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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건축 폭탄 상가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
상가 문제로 갈등 빚는 단지 늘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사진=한경DB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상가 문제로 갈등을 빚는 단지가 늘고 있다.강남구 개포동에선 입주를 마친 조합원이 상가 문제로 소송에서 패소해 580억원 넘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분양을 진행 중인 단지는 치솟은 분양가에 상가 신청자가 없어 할인가에라도 상가 주인 모시기에 급급하다.아예 재건축 시작부터 상가 주인이 먼저 “상가를 짓지 말자”고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동‘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조합은 13일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584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 예산 편성을 예고했다.상가와의 소송 과정에서 추가 분담금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이를 사전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앞서 조합은 상가재건축위원회와 개발이익금 지급 소송을 했다.조합은 재건축 전 상가 땅 일부를 아파트 재건축에 사용하는 대신 910억원을 상가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조합은 재건축 과정에서 584억원이 종전 평가에 반영돼 나머지 326억원만 상가 측에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에서 재판부가 상가 측의 손을 들어주며 조합은 584억원을 추가 지급하게 됐다.조합은 항소 결과에 따라 분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지만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이 더 발생할까 봐 걱정이다.한 조합원은 “공사비 증액에 따른 추가 분담금에 소송 리스크까지 짊어져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입주까지 한 상황에서 분담금이 늘어나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과 분담금을 두고 싸움을 계속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서초구‘서초그랑자이’에선 상가 소유주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총회결의 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조합이 정관에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 기준을 정하지 않아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산구 한강맨션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별도로 계산하는‘독립정산제’방식을 채택했다.그러나 아파트와 상가가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위치,비율을 사전 정산했다.상가 소유주가 “상가 토지 가격이 저평가됐다”며 소송에 나섰다.법원은 상가 소유주가 9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추가 부담했다고 인정했다.조합원 간 갈등을 극복하고 상가를 새로 지어도 미분양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4066가구 규모인 강동구‘고덕 아르테온’은 3층 규모의 상가 내 학원시설을 놓고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 상가는 2020년 지하 2층~지상 3층,리치 마작 한자연면적 1722㎡ 규모로 준공됐다.그러나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해 조합은 매각 공고를 반복하고 있다.지난해 11월 입찰 기준가는 127억3100만원이었다.그러나 잇단 유찰로 지난 3월 공고에선 입찰 기준가가 75억1761만원까지 하락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서초구‘래미안 원베일리’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조합이 통매각을 진행했다.인근 서초구‘메이플자이’는 통매각에 실패해 원베일리를 분양한 업체를 통해 일반분양에 나섰다.상가 1층의 계약 평균단가는 최고 7500만원 수준으로 원베일리보다 다소 낮았다.그러나 상가 크기가 커 실제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비사업 시작 전부터 아예 상가 건축을 포기하자는 곳도 나오고 있다.서초구 반포미도1차 상가 소유주 일부는 재건축 과정에서 아예 상가 건축을 포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새로 상가를 지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차라리 아파트를 더 짓도록 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것이다.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등도 재건축 과정에서 신규 상가를 짓지 않기로 하는 등 상가 재건축을 포기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른 현장에서도 상가 비중이 크게 줄어들어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이 점차 어려워지는 데다 상가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적은 금액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시기는 지났다”며 “재건축 상가 투자 매력이 점차 낮아져 신규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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