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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집무실.뒤쪽에 B&W 매트릭스 800 스피커가 보인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오디오파일(Audiophile)이란 말이 있다.오디오파일은 라틴어 audire(듣다)와 그리스어 philos(사랑하는)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쉽게 생각하면 오디오 장비와 이를 통해 재생되는 음향에 관심을 두는 마니아들로 생각하면 된다.
오디오파일들은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향 장비,카지노 꽁 머니 카지노 토끼음원 품질,타이틀 카지노 디시재생 환경 등에 높은 관심을 갖고 음질을 최적화하는 데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음악이라는 예술과 전자기기라는 기술을 모두 아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오디오파일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별짓’을 다한다.스피커나 앰프에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가격을 들이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앰프를 콘센트와 잇는 전원 케이블 하나에 수천만원을 들이기도 한다.이들은 소위‘하이엔드파’로 불린다.
반대로 1940~50년대에 나온 제품을 사들이는 오디오파일들도 있다.아무리 기술이 좋아지더라도 인간의 감성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는 그 시절의 제품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이들은‘빈티지파’로 불린다.반도체가 폭발적인 성장을 한 1980~90년대에 이미 오디오의 발전은 끝났다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제품을 선호하는‘실용파’도 있다.
더 신기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일본의 어떤 오디오파일은 집안의 전기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건물에 연결되는 전봇대의 변압기를 갈아치우기도 했다.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국의 오디오파일들은 이 정도까진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집의 전기 콘센트 정도는‘최소 독일이나 프랑스 제품’으로 갈아치운다.
오디오파일에 대해 한참 떠든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디오파일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어서다.과거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어떤 제품을 들였다거나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소문이 돌면 그 제품은 바로 위시리스트 1순위가 됐다.
그럼에도 그의 시스템이‘제대로’공개된 건 딱 한 번이다.한남동 자택 집무실 사진을 통해서다.그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람 키만 한 영국의 오디오 바워스 앤드 월킨스(B&W)의 매트릭스 800 스피커였다.
매트릭스 800은 1987년 B&W가 하이엔드 홈 오디오 시장 세계 1위를 기념하여 제작한 플래그십 모델이다.매트릭스 내부 구조를 통해 캐비닛의 진동을 최소화하고 음향 왜곡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됐다.이러한 설계는 탄탄하고 정밀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그래서 이 스피커는 이후 이른바‘이건희 스피커’라고 불렸다.
B&W는 이 제품 이후로도 꾸준히 성공을 이어갔다.특유의 중립적이고 치밀한 소리를 내는 B&W 스피커는 비틀스의 녹음실로 유명한 애비 로드와‘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가 참여한 스카이워커 사운드 등 세계적인 스튜디오에서 공식 모니터 스피커로 채택되면서 음향 품질의 기준이 됐다.
2000년대 이후 B&W는 하이파이 스피커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업을 했다.BMW,서울카지노딜러아카데미재규어,랜드로버,해외예측사이트볼보 등 고급 자동차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2010년대 들어 고급 헤드폰 및 무선이어폰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호사가들은 이건희 회장의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에 대한 열정은 삼성의 전자제품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일본 유학 시절 트랜지스터 앰프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전자 제품에 대한 지식을 얻었고 나아가 전자 기기의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이해까지 높였다는 얘기다.또 수많은 오디오 기기를 통해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며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경영자로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어떠한‘감성’까지도 얻었다고 평가한다.
삼성이 얼마 전 음향기기 자회사인 하만을 통해 바로 이건희의 스피커를 만든 B&W를 인수했다.이로써 삼성은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최강자가 됐다.특히 B&W를 인수한 가격도 5000억원 수준이다.IB 업계에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로 보나 가격적인 면에서 보나 매우 좋은‘굿 딜’로 평가한다.
삼성의 이름에 비해 규모나 분야가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딜 하나만 놓고보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모든 면에서 괜찮은 선택이다.실제로 오디오파일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카페 등지에서도 하만 인수 때처럼‘또다시 국뽕에 취한다’며 삼성을 칭찬하는 평가가 많다.다만 그 뒤에는 이런 걱정도 꽤 따른다.삼성이 인수했으니 이제 하이파이 오디오의‘기준’인 B&W가 어떤 장인정신이나 예술가적 느낌이 없는 그냥‘공산품’이 되고 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요즘 삼성의 큰 축이었던 반도체가 예전만 못하다.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라 굴곡이 크다 쳐도 확실히 그 기세가 꺾였다.반도체가 예전만 못한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을 해서 굳이 더 말하고 싶지 않다.다만 지난 4월 29일 삼성전자 반도체의 최고점을 이끌었던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실력보다는 열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기술과 예술의 조합인 오디오 시장에서 최강자가 된 삼성이 기껏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라 놓고 누군가의 걱정처럼‘공산품’만을 찍어내지 않기를 바란다.특히 과거 이건희 회장이 영감을 얻었던 B&W의 스피커가 지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삼성 특유의‘열정’을 끌어내는 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