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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관제데모’에 대법원장 “배후 누구냐”
이 사건은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승만 정권이 정치적 라이벌인 조봉암을 제거하려고 법정에 세웠으나,슬롯 퀸1심이 무죄를 선고하자‘관제 데모’로 사법부를 압박한 대표적 사례다.조용순 당시 대법원장은 “폭력으로 (법원 판결에) 데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사법부 장래를 위해서 치안 당국에다 데모한 자들을 엄중히 단속할 것을 요청했다”고 담화를 발표했다.사법부 독립의 기초를 다진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데모한 자들의 배후엔 누가 있어서 조종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공공연하게 삐라 속에다 법관 자신들도 모르는 지나간 사건의 결과까지도 기입하여 데모한 것이 분명하니 철저히 사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법관을 가르켜 공산판사 운운한 것은 모욕죄 중에서도 가장 악질에 속하며 그들의 행동은 살인강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1958년 7월7일치 동아일보 기사)
앞서 친위쿠데타로 불리는 1952년 5월‘부산정치파동’때도 김병로 당시 대법원장은 할 말을 다했다.간접선거로는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은‘공비 소탕’을 명분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야당 의원들을 대거 연행·구금한 뒤 개헌안을 통과시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김병로 대법원장은 “집권자가 법의 정신을 왜곡하고 국민 의사를 빙자해 입법기관을 강박하는 것은 민주법치국가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2025년 1월19일 새벽,또 한 번 극우세력의 법원 습격 사태가 벌어졌다.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대통령 지지자 100여 명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 내부로 진입해 창문과 외벽을 부수고 기물을 파손했으며,판사 집무실까지 쳐들어갔다.법원 복도에서 시위했던‘1958년 사법 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법부가 물리적으로 유린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다.
“사법수장의 침묵은 묵인 내지 동조”
사법부를 뒤흔든 난동에 공개적으로 맞섰던 과거 대법원장들과 달리,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천대협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대법원이 19일과 20일 각각 입장문을 내어 “철저한 사실 확인과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것”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조희대 대법원장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현장을 방문해 “심리 치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만 말했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조 대법원장은 “차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위법성·위헌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역사적으로 사법부 수장의 목소리는 사법권 독립의 바로미터로 평가받아 왔다.1950년대 김병로 대법원장이 정치권력의 압력과 사법부 침탈 시도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것과 달리,2025년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온다.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사학)는 “서부지법 폭동이라는 유례 없는 사건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침묵은 역사적으로 12·3 계엄에 대한 묵인 내지 동조 행위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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