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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 커털린 커리코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부터 mRNA 치료제 연구를 하면서 정부와 공공·민간 투자회사에 수없이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매번 거절 당했다. mRNA 백신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한 2005년 논문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몸 담고 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는 찬밥 신세였다.대학의 인력 평가 기준으로 보면 그는 외부에서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하고 유명하지도 않은 ‘연구원’이었다.커리코는 의대에서 5년간 연구 조교수로 일한 후 선임 연구원으로 강등돼 50대가 될 때까지 박사급 연구원 한 명 없이 혼자 실험을 도맡았다.
커리코는 2005년 동료 드루 와이스먼 교수와 학술지‘이뮤니티’에 mRNA 백신 개발에 결정적인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논문 게재 전 날‘전 세계가,모든 학술지·생명공학 회사·연구기관이 주목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세상은 조용하기만 했다.
두 사람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mRNA 백신의 염증성 면역반응을 줄이는 방법이었다.이들은 mRNA를 활용해 세포에 바이러스 단백질을 기억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하지만 바로 대량의 염증성 변역반응이 일었다.당시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은 공포스러운 존재였다.1999년 18살 청년 제시 겔싱어가 유전자 치료 중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관련 연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몇년 간 연구를 지속한 커리코와 와이스먼은 유리딘(RNA 염기인 우라실이 당 분자에 결합한 뉴클레오사이드) 변형 mRNA는 염증이 적거나 일어나지 않음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이 유리딘이 변형된‘슈도유리딘’mRNA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세포에서 더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2005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 덕분에 15년 후 화이자·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논문 발표 후에도 커리코의 연구 인생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대에서 그는 실패한 경력의 대명사 같았다‘젊은 과학자들에게 경고의 본보기로 다들 뒤에서 쉬쉬하며 입에 올린 경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2005년 논문 발표 전에도,그 이후에도 대학 신경외과 과장은 커리코에게 실험실 공간 비용만큼의 값어치를 하라고 닦달했다.외부 보조금을 끌어오거나 저명한 연구로 명예를 높이라는 요구였다.급기야 2013년 대학 측은 강제로 커리코의 방을 빼버렸다.커리코는 자신의 연구실이‘언젠가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만큼 mRNA에 확신이 있었지만 더는 안 되겠다 판단했다.독일 회사 바이온텍으로 옮긴 그는 2020년 바이온텍·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역이 된다.
커리코가 이런 수모를 감수하며 느리고 고된 과학연구를 수십년간 이어온 이유는 알고 싶다는‘호기심’때문이다.관련 분야 논문만 9000여편을 읽었을만큼 그는 읽고 배우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했다.노벨상을 포함해 여러 세계적 상을 받으며 행사 참석 요청이 부쩍 늘어나자 생긴 걱정거리도 최신 연구결과를 읽을 시간이 없어 뒤쳐지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었다.
회고록 ‘돌파의 시간’에는 이 외에도 1955년 헝가리에서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그가 어린 시절 흙집의 방 하나에 온 가족이 모여 살며 겪은 따뜻한 성장기,여성 연구자로서 일과 가정을 병행해온 삶 등이 담겼다.
과학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확장할 것을 요청한다.그는 “대부분의 기관은 과학자의 가치를 무엇보다 연구비로 정의한다”며 “그러나 연구비를 따려면 연구자는 자신이 어떤 연구를 하려고 하고 어떤 발견을 기대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설명한다.그러나 “과학이란 질문하는 것이고,시도하고 그 답이 데려가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라며 “과학을 하려면 알지 못하는 곳으로 걸어가야 한다.미지의 것,그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커리코는 아울러 현재 과학자들이 감염성 질병은 물론 암,낭포성 섬유증,희귀 대사 질환 치료에 대한 mRNA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며 “다음 10년 동안 새로운 mRNA 치료와 백신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