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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王氣) 흐른다는 경희궁 짓다 폐위… 권력 기운 강한 곳서 과욕 부리면 재앙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집터에 예민했다.윤 전 대통령이 굳이 북악산(청와대)을 거부하고 용산을 선택한 데는 청와대 관저가 길하지 않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관저를 한남동으로 정할 때도 그랬다.처음 지목했던 육군참모총장 공관 대신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낙점한 배경에는‘터의 길흉’에 대한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윤 전 대통령의 관저 집착은 조선시대 광해군(재위 1608~1623)의 집요한 궁궐 공사를 떠올리게 한다.광해군은 조선 역대 왕 가운데 궁궐터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임금이다.당시 조선 궁궐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으로 거의 불타버린 상태였다.선조는 전쟁이 끝나자 “길하지 않은 경복궁 대신 창덕궁을 세워야 한다”는 상소에 따라 창덕궁을 재건하다가 증조부(성종)의 형인 월산대군 집(현 덕수궁)에서 사망했다.아버지 선조의 뒤를 이어 즉위한 광해군은 1609년 창덕궁이 완성된 뒤에도 차일피일 입주를 미뤘다.상중(喪中)이라는 둥,길일(吉日)이 아니라는 둥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사실은 풍수적 이유에서였다.선대 임금인 단종과 연산군이 창덕궁에서 폐위된 점이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광해군은 포기하지 않았다.그가 파주 대신 주목한 곳이 바로 서울 인왕산 아래 명당터였다.1616년 풍수승(風水僧) 성지가 “인왕산 기슭에 궁궐을 지으면 태평성대가 찾아온다”고 말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즉시 새 궁궐을 짓도록 명했다.이름도‘신궐(新闕)’이라고 붙였는데,커버 스 순위 보는 곳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이곳이 역사 속 기록으로만 남은 인경궁이다.
광해군과 궁에 얽힌 이야기는 또 있다.인왕산 아랫자락 사직단 인근에 인경궁을 한창 짓던 1617년 지관 김일룡이 “정원군 집터에 왕기(王氣)가 흐르고 있다”는 놀라운 얘기를 전한 것이다.광해군의 이복동생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정원군의 집은 신궐 터 바로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지관은 이 집을 허물고 인경궁과 별도로 이궁(離宮)을 짓자고 주장했다.광해군은 이를 즉각 실천에 옮겼다.정원군을 저경궁(현 한국은행 본관 일대)으로 이주시키고 집을 빼앗아버린 것이다.정원군은 2년 전인 1615년 둘째 아들 능창군이 역모 혐의로 죽임을 당한 데 이어 집까지 빼앗기자 1619년 술병으로 사망했다.
이 정원군 집터가 바로 지금의 경희궁이다.광해군은 이곳을 처음에는 서별궁(西別宮)이라고 불렀다가 이후 경덕궁으로 이름을 바꿨다.경희궁이라는 이름은 영조 때 개칭한 것이다.그러나 정작 광해군은 경희궁에서 살아보지 못했다.마음에 내켜 하지 않던 창덕궁에 들어가 살다가 1623년 경희궁이 완공된 해에 왕위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광해군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 살림에도 궁궐 공사에 집착하다가 결국 성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경희궁 창건에 얽힌 아픈 역사다.
사실 김일룡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나 “정원군 집터에 왕기가 있다”는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정원군은 사후 임금(원종)으로 추존됐고,그의 집터는 인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임금 10명이 이궁으로 사용했다.경희궁은 인조 즉위 이후 창덕궁과 함께 조선 양대 궁궐 기능을 했다.특히 영조는 치세의 절반을 경희궁에서 보냈으며,카지노 2다시보기영조의 어진을 봉안한 태령전이 지금도 경희궁에 있다.
현재 경희궁은 서울의 5개 궁 가운데 복원이 가장 덜 된 상태다.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은 일제강점기에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던 신사인 박문사 출입문으로 사용되다가 신라호텔 정문을 거쳐 1988년 경희궁 복원 사업 때 현 위치로 옮겨 왔다.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 역시 1994년 복원된 것으로,원 건물은 동국대에서 정각원으로 사용되고 있다.일제가 경희궁 전각을 이곳저곳에 매각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경희궁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갖추고 있는 곳은‘서암(瑞巖)’이다.복원된 태령전 뒤편에 자리 잡은 커다란 암석지대로,본래는 왕기가 서린 바위라는 뜻에서‘왕암(王巖)’으로 불렸다고 한다.바로 이곳이 지관 김일룡이 주목했던 터다.이후 숙종이‘상서로운 바위’라는 의미를 담아 서암으로 고쳐 불렀다고 전해진다.
광해군도 주목했던 서암 일대는 빼어난 명당터임이 분명하다.인왕산에서 뻗어 나온 지맥이 서울기상관측소(종로구 송월동 1-1) 언덕배기를 거쳐 서암 일대에서 멈춰 거대한 기(氣)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다.또 바위 아래쪽 움푹한 곳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형성돼 있다.바위에서 나오는 암천(巖泉)은 풍수에서 매우 귀한 것으로 치는데,바위 홈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도록 한 모습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해 사람들이 종종 기도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명당수가 있는 곳은 명당터이기 마련이다.이 집의 원 소유주는 한 전 총리 부인인 최아영 여사의 부친이다.1960년대 최 여사는 이 집으로 처음 이사 올 때 맑은 물이 덮치는 꿈을 꿔 무척 길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이 집 우물에서 용(龍)이 출현했다는 소문도 있다.용은 상상의 동물이면서 권력을 상징한다.이 스토리는 한 전 총리 집터가 권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집에서는 국무총리가 2명 배출된 기연도 있다.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최 여사 남동생의 가정교사로 이 집과 인연을 맺었다.이후 한 전 총리도 이 집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특히 한 전 총리는 장인에게서 이 집을 사들인 후 거주하며 노무현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각각 국무총리를 지낸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현재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후 대권 주자로 나선 상태다.
옛 경희궁 터에 속한 곳으로서 또 다른 명당지로 주목받는 곳은 크레센도 빌딩(신문로1가 57)이다.과거 대우건설 본사와 금호아트홀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들어선 건물이다.바로 이 빌딩 일대가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이 원래 세워져 있던 곳이다.이 빌딩 역시 권력 기운이 강한 명당터다.권력 속성이 강한 법률사무소는 이 터와 좋은 궁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권력 기운이 강한 터에서 과욕을 부리면 화를 부르기 쉽다는 것이다.광해군은 권력 명당에 집착하다가 권좌에서 쫓겨났고,윤 전 대통령도 용산 집무실의 권력 명당에서 과도한 힘을 행사하다가 스스로 무너졌다.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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