역 T세포를 줄여 면역 체계를 망가뜨린다.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등이 분비되어 암세포 증식을 촉진한다.또한 스트레스는 활성산소를 많이 생성하고,이 활성산소가 DNA를 손상시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스트레스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위염이나 위 궤양이 생기고 여기에 헬리코박터균이 번식하면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 식도암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재벌들이 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

김 교수는 MD앤더슨병원 암센터 진단 분야 책임자로 있을 때 삼성,현대,LG 등 등 국내 대표적인 그룹 회장들의 암 진료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이들은 대개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MD앤더슨병원을 찾아왔는데,김 교수는 이들의 암을 직접 진단하고 치료 방향 설정을 도왔다.김 교수는 "당시에 만난 한국 재벌들이 암에 걸린 이유도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경영 부실로 잠을 못 자는 이도 있었고 회사 승계 문제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어 열흘간 음식을 입에 못댄 이도 있었다.극심한 스트레스가 우리 몸을 엄청나게 손상시키는데,그들을 보면서 암에 안 걸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은 생각이 경직되어 있고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미국 재벌들은 평소에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것도 많고 생각이 유연하다.근데 한국 재벌들은 책 읽는 것을 못 봤다.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이 병적이다.미국 재벌들은 높은 자리에 갈수록 다른 사람한테 다 맡겨 자기는 중요한 결정을 한두 개만 한다.한국 재벌들은 남을 못 믿고 자기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바쁜가.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아 암에도 잘 걸리는 것이다."

흡연,과음도 만성염증을 일으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과식과 운동 부족은 복부 지방세포를 증가시키고,이로 인해 발생한 비만도 만성염증을 가져와 암을 유발한다.또한 비만은 인슐린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몬까지 증가시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

김 교수는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지방이 잔뜩 낀 육류는 만성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DNA를 손상시키고 담즙산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장내 미생물 환경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췌장암과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미세먼지 같은 환경오염도 암 유발 인자다.

김 교수는 "암은 유전자병이자 전신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또한 암의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은 국소 치료만 하면 되는 줄 안다.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암을 잘라버리거나 태워버리면 암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국소 치료만으로 전신 질환을 물리칠 수 없다.약 20년 전부터 암 치료 방향이 확 달라졌다.미국에서는 나쁜 암은 될 수 있으면 수술을 안 하려고 한다.요새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로 필요한 부위만 들어내고 근본 치료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호르몬 치료를 한다.약물을 먼저 사용하기도 한다.서양 사람들에게 '우선 약으로 치료합시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동의한다.그래서 약을 사용해 전신을 돌아다니는 세포를 죽인 뒤 한두 달 후에 남아 있는 암을 싹 들어낸다.그러나 한국 사람에게 똑같이 설명하면 그때부터 잠을 못 자고 고민하다가 다른 병원에 가서 수술로 암을 떼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가장 근본적인 암 치료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김 교수의 주장 또한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술이 만능이다'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읽혔다.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1기에 조기 진단을 하면 수술도 쉽고 항암제도 잘 듣는다.암은 매일매일 악질로 변한다.1㎝ 크기의 암에는 암 세포가 10억개나 있다.더구나 우리가 치료하려고 하면 암은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변한다.마치 바이러스처럼.그러니까 변화무상하게 변하지 않고 작은 부위에만 머물러 있을 때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암을 만성질환처럼 생각하라

김 교수는 이미 진행된 암은 완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암의 본질을 인간의 '죄성'(罪性)까지 동원해 설명을 이어갔다."암을 완치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람을 바꿀 수 없는 것도 똑같다.죄인을 교도소에 보내고 별짓을 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쁜 마음,즉 죄성 때문이다.성직자들도 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똑같다.그래서 암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정지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암을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죽을 때까지 암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암도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치료,관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길게 옮겨본다.

"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낙심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완치가 안 되는 만성질환쯤으로 생각한다.따라서 암에 걸리면 전문가의 말을 잘 듣고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장기간에 걸쳐 약물치료를 잘 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잘 먹고 잘 마셔야 체력이 유지된다.암 치료는 잘못된 단백질을 때려부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암 환자는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잘 보충해야 한다.내가 미국에서 만난 한국 암 환자들은 암에 걸리면 채소만 먹고 단백질을 안 먹어 빈혈이 많이 왔다.빈혈이 오면 암을 치료하는 약도 잘 듣지 않는다.또한 백혈구 수가 줄어들어 면역력이 저하되고 혈소판 수가 감소하면 뇌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단백질 중에서 닭가슴살 같은 지방이 적은 육류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그리고 생선의 단백질이 좋다고 했다.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지방이 많이 포함된 육류는 권하지 않는다.채소나 버섯도 꾸준히 섭취해 체중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육체는 마음의 하인"이라며 "긍정적 사고를 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필수다"라고 강조했다.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약을 먹어도 장이 이를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마음이 편해야 한다.특히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억울해한다.자기가 죽을 고생해서 이렇게 일궜는데 써보지도 못하고 죽게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마음이 이렇게 불안하다면 치료가 잘될 수가 없다."

암에 걸렸을 때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그래야 식욕도 더 생기고 스트레스도 준다.또한 수술은 반드시 제2의 의견을 물어보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한국에는 불필요한 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세계적인 암 학자의 건강 유지법은 무엇일까.기본은 걷기다.걸으면 자연스럽게 유산소운동이 되고 다리 근육도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김 교수는 "나는 병원에서도 가급적이면 걷는다.골프를 칠 때도 카트를 안 타고 걸어다닌다"라며 걷기의 생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음식의 경우,가난했던 어린 시절 군산에서 먹었던 식단을 가급적이면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우리는 6·25전쟁을 거치며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육류는 생일 때나 먹었고 주로 생선에 채소,보리밥,상추쌈,된장찌개가 주식이었다.돌이켜보면 그게 최고의 건강식단이었다.요즘도 기름진 고기와 튀긴 음식과 가공식품을 피하고 균형 있게 음식을 섭취하려고 한다."

김 교수는,국내 지인이 암에 걸려 시급한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 어떤 의사를 추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국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종양 전문 내과,외과 또는 방사선과 의사를 찾아가서 상의를 해라.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에는 병원 한 곳을 더 방문해 제2의 의견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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