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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남아시아의 앙숙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이 새로운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지난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Pahalgam)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 대응하여,인도는 5월 7일 '신두르작전'을 감행하며 파키스탄 영토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인도가 국경 너머 지역으로 공격을 가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파키스탄은 인도 전투기 격추와 국경지대 포격으로 맞대응했으며,양국은 각각 '인더스강조약'과 '심라협정'이라는 핵심적 평화 장치를 제거했다.이제 두 핵보유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현대사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간 대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다.1947년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제국이 분할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힌두교가 다수(약 80%)인 세속적 '인도 공화국'과 이슬람을 국교(96.3%)로 삼은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으로 분할되었고,두 국가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적대적이었다.국가 분할의 와중에 약 1500만명의 강제 이주민과 100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더욱이 산악지역인 카슈미르를 둘러싼 영토 분쟁은 수십 년 동안 갈등의 근원이 되었다.

독립 직후인 1947년과 1948년 사이 2개의 신생국은 '잠무·카슈미르(Jammu Kashmir)' 번왕국(藩王國·Indian princely state)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였다.당시 영국령 인도는 직할령과 번왕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대부분의 번왕국은 별 문제 없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뉘어 귀속되었다.그런데 잠무·카슈미르 번왕국의 군주는 힌두교도였지만,주민의 80%는 이슬람이었다.당연히 주민들은 카슈미르가 파키스탄에 귀속되기를 원했지만,당시 군주(마하라자·Maharaja)는 일방적으로 '인도 귀속'을 선언해 버렸다.이에 반발한 파키스탄 부족의 민병대가 침공했고,인도는 이들에 맞서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그 결과 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벌어졌다.그 이후에도 인도·파키스탄은 1965년에 카슈미르,그리고 1971년에는 방글라데시의 분리독립을 계기로 전면전을 치렀다.

냉전기간 동안 파키스탄은 서방과 동맹을 맺고,중국을 인도에 대항하기 위한 균형추로 삼았다.반면 인도는 소련과 밀착했다.인도보다 상대적 약소국으로서의 불안감에 사로잡힌 파키스탄의 군부 엘리트들은 비대칭 전략을 채택했다.군사적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하여 인도를 약화시키려는 방식이다.이에 따라 수십 년에 걸쳐 '라슈카레 타이바(LeT)'와 '자이쉬에 모하메드(JeM)' 같은 친(親)파키스탄 성향의 지하드 단체들이 뿌리를 내렸으며,이들은 파키스탄 보안기관·정보기관의 암묵적 지원을 받았다.



분쟁의 씨앗 카슈미르

1998년 양국의 핵실험 성공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었다.두 적대국의 핵보유 이후,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남아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표현했다.이는 양국의 갈등이 핵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범세계적 우려를 함축적으로 나타냈다.1999년,핵실험 이후 불과 1년 만에 파키스탄군이 사실상의 국경선이던 '통제선(LoC)'을 넘어 인도 영토인 카슈미르 지역의 카르길을 불법 점령하면서 양국 간에 격렬한 전면전이 벌어졌다.이는 양국이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에 최초로 발생한 무력충돌이었다.'카르길 전쟁'은 무력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을 부각시켰다.2001년 LeT와 JeM의 주도로 인도 의회에 대한 테러 공격이 감행되자,양측에서 100만명 이상의 병력이 동원되면서 전면전과 핵전쟁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그러나 당시 아프간에서 미국 주도로 진행되던 '글로벌 대테러전쟁'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면서,최악의 상황으로는 치닫지 않았다.

2008년에는 인도 뭄바이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하여 160명 이상이 살해되었다.LeT는 얼마 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그러자 인도에서 보복에 대한 요구가 다시 한번 고조되었다.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의 테러 행위에 대한 강력한 보복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일례로 2016년 JeM이 인도 영토인 카슈미르 북부의 우리(Uri) 지역에 주둔한 인도군 기지를 습격하자,이들을 겨냥한 '외과수술 공격'으로 대응했다.2019년 카슈미르에서 인도의 준군사 요원 40명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하자,발라코트(Balakot)에 대한 대대적 공습으로 응징했다.이처럼 인도는 파키스탄의 테러 공격에 갈수록 공세적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도덕적·외교적 지원"만을 제공하고 테러 공격에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인도는 파키스탄이 테러집단을 훈련·무기·자금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인도와 파키스탄은 양국 간 공식 대화 또는 외교 관계가 거의 중단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2003년 체결된 휴전협정 덕분에 그럭저럭 전선에서의 소강상태를 유지하며 전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처럼 위태위태한 평온은 지난 4월 22일 인도 영토에서 또다시 끔찍한 테러 공격이 발생하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테러 공격 응징 위한 인도 '신두르작전'

인도군은 지난 5월 7일 오전 1시28분(현지시간)에 '신두르작전(Operation Sindoor)'을 개시했다.이 작전은 지난 4월 22일 파할감에서 테러 공격으로 26명의 인도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다.파할감 테러는 LeT와 JeM의 소행으로 지목되었다.핵심은 파키스탄 영토와 파키스탄 점령 카슈미르(PoK)에 위치한 9개 테러집단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었다.'신두르'는 힌두교 문화에서 기혼 여성이 가르마에 바르는 진홍색 분말로,남편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이다.인도가 작전명을 신두르로 정한 것은 붉은색이 지닌 결의와 단호함,그리고 테러집단에 대한 강력한 보복 의지를 나타내려는 것이다.신두르작전은 2019년 발라코트 공습 이후에 인도군이 실시한 최대의 초국경 군사작전이다.1971년 이후 최초로 육·해·공 3군 합동작전이 실시되어 24발의 정밀유도 미사일(SCALP 등)이 25분간 발사되었다.주요 표적은 JeM 본부,LeT 훈련 캠프 등이었다.인도는 이들 시설을 2008년 뭄바이 테러와 2019년 풀와마(Pulwama) 테러를 기획한 거점으로 지목했다.이 공격으로 JeM 지도자 가족들을 포함한 80여명이 사망했고,훈련캠프·지휘센터·무기창고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다.

신두르작전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첫째,의도적인 '확전 불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인도는 1971년 이후 처음으로 LoC를 넘어 파키스탄 영토와 파키스탄 점령 지역에 위치한 목표물을 공격했다.하지만 물리적 파괴보다 심리적 압박에 방점을 두었다.둘째,선택적·비례적 정밀타격이다.레이더 회피 기술과 장거리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민간피해 최소화,국제법적 자위권 행사의 명분 마련,테러 인프라 약화 등을 동시에 노렸다.셋째,국내 여론의 결집용으로 '신두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이는 힌두 문화에서 보호와 단결의 상징이다.자국민에게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적 내러티브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파키스탄도 즉시 보복 공격을 감행해 LoC를 따라 인도군 진지를 포격하고,인도 전투기 5대(라팔 3대,수호이 Su-30 1대,미그-29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양측이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인도는 1960년 체결된 '인더스강조약(Indus Waters Treaty·IWT)' 중단시켰으며,파키스탄은 1972년 합의된 '심라협정(Simla Agreement)'을 폐지했다.특히 '심라협정'은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 서명된 평화조약으로,50여 년에 걸쳐 여러 차례의 중대한 위기와 갈등(1999년 국경충돌 등)을 견뎌냈지만,이번에 파키스탄은 이러한 '안전장치'를 제거함으로써 '현상 변경'을 시도하려는 공세적 의도를 드러냈다.

인도의 IWT 중단은 파키스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실존적 위협'이다.파키스탄에 인더스강은 '생명의 젖줄'인 동시에 '아킬레스건(腱)'이다.그래서 양국 간의 '물전쟁'은 '핵전쟁' 못지않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핵전쟁' 불러올 '물전쟁'

인더스강 시스템은 파키스탄 관개농업의 80%를 공급하는 동맥이다.파키스탄은 이 강물에 국내총생산(GDP)의 23%,노동력의 38%,농업의 90% 이상을 의존한다.1960년 IWT에 따라 파키스탄은 인더스강의 서쪽 지류(인더스·체나브·제룸)의 통제권과 연간 총 유량의 70%(약 990억㎥)를 할당받았지만,IWT가 중단되면 이 생명선이 끊길 판이다.파키스탄은 세계 최악의 '물부족' 국가 중 하나다.1947년 1인당 5600㎥였던 물공급량이,현재 1000㎥ 미만으로 급감했다.파키스탄 농부들은 "만약 물이 끊기면,모든 것이 사막으로 변할 것이고,우리는 굶어죽을 것"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한다.물공급이 단절되면 농업·전력(電力)을 넘어 국가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

물공급 중단은 파키스탄 인구(2억4000만명)의 식량·민생·경제안보에 직결되어 국가 불안정 가속화,극단주의 강화,나아가 테러활동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일종의 '느린 인종학살(slow genocide)'이지만,핵전쟁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나아가 물전쟁은 급속한 확전을 불러올 수 있다.일례로 파키스탄은 인도의 IWT 중단을 명백한 전쟁행위로 간주하며 국력의 모든 스펙트럼을 총동원하여 대응·보복할 것임을 공언한다.여기에는 핵사용 가능성도 포함된다.파키스탄의 핵사용 독트린은 특유의 '공세적 성격'으로 악명이 높다.핵무기의 '선제 불사용(no-first-use)' 원칙을 거부하며,인도가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국이 선제 핵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한다.2011년부터 '완전 스펙트럼 억제(full-spectrum deterrence)' 개념을 도입했다.이는 제한적 수준의 인도군 침투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여기에는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4가지 임계치(공간적·군사적·정치적·경제적)가 설정되어 있다.그런데 '경제 봉쇄나 물공급 중단·감소'는 경제적 임계치에 해당한다.요컨대 양국 간 물전쟁은 언제든지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트리거(trigger)'로 작동할 수 있다.

수자원이 파키스탄에 '아킬레스건'이지만,인도의 사정도 나은 것이 없다.먼저 기술적 문제다.인도는 IWT에 따라 대규모 저수지·댐 건설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그래서 인도는 매년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약 170㎦의 수량(水量) 중에서 10%만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즉 파키스탄으로의 물공급 즉시 중단이 불가능하다.따라서 기껏해야 수자원 데이터 공유 중단,저수지 세척(reservoir flushing) 작업을 통한 일시적 물공급 방해 등이 고작이다.

다음은 지정학적 문제다.중국은 인도를 압도하는 상위의 수자원 패권국(hydro-hegemon)이다.인도가 파키스탄을 겨냥해 상류국 지위를 활용한 수자원의 '무기화'를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브라마푸트라강과 인더스강 최상류 지역을 통제하며 인도보다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중국도 같은 방식을 들고나올 수 있다.이미 중국은 2023년 지류 차단으로 인도 북동부 6000만명의 물공급 차단을 위협한 적이 있으며,지금도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를 압박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인도와 중국 사이에는 브라마푸트라강에 관한 공식적 수자원 협정이 없다.그래서 인도는 중국의 일방적 조치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따라서 인도의 수자원 무기화는 중국에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다.

끝으로 국내외적 역풍의 우려다.파키스탄에 대한 물공급 중단 위협은 파키스탄 군부·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다.물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자원 경쟁은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과 반인도(反印度) 정서를 심화시켜 2008년 뭄바이 테러와 유사한 참사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국제적으로 인도는 국제협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신뢰 파괴자(trust breaker)'로 낙인찍힐 것이다.이렇게 되면 EU·인도 FTA 협상,미국과의 기술협력,국제 금융기관들의 인도 수자원 프로젝트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기 종결 시나리오

파키스탄 군부가 신두르작전에 대한 보복을 다짐함에 따라 더 큰 전쟁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지금까지 3차례 전쟁을 치른 핵보유국들이 또다시 전면전에 돌입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제한적 소규모 충돌의 반복이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 시나리오에서는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는 통제된 충돌이 반복된다.양측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 제한적 공격을 수행한 후 상호공멸의 임계점을 넘지 않고 '후퇴'한다.이는 양국에 익숙한 패턴이다.이들은 전쟁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물러나는 패턴을 보여왔다.

둘째,외부 세력이 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역사적으로 미국은 인도·파키스탄 위기에 자주 개입해 왔다.미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자제를 촉구했지만,미국의 개입은 제한적이다.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이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중재에 별다른 의향이 없음을 시사한다.다극화 시대에 다른 국가들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중국은 파키스탄의 후원국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파키스탄의 오랜 동맹국이면서 인도와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걸프국가들도 양측에 자제를 압박할 수 있다.

셋째,가장 위험한 것은 핵공격을 포함한 전면전으로의 확전이다.이미 파키스탄은 핵위협을 발령했다(경솔하게도).양국 간 핫라인이 없어 사소한 오해가 파멸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첫 번째 시나리오다.하지만 신두르작전과 파키스탄의 대응은 남아시아 지정학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핵무장 인접국들이 재래식 군사행동의 범위를 새로 확장했다.1971년 이후 인도는 LoC를 넘어 파키스탄 영토를 공격했다.이로써 제한적 군사행동이 제한적 지역분쟁으로 한정될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불길하게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7일 자 기사에서 지금까지 "인도·파키스탄 사이에서 확전과 재앙을 막아주었던 행운이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인도의 공격과 파키스탄의 보복 이후 양국이 또다시 '전쟁의 벼랑끝'에서 물러날 수 있지만,파키스탄의 경제적 쇠락,테러집단 관용(지나칠 정도의),중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 증가,애니 블랙잭인도의 군사력 증강,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 등으로 인해 근본적 역학관계가 위험할 정도로 악화되었다고 지적한다.그러면서 "조만간 행운이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가장 큰 위험을 "늘 하던 대로의 방식(business-as-usual)"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양국이 늘 하던 방식의 '갈등-충돌-후퇴'의 반복이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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