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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호 레브두 셰프.레브두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한국빵은 비싸고 맛이 없다’

한국빵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맛은 떨어지면서 비싼빵으로 취급받고 있다.실제 통계적으로 한국빵이 비싼 것이 입증됐다.맛은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한 게 사실이다.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단과자 반죽으로 만든 푸석한 빵이 많았지만,세계적인 제빵기술이 유입되면서 이제는 한국빵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하지만 여전히 제빵계 내부에서는 맛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피에르 에르메 일본점.

제빵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피에르 에르메 도쿄(Pierre-hermes Tokoy)’출신의 방준호 셰프 역시 한국빵 맛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쪽이다.국내 제빵업계에서 뜨는 신성(新星)인 그가 느낀 일본과 한국 빵 맛의 근본적 차이는‘재료’에 기인한다.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일본과 그렇지 못한 한국의 빵맛은 시작부터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제빵에 사용되는 식재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그런데,식품위생법 등 국내 법령에 따라 수입할 수 있는 식재료가 굉장히 제한돼 있습니다.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흔히 또는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제빵 식재료를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예컨대,해외에서는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외국산 산딸기‘프랑보아즈’를 수입이 안돼 사용을 못합니다.한정된 식재료로 맛을 내다보니 만들 수 있는 만들 수 있는 빵의 범위도 좁을 수밖에요.대체재를 찾으려 하지만,해외의 빵의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랑스산 산딸기 프랑보아즈(framboise).방준호 셰프는 해외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프랑보아즈가 한국에선 수입이 안된다고 했다.이뿐 아니라 많은 식재료가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 요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은 무역 분쟁 등 외적 요인에 시장이 휘청인다는 큰 문제도 지니고 있다.가격 폭등이나 수입이 차단될 경우 빵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품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방준호 셰프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다양한 식재료가 생산돼야 그런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하지만,농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수요가 적은 그런 식재료를 생산하는 것은 무리다.그렇기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식재료 생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이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성장시키고 미식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바라봤다.

“일본의 경우 자체적으로 밀부터 유럽,롤 bj솔랭 토토동남아 등의 특산물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이를 통해 다양한 식재료를 문제 없이 수급하고,다양한 빵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미식의 소비 수준도 높아집니다.그런 탄탄한 선순환 구조가 세계적 수준의 일본 제빵 시장의 원동력입니다.안타깝게도 저희는 제빵 시장에서 을의 위치입니다.대부분의 식재료를 해외에 의존하다보니 외부 요인에 쩔쩔맬 수밖에요.저희도 장기적 관점에서 식재료의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방준호 셰프.레브두 제공

이런 문제로 인해 능력 있는 셰프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환경이 더 좋은 유럽이나 일본,미국 등으로 나가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를 하는 것이다.

“정말 능력이 있고 꿈이 있는 많은 셰프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저 또한 그런ㄴ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인재의 해외 유출이 IT·AI 등 이공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요식업계에서도 인재의 해외 유출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방준호 셰프.레브두 제공

방준호 셰프는 요식업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등학교 때부터 조리과에서 요리를 배웠다.국내에서는 배움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고등학교를 중퇴 후 도쿄로 가 동경제과학교에 진학했다.이후 피에르 에르메 도쿄에 입사해 제빵사로서 실무 감각을 길렀다.빵을 만드는 피카소로 불리는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 셰프는 감각적이고 창조적인 빵으로 제빵업계 살아 있는 전설 중 하나다.그가 운영하는 피에르 에르메에서의 경험은 방준호 셰프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피에르 에르메 셰프의 방식을 본받고 싶었습니다.그 분의 참신한 발상,도전적인 시도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재료를 하나 고를 때도 기존과 다르게 새로움을 추구하곤 했습니다.빵 하나를 만드는 것조차 흔하지 않게,새롭고 창조적으로 하는 피에르 에르메 셰프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레브두의‘만겹크루아상.12시간이 걸려 하루 120개만 생산되는 이 크루아상은 방준호 셰프가 창작한 빵이다.크리스피한 식감과 버터의 풍미가 돋보이는 크루아상.레브두 제공

2023년 송파구에 문을 연‘레브두(RÊVE DOUX)’는 그런 방준호 셰프의 색깔이 잘 묻어나는 빵집이다.이 곳의 대표 메뉴인‘만겹크루아상’은 방준호 셰프의 혼이 담긴 작품과 같다.만겹크루아상은 기존의 크루아상과 만드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프랑스산 고메버터를 감싼 밀가루 반죽을 여러번 접은 페이스트리 반죽을 얇게 잘라 결을 표면에 하나 하나 붙여주고 성형을 위해 다시 얇게 펴준다.이후 재단을 하고 돌돌 말아 2시간 발효 후 틀에 넣고 구워낸다.구워지자마자 표면에 설탕시럽을 바르고 다시 구워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을 잡아낸다.여기에 타이티 바닐라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를 혼합해 만든 깔끔한 느낌의 크림을 채워 넣은‘크림만겹크루아상’은 또다른 맛의 행복감을 선사한다.

타이티 바닐라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 두 종류를 혼합해 만든 레브두만의 크림을 채워 넣은 만겹크루아상은 레브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레브두 제공

만겹크루아상을 만드는데 꼬박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하루에만 단 120개만 생산된다.더 만들고 싶어도 현재 여건에서 더 많은 수량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당연히 120개의 만겹크루아상은 내놓는 즉시 완판.예약을 걸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만다고 한다.만겹크루아상은 소금빵과 같이 원조가 있는 제품이 아닌,방준호 셰프가 창조한 세상에 없던 빵이다.이 때문에 프랑스 현지에서는 이 만겹크루아상을 두고‘이걸 크루아상으로 봐야 하느냐’는 논쟁까지 있었다고 한다.지금은 예약 전화만 1000통이 올만큼 방준호 세프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잡았다.

“초승달을 뜻하는‘레브두’를 상징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고민해 탄생한 제품이‘만겹크루아상’입니다.페이스트리 방식에 대해 프랑스 셰프들의 자료를 참고했지만,완벽히 똑같은 방식의 크루아상은 없는 오직 이 세상 레브두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입니다.피에르 에르메 셰프께서 하셨듯 저 또한 세상에 없는 저만의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어쩌면 그런 게 저의 미식 철학일지 모릅니다.”

레브두의 디저트.레브두 제공

그는 한국에도 수준 높은 빵과 디저트가 소비되는‘파인디저트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비싼 빵이나 케이크를 판다는 게 아니다.오히려 현실적 가격으로 파인디저트의 대중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높은 임대 비용에도 불구하고 송파구 핵심 상권에 레브두를 자리한 것도,손이 많이 가는 만겹크루아상의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직 한국에서 빵와 케이크는 소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한번 먹는 그런 특별식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특별하지 않은 날에도 케이크를 먹고 파인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습니다.그래야 미식의 범위도 확장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빵 가격의 현실화 등 수반돼야 할 것들이 많겠지요.저부터라도 그런 파인디저트의 대중화를 위해 한 발 한 발 나가려 합니다.작은 노력이지만,그 결실이 언젠가 일궈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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