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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며 분주히 걷는 사람들,이건 아닙니다.쓰러진 사람 보면 이 번호로 문자하세요【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목요일,사람이 붐비기 시작한 퇴근 시간이었다.나는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들어섰고,마침 내가 타야 할 열차가 곧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쁜 걸음으로 플랫폼에 도착하니 이내 열차의 문이 열렸다.재빨리 열차에 올라타려는 순간,송도컨벤시아 카지노 박람회나는 너무 놀라서 심장이 내려앉는 줄만 알았다.
▲ 지하철(자료사진).ⓒ adigold1 on Unsplash 
열차와 조금 떨어진 플랫폼 바닥에,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한쪽 팔을 위로 늘어뜨린 채 숨을 쉬고는 있는 것인지 미동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자세히 본 것은 아니었지만,상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심장 문제나 뇌혈관 등으로 인한 실신이라면 겉으로는 그 상태를 알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는데,그 누구도 남성에게 다가가거나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다들 각자의 길을 바쁘게 걸어갈 뿐이었다.
참으로 마음이 이상한 광경이었다.그 플랫폼에는 환승을 위해 오가는 승객이 매우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누구 하나 쓰러진 이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 모습이 괴이하기까지 했다.
오로지 자기 손 안 스마트폰에 눈길을 고정한 채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옆에 누가 쓰러져 있는지 아닌지조차 모른 채 걷는 모습은,대한민국은 그래도 '정(情)'의 나라 아닌가,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나 자신에도 되돌아왔다.내게도 열차에서 내려 쓰러진 남성에게 다가가기가 망설여지는 찰나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곧바로 뛰어가서 남성을 부축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고,처음엔 누군가 대신 다가가 주길 기다렸다.
'결국 나도 쓰러진 남성 주위를 무심히 지나치는 저 사람들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119와 서울교통공사에 신고를 했다
열차는 출발했고,더 이상 쓰러진 그는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아무도 나에게 무어라 하지 않았지만,쓰러진 사람을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렇게 잠시 망설인 끝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통화를 하기에는 주위가 너무 시끄러웠다.또 내가 신고하는 모습이 주변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119에 문자 신고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그래서 신고 문자를 보냈다.출입문의 위치는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플랫폼만 대략 설명할 수 있었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30초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고,나는 간략히 쓰러진 승객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었다.
▲ 당시 119에 신고했던 문자 내역.ⓒ 이서홍 
119에 신고 문자를 보내며 '서울교통공사'에도 함께 신고하고자 했다.아무래도 역무원이 확인하는 것이 구급대원보다 빠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 내부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신고할 수 있는 연락처가 보이지 않았다.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내가 탄 열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승객이 워낙 많았던 탓도 있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결국 검색 찬스를 이용했다.인터넷에 '서울교통공사 신고 번호'를 검색하니 정보를 글로 정리한 블로그 글이 보였다.글에서는 '1577-1234'라는 번호를 알려주었고(문자 전송이 가능한 번호라고 하였다),나는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 '내손안에 서울' 설명글 (https://mediahub.seoul.go.kr/news/article/newsArticlePrintPopup.do?articleNo=1121978) ⓒ 서울 
여기에는 범죄나 사고 등 위급상황 신고부터 해서 유실물,환승시간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 후 서울교통공사에서 '민원 사항을 전달하겠'다는 다소 상투적인 답장이 왔다(당시에는 답장이 왔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만 들었다).하지만 신고 후에도 내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혹여나 아무도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목숨이 위험한 상황까지 온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한동안 지하철을 탈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기심을 발휘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던 때에,나는 서울교통공사에 다시 문자를 보내 쓰러져 있던 승객의 상태를 물어보았다.그런데 잠시 후 돌아온 답변은 '취객'이라는 내용이었다.
▲ 119에 신고하며 '서울교통공사'에도 함께 신고했다.ⓒ 이서홍 
괜찮은지 걱정될 만큼 미동 없이 쓰러져 있던 사람은,결국 취객으로 결론이 났다.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쓰러진 취객,어쩌면 곤히 잠든 취객을 위해 119와 서울교통공사 모두에 신고를 했으니 말이다.
그 순간 조금 전에 통화했던 구급대원의 지친 목소리가 생생히 떠올랐다.'내가 괜히 신고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렇지 않아도 고단했을 구급대원의 하루에,내 마음을 편하게 하자고 짐을 얹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 확인해보기 전까지 그가 취객인지,환자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취객임을 확인한 후 점점 야박해지는 나의 마음을 어쩐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한편 플랫폼에 누워 있던 남성이 야속하기도 했다.왜 굳이 술에 취한 채 그렇게 쓰러져 있어야만 했는지 잠시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쓰러진 사람을 보면 신고하는 것이 응당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비록 힘 빠진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가슴 아프긴 했지만,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상황을 다시 마주한다면 또 용기를 내어 신고할 것이다.
바쁜 사람들과 멈춘 사람이 공존하던 그날의 플랫폼.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하지만,휴대폰만 볼 게 아니라잠깐의 '정'을 발휘해 달라는 말은 전하고 싶다.문자를 보내는 것 정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그리고 반대로 누구라도,나 또한 언젠가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