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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난 음식 평론가를 꼽으라면 나는 LA 타임즈의 수석 음식 평론가였던 조너선 골드를 꼽는다.그는 음식 평론가로서는 최초로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LA 출신답게 골드는 주류 음식보다 이민자들의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특히 그가 101곳의 음식점을 선정해 LA 타임즈를 통해 공개했던‘조너선 골드의 101(Jonathan Gold’s 101)’은 LA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였다.

골드의 101 목록에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다수의 한국 음식점도 포함되었다.그는 특히 간장게장을 좋아했다.코리아타운에 있는‘소반’이라는 음식점을 101에 선정하면서 간장게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소반이 직접 만든 순한 간장에 절인 부드럽고 끈적한 생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짠맛과 감칠맛의 달콤한 충격을 선사한다.이것은 코리아타운을 방문할 가장 좋은 이유가 된다.”

‘게 킬러’개그맨 윤택,강레오 셰프도 인정
비단 세계적인 음식 평론가의 입맛만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간장게장은 진작부터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맛의 한국음식으로 인정받았다.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에게 진작부터 버킷리스트 1순위에 올랐고,미국과 유럽의 고급 한식 전문점에서 인기 메뉴가 된 지도 오래다.한국산 꽃게를 구하지 못할 때는 대서양에서 잡히는 블루 크랩을 사용할 정도다.

다른 음식과 달리 간장게장은 모방이 어렵고 진입장벽이 높다.한국산 양조간장과 서해산 꽃게가 만나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그렇다.우리에겐 세계 최고 품질의 꽃게가 서식하는 서해가 있다.

흔히들 봄에는 알이 꽉 찬 암꽃게가,가을에는 살이 오른 수꽃게가 맛있다고들 한다.하지만 꽃게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하다.암수 구분 없이 싱싱한 꽃게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실제 꽃게는 사시사철 아무 때나 잡을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깊은 바다에서 겨울잠을 자고,산란기인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금어기로 지정돼 있다.따라서 일 년 중 살아있는 꽃게를 맛볼 수 있는 시기는 봄(4월~6월 중순)과 가을(8월 중순~11월)을 합쳐 6개월 남짓이다.

봄이건 가을이건 꽃게 철이 되면 나는 무조건 산지 어항을 찾는다.아무리 빠르고 신선하게 유통된다 한들,소비지까지 이동한 꽃게는 산지의 꽃게 맛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꽃게가 어획되고 거래되는 곳은 연평도 일대를 포함하는 인천 해역이고,그 다음이 태안반도 해역이다.

꽃게 애호가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었고 나 역시 그랬다.그런데 3년 전 나의 발길을 단번에 붙잡은 곳이 있다.바로 전라남도 진도군 끝자락에 있는 서망항이다.서망항에서 삶은 꽃게를 한 입 베어 문 순간,나는 그 달콤함과 고소함에 탄성을 질렀다.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동행했던 자칭‘게 킬러’라는 개그맨 윤택과 식재료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레오 셰프도 같은 생각이었다.우리 셋은 그날 질릴 때까지 꽃게를 먹었다.

생 꽃게,1년 중 봄·가을에만 맛볼 수 있어
그 후 꽃게 철이 되면 일부러 멀고 먼 진도군을 찾는다.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망항 꽃게가 왜 맛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첫 번째는 조업 구역이다.서망항에서 유통되는 꽃게는 대부분 진도군 남서쪽에는 있는 조도면 일대 해역에서 잡는다.조도면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거느린 면이다.무려 177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어 새떼처럼 섬이 많다는 뜻에서 조도(鳥島)라 풀이할 정도다.단순히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풍광이 아름답고 청정하기로 유명하다.꽃게 무리가 서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바다 속 환경이다.꽃게는 펄과 모래가 섞인 바닥을 좋아한다.조도 일대가 이러한 조건을 정확히 충족한다.하지만 진도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조도 인근 해역을 꽃게 서식의 이상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해 2004년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고 지속적인 꽃게 치어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다.이러한 사업은 더디지만 조금씩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꽃게는 의외로 빠르고 멀리 헤엄친다.겨울에는 멀고 깊은 바다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서해의 수온이 오르면 이상적인 장소를 찾아와 머무는 회유성 갑각류다.때문에 서해를 찾는 꽃게 무리 사이에서 조도 해역은 21세기에 들어 부동산 명당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이유는 조업 방식이다.꽃게잡이는 그물을 사용하는 닻자망과 안강망 그리고 통발을 이용한다.연평도와 태안반도의 경우는 닻자망과 안강망이 주를 이루지만,서망항은 대부분 통발을 이용해 꽃게를 잡는다.심지어 조업하는 바다에서 항구까지 거리도 상대적으로 가깝다.따라서 꽃게가 어획된 후 스트레스를 최소로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맘때 진도 서망항을 가면 최고의 봄 꽃게를 만날 수 있다.알이 얼마나 찼는지 수율이 얼마인지 꼼꼼히 따지거나 상인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다‘서망항’이라는 지명 자체가 곧 브랜드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믿고 거래하셔도 된다.팁을 드리자면,생 꽃게 구매 전에 서망항 인근 꽃게 전문점에서 반드시 꽃게찜,꽃게탕,꽃게무침을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한다.무릇 어떤 음식이든 산지에서 먹을 때 그 진가를 실감할 수 있다.그 맛을 알고 나면,당신에게 매년 5월은 진도군을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음식의 탄생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것에 관심 많은 맛칼럼니스트다.현재 사단법인 부산로컬푸드랩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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