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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 중인 시진핑(오른쪽에서 넷째)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둘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열리는 첫 중·러 정상회담이다.푸틴은 중국 외에도 베네수엘라·브라질·슬로바키아 정상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로이터 연합뉴스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이라는 역류(逆流)에 직면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특별한 책임을 짊어지겠다.”

8일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게오르기옙스키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의 오랜 동지”라는 오랜 호칭으로 푸틴을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일방주의‘패권주의’는 중국 지도부가‘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비난하며 쓰는 말이다.푸틴은 시진핑을 “친애하는 동지”라고 칭하며 “중국 친구들과 함께 전쟁(2차 대전)에 대한 역사적 진실과 기억을 확고히 수호하고 신(新)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재발현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타티야나 알렉세예브나 골리코바(왼쪽) 러시아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푸틴과 시진핑은 러시아가 2차 대전 때 독일 나치에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전승절 80주년’(5월 9일)을 앞둔 8일 정상회담을 했다.트럼프 2기 시작(1월 20일) 후 가진 첫 대면 회담이다.시진핑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70주년인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이날 회동은 트럼프가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려 러시아와의 밀착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트럼프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다.시진핑은 9일 모스크바‘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에도 참석할 예정이다.푸틴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 양국은 평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라며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중국군의 규모가 외국군 중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중·러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관계,미국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미·중 관세 전쟁 및 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푸틴은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시 주석과 회담은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양국 공동 성명을 통해서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지속 가능한 해결을 위해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반러·반중을 내세운 국가 간 블록(연대),카지노 여자 앵벌이특히 핵 블록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및 프랑스와 독일의 핵공유 추진,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 가능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공동 성명은 또 “미국과 나토가 아시아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고 있으며,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어서 “(서방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강압적 압박을 포기하라”며 “한반도 문제는 외교적 수단으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시진핑이 이번 방러 때 중·러 관계를‘발전의 동반자‘국제 정의 수호자’로 규정했다고 전했다.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반미·반서방 전선의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국제사회 내 고립을 탈피하고 지도자로서의 건재를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욕타임스는 “러시아와 중국 정상은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지도자 트럼프와 각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관세 전쟁’을 둔 거래를 하고 있다.하지만 트럼프는 아직 이 두 협상 모두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올해 전승절 행사엔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총집결했다.푸틴은 총 29국을 초청(실제 참가는 27국)했다.이 중 상당수가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동유럽에 걸쳐 있는 권위주의 국가 정상들이다.푸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15국 정상들과는 회담도 진행한다.

러시아의‘가장 중요한 손님’인 시진핑은 7일 오후 전용기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시진핑은 도착 성명에서 “중·러는 2차 대전 승리의 결과를 수호하고 유엔 및 국제법 질서에 기반한 시스템을 지키며 패권과 힘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중·러가 미국의 일방·패권주의에 맞서겠다’는 의미다.중국은 아울러 9일 열릴 열병·분열식에 참석할 인민해방군(중국군) 의장대도 파견했다.러시아군과 중국군이 모스크바 한복판 붉은 광장에서 나란히 행진하는 장면을 푸틴과 시진핑이 함께 지켜보는 장면이 연출될 예정이다.

푸틴이 시진핑에 앞서 7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조약엔 국방 관계 강화,군사기술 협력,일방적 제재 반대 등이 포함됐다”며 “양국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북한(작년 6월)과 이란(지난 1월)이 러시아와 맺은‘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과 비슷한 내용이다.북한과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뒤 그 대가로 군사 기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베네수엘라가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마두로는 좌파 포퓰리즘의 상징인 우고 차베스의 뒤를 이어 2013년 집권한 이래 선거 조작,야당·언론 탄압으로 세계적 비난을 받는 사실상의 독재자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크렘린궁은 “북한 대표로는 대사급이 참석한다”고 밝혔다.당초 김정은 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 파견 가능성이 거론됐으나,대사급으로 격하됐다.이에 따라 신홍철 주(駐)러시아 북한 대사가 대신 참석할 전망이다.

북한군은 열병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러시아는 지난달 26일,카지노 크랭크인북한은 28일 각각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이때 러시아 파병 북한군 중 일부가 전승절에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서방이 대북 제재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북한군 참석은 자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다만 “(북한과)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수 있다”며 양국 간 별도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