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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신당삼성’아파트.[네이버 거리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최근 일부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옛 아파트에 새 브랜드를 붙이게 해달라며 요구하고 있지만,건설사가 난색을 보이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에 일부 아파트 단지는 건설사 동의 없이 아파트 공식 명칭과 다른 새 브랜드를 외벽에 도색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신당삼성’아파트는 지난해 아파트 도색 작업을 새롭게 하면서 아파트 이름에‘래미안’브랜드를 붙였다.1999년 준공된 이 단지의 등기부와 주소지 공식 명칭은 신당삼성 아파트이지만,외벽을 래미안으로 재도장하면서‘무늬만 래미안’인 아파트로 재탄생했다.

건설사들은 품질이 다른 옛 아파트에 새 브랜드를 붙이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00년 래미안 브랜드가 출시되기 이전에 입주한 삼성아파트는 래미안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그럼에도 입주민들이 아파트를 새 브랜드로 재도장하는 경우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신당삼성은 1999년 입주한 아파트로,원칙적으로 명칭이 래미안이 아닌 경우 도색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일부 삼성아파트의 경우 입주민 자체적으로 래미안으로 도색하는 경우가 있지만 표기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시공사가 다른 단지인 경우 유사 로고 사용 시 사용 중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삼성물산의 브랜드 변경 허용 기준이 모호하다고 반박하고 있다.실제로 삼성물산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창전삼성래미안,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삼성래미안’등이 1998년 지어진 아파트임에도 예외적으로 명칭을 래미안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주민은 “단지 내부에서 아파트 브랜드를 래미안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지만 건설사와 협의가 쉽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은 2000년대 이후 아파트에만 래미안을 붙이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예외가 있어 판단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일부 단지만 래미안으로 바꿔주고 나머지 단지에 대해서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과거 브랜드 교체 이후 과도기에 있던 아파트들은 래미안으로 변경 요청 시 받아주기도 했던 것 같다”며 “당시엔 상표권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사용 등에 대한 기준이 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어 “현재 기준은 2000년 이후 아파트에 대해서만 변경 승인을 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민들의 아파트 브랜드 변경 요구가 거세진 건 2000년대 이후다.1990년대 말 삼성건설이‘래미안’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단장하며 정체성을 강화하자 다른 건설사들도 경쟁적으로‘푸르지오‘자이‘e-편한세상‘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이후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을 올리기 위해 옛 아파트에 일방적으로 새 브랜드를 붙이기 시작했다.

결국 당시 건설교통부는 2006년 옛 아파트에 새 브랜드를 붙이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원상복귀 명령을 내렸다.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지만 과태료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려면 관할 구청,건설사와의 협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아파트 외벽만 도색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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