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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교황 선출 절차' 시작…개혁·포용적 노선 vs 전통적 보수 노선
사상 최다 70개국 추기경 133명 투표…'하얀 연기' 나오면 선출 완료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가톨릭계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주요 강대국들 사이에 미묘한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바티칸의 차기 교황은 단지 가톨릭의 수장이 아니라 환경·이민·평화 등 국제정치 주요 현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글로벌 리더다.이 때문에 이번 교황 선출이 단순한 종교 지도자 선출을 넘어 주요 강대국들의 외교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국제정치의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콘클라베는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공개 선거 절차다.전 세계 추기경단이 모여 투표를 진행한다.이번 콘클라베는 5월7일부터 바티칸에 133명의 추기경이 모인다.교황 선거권이 있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공개 투표를 거듭하며,투표 결과는 벽난로에서 태워진 투표용지의 연기로 외부에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두 차례씩 하루 네 번의 투표가 이뤄지며 검은 연기가 나오면 선출 실패,흰 연기면 교황 선출 완료를 의미한다.추기경단은 "올해는 3일 이내로 새 교황이 선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콘클라베는 걸린 시간이 천차만별이었다.몇 시간 만에 끝난 경우도 있었고,가장 길었던 1268년 콘클라베는 무려 1006일,약 3년 가까이 지속됐다.이 선거 이후 1274년 교황 그레고리오 10세는 새 헌장을 통해 절차를 규정했다.추기경들을 외부와 차단된 한방에 가둬두고 선출이 이뤄질 때까지 출입을 금지했다.'콘클라베(conclave)'라는 말도 이때 생겼다.라틴어로 '자물쇠로 잠근'에서 유래한 말이다. 5월6일 바티칸시국에서 추기경 비르질리우 두 카르무 다 시우바(가운데)가 추기경 총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EPA 연합 
"지지율 급락 마크롱,콘틀라베에서 역할 원해"
후보군은 확정적이지 않다.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유력 후보가 없다는 전망이 많으며,133명의 투표권자조차 누가 새 교황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교황 선출은 국제정치 의제와도 맞물려 있다.5월5일,추기경단은 '총회'라 불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후임의 조건과 차기 교황 임기 중 우선순위를 논의했다.이날 추기경단은 차기 교황상을 "현장에 가까이 있는 인물,다리 역할과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정의했다.새 교황은 환경 위기,전쟁,세계 분열,고스톱게임 다운교회 내부 분열이라는 여러 도전과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 교황 선출은 교회 내 정치적 분열과 많은 투표자 수로 인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핵심 쟁점은 교회 개혁파와 전통 수호파의 대립이다.일부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투명성·포용성 노선을 이어갈 인물을 원하고,다른 이들은 좀 더 위계적이고 교리 중심적으로 교회를 이끌 인물을 원한다.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신도에게도 교회 의사결정권을 일부 부여한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또 이번 콘클라베는 약 70개국 출신 추기경들이 참여하면서 교회 역사상 지리적으로 가장 다양한 추기경단에 의해 치러진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이티·남수단·미얀마 등 과거 추기경이 없던 국가들에도 추기경을 임명했다.이로 인해 서로 잘 모르는 추기경도 많고,미얀마·르완다 등 처음으로 대표를 보내는 국가들도 있다.투표 전략도 모두 다르다.일본 추기경 기쿠치 다르치시오 이사오는 인터뷰에서 "아시아 출신 23명은 집단 표결을 계획 중이며 53명의 유럽 추기경은 국가별·개인적 성향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콘클라베는 교회 내 심각한 분열 속에서 프란치스코 후임을 찾는 중요한 시험대다.유럽의 진보 성향 추기경들은 교황이 더 빠른 개혁,특히 여성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길 원하지만,아프리카의 보수 성향 교회들은 2023년 프란치스코가 승인한 동성 커플 축복조차 거부하며 일부다처제 공동체 목회로 초점을 돌리자고 한다.
이번 콘클라베의 최대 쟁점은 교황 후보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개입 의혹으로 옮겨가고 있다.이탈리아 보수 언론들은 마크롱이 이번 콘클라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비판하며,그가 마르세유 대주교 장-마르크 아블린의 선출을 밀고 있다고 주장했다.밀라노 보수지 라베리타는 "마크롱은 심지어 교황까지 고르려 한다"고 비판했고,일 템포는 "마크롱의 오만함은 끝이 없다"며 "현대판 태양왕(루이 14세) 같은 간섭"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혹의 중심엔 두 번의 로마 만찬이 있다.첫 번째는 4월25일 마크롱이 가톨릭 평신도 단체 산테지디오의 창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와 가진 식사다.산테지디오는 가난 퇴치와 외교적 중재로 74개국 7만 명의 평신도 회원을 보유한 영향력 있는 단체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긴밀한 관계였다.두 번째는 4월26일 주이탈리아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오찬이다.마크롱과 4명의 추기경이 참석했는데 여기에는 마크롱의 편애를 받고 있다는 장-마르크 아블린 추기경도 포함됐다.
라베리타는 "마크롱이 선호하는 추기경이 교황이 된다면 프랑스는 국제적 영향력을 즉각 회복할 것"이라며 "지지율이 급락한 마크롱은 콘클라베에서도 역할을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또 다른 후보로는 마테오 주피 볼로냐 대주교이자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이 거론된다.주피 추기경은 산테지디오 출신으로 난민 보호 등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한 가치관을 지녔다.이탈리아 보수언론은 마크롱이 이탈리아 극우 정권과 반대 성향의 인물을 밀기 위해 '대형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혹에 대해 프랑스 엘리제궁은 X(구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추기경들과 만찬을 가진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를 위한 정상적인 외교활동이며,간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5월6일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 장폴 베스코가 추기경 총회 회의를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EPA 연합 
'MAGA 교황' 원한 트럼프
사실 교황 선출에 정치권이 개입하려 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20세기 초까지 오스트리아,프랑스,스페인 등 가톨릭 전통을 지닌 주요 강대국들은 특정 교황 후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었다.이른바 '거부권'을 통해 자국의 외교적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후보의 선출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민 문제 등으로 갈등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AI(인공지능)로 생성한 교황 복장의 자신의 사진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트럼프는 차기 교황으로 뉴욕 대주교 티모시 돌란 추기경을 지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 개입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제도적 차원에서 엄격하게 마련된 콘클라베 규정이 신속한 결론 도출은 물론,추기경들의 선택의 자유와 외부 정치적 간섭 차단까지 모두 보장하기 때문이다.실제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시스티나 성당 안에 머무르며,외부와의 모든 형태의 소통이 철저히 금지된다.이처럼 철저한 비공개성과 고립 상태는 외부로부터의 영향력 행사나 정치적 압박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