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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최전선 광저우 産團 르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난 1월부터 두 달 사이에만 모자 10만개를 미국으로 수출했습니다.이 중 상당수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구호) 모자 같은 트럼프 기념품이죠.모자 원가요?20위안(약 4000원) 정도입니다.” 중국 광저우의 대형 모자 업체‘광저우관다’사장 제피 마씨는 최근 통화에서 “원가와 판매가를 감안하면 관세 100%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는데…”라고 했다.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결국 145%까지 올렸다.이 회사는 MAGA 모자뿐 아니라 디즈니·PGA(미 프로골프)·NBA(미 프로농구) 모자 등 미국 브랜드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데,이런 상품의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뜻이다.
미국이 시작한 관세 전쟁을 둘러싼 미·중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분쟁의 최전선에 선 중국 제조업자들은 트럼프 주장처럼 미국 상품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믿고 있었다.중국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막히면서 중국 공장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이로 인해 미국이 맞닥뜨릴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의 충격은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에서 각각 13%,12%를 차지하는 의류와 가구 등은 미국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이 물품들을 미국산으로 대체하기엔 중국과 인건비 차이가 너무 크다.국제노동기구와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시간당 인건비는 약 5달러로 미국(약 25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건강 보험 등 복지 혜택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최근 찾은 광저우 제조업 단지 부근 차오난신제(橋南新街)의 500m 길이 도로 양옆은 일용직 노동자를 구하는‘자전거 고용 부대’로 빼곡했다.이곳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용직 노동 시장이다‘자전거 부대’는 일할 사람을 찾으면 그 자리에서 자전거에 태워 공장으로 데려간다.신원 확인이나 계약서도 필요 없다.이 거리에서 만난 한 구인 담당자는 “미국이 관세를 300%로 올려도 우리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을 앞설 것”이라면서 “세계 어디에서 중국처럼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과 옷을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이날 만난 광저우의 한 상인은 “원저우·광저우 등 제조업 도시에서 당장은 불확실성을 피해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 시간을 줄이고 있지만,이 또한 중국이 위기를 넘기는‘동면(冬眠)’전략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내년에 미국에 중간선거가 있지 않습니까.아무리 늦어도 그전엔 트럼프가 불황 해결을 위해 한 발 물러설 겁니다.”
실제로 미국 소매점에선 중국산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트럼프도 즐겨 쓰는‘MAGA 모자’다.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즐겨 사는 워싱턴 DC 백악관 부근‘워싱턴 웰컴 센터’에 찾아가‘트럼프 기념품’들의 원산지를 살펴보니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챙에 트럼프 서명까지 새겨진 12.99달러(약 1만8000원)짜리 MAGA 모자는 원산지를‘메이드 인 P.R.C’라고 표기하고 있었다.P.R.C는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의 약자로 사실‘중국’이란 뜻이다.이 상점 관계자는 “통상 써온‘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대신‘메이드 인 P.R.C’를 사용하면 거부감이 덜하다고 보는지,벤틀리 바카라최근 들어 이런 표기를 쓰는 제조업체가 늘었다”고 했다.
백악관 길 건너편의‘백악관 기념품점’도 중국산투성이였다.트럼프가 평소 골프장 갈 때 자주 쓰는 빨간‘47TH PRESIDENT TRUMP(47대 대통령 트럼프)’모자는 24.99달러 가격표와‘중국산’태그를 붙이고 한가운데 진열돼 있었다.점원은 “여기 물건 대부분이 중국산 아니면 베트남산”이라고 했다.트럼프를 소재로 한 티셔츠·양말·인형 등의 원산지를 보니 모조리 중국산이었다.원산지가 다른 물건은 백악관 모자(베트남산)나 머그컵(태국산) 정도였다.미국산은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트럼프는 베트남과 태국에도 각각 46%,36%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7월 8일까지 유예)한 상태다.이미 수입한 재고가 바닥나고 베트남·태국에도 높은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트럼프 기념품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관세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분위기다.전방위적인 관세 인상이 초래할 수입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의 기업들이 1~3월 상품을 미리 사재기하면서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은 예상보다 훨씬 낮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 경제성장률은 낮아진다.) 1년 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 예상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3월 기준 3.6%로 상승하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갔다.트럼프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3.0%)보다 훨씬 높아졌다.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대비해 물건을 미리 사들이면서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다시 사재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는‘미국인들이 이 정도 고통은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트럼프는 4일 공개된 NBC 인터뷰에서 “(재집권 이후)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우리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끊었다”며 “중국이 경제적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지난달 말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나 이러다 어린이들이 장난감 사기도 어려워지겠다는 지적에 “인형 30개를 가지고 놀던 어린이들이 인형 두 개만 가지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아울러 그 인형 두 개가 지금보다 비싸질지도 모르지만,우리는 (관세 인상이라는) 가야 할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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