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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1년…경북 예천·전북 익산 현장또다시 장마철이다.지난해 이맘때 기록적인 폭우로 산이 무너지고 물이 넘치고 집이 망가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나 다시 비가 쏟아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일부는 복구되고 대비책도 마련했다고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올해도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피해가 심각했던 경북 예천과 전북 익산을 다시 찾아가봤다.
수해 1년 경북 예천 가보니
농경지 회복…사방댐 공사 중
마을 도로·배수로 확장 예정
순찰대 결성·대피교육 등 추진
“요즘도 빗소리를 들으면 불안하고 무서워요.지난 주말 올해 첫 장맛비가 내렸는데 밤새 잠 못 자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그나마 사방댐이 7월초 완공된다니 조금은 맘이 놓입니다.”
지난해 7월 극한 폭우에 따른 토석류(산지 또는 계곡에서 돌·나무 등이 물과 섞여 빠른 속도로 유출되는 현상)로 큰 피해가 발생했던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26일 오전 1년 만에 다시 찾은 백석리는 여느 농촌 마을처럼 평온했고,밭과 사과 과원에선 농작업이 한창이었다.
백석리에서도 가장 위쪽에 자리한 상백마을은 지난해 7월13∼15일 3일 동안 무려 233㎜가 넘는 폭우가 내렸고,마을 뒷산 정상 부근에서부터 바위와 나무·토사가 섞인 물이 쏟아지며 마을을 덮쳤다.7월15일 새벽 날벼락 같았던 토석류는 마을주민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마을 농경지는 대부분 원상복구가 된 상태였다.형체도 알아볼 수 없던 과원엔 어린나무를 새로 심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집과 창고도 다시 짓고 있었다.
이정춘씨(62)는 “아직도 비만 오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걱정이 돼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서 “임시 복구해놓은 마을 진입로가 불안불안하다”고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상백마을 한 주민은 “아내는 수해 이후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도시에 사는 자식들 집으로 거처를 아예 옮겼는데,밭이며 과원이며 삶의 터전이 남아 있으니 나는 쉽사리 떠날 수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백석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감천면 벌방리.지난해 7월15일 새벽 마을 뒷산인 주마산에서 쏟아진 토석류로 10여가구가 완파·반파됐고,2명이 실종됐다.실종자는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마을주민 권호량씨(74)는 “새벽에 집채만 한 바위와 아름드리나무가 급류를 타고 마을 덮쳤고,보축 월드컵집과 농경지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또 다른 주민은 “그때 생각만 하면 빗소리와 물소리만 들려도 몸이 덜덜 떨린다”고 했다.
주민들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있지만 다소 느린 복구 작업에 아쉬움과 불안함을 내비쳤다.
권씨는 “마을 전체가 완벽하게 복구된 게 아니고,피해 주택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우락 벌방리 이장은 “농경지 복구는 지난해 마무리됐고,마을을 관통하는 도로와 배수로 확장 공사는 곧 시작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추가 인명 피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해 마을순찰대 결성,비상 시 대피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은 장마철을 앞두고 토석류와 산사태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백석리와 벌방리를 포함해 예천지역에서만 43곳에 사방댐을 완공했거나 공사 중에 있다.
특히 백석리와 벌방리는 7월초까지 사방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황재극 예천군 안전재난과장은 “벌방리 주마산에만 사방댐 9개를 설치했고,보축 월드컵백석리도 사방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사방댐 건설과 함께 하천과 마을 시설 복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예천지역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이재민도 31가구,48명이 발생했다.전파·반파·침수 주택 94채,농경지 유실·매몰은 4237㏊에 이른다.
예천=유건연 기자
배수시설 정비 온힘…“올해는 무사하길”
전북 익산 상황은
대조천 준설하고 둑도 높여
지역내 복구공사 90% 끝내
하천정비 향후 3~4년 예상
“전북 익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시설도 교체하고 준설도 하니 훨씬 나아졌지만 안심할 순 없죠.올해는 집중호우 피해가 없도록 함께 대비해야합니다.”
익산시 용동면 농가들은 지난해 5월 일 강수량 최대 200㎜가 넘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당시 농가들은 농어촌공사에 시설하우스 단지를 가로지르는 대조천의 수문을 개방해달라 요청했지만 하류지역 침수 우려로 거부됐고,결국 천이 범람해 일대 모두 물에 잠겼다.수박·상추·멜론 등 용동면 48농가 418동의 하우스가 피해를 봤다.
24일 다시 찾은 대조천은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시가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대조천 바닥을 파내 물길을 넓히는 등 배수시설을 정비하고,보축 월드컵비가 많이 오더라도 범람하지 않도록 천변에 흙을 쌓아 둑을 높였다.
익산시 용안면 난포리 산북천에 있는 석동배수장 인근 제방도 보강 작업을 끝냈다.산북천은 용동면과 용안면을 지나 금강으로 이어지는 하천으로,지난해 폭우로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10곳 마을의 주민 600여명이 대피했다.시에 따르면 국가하천 2곳,지방하천 13곳,소하천 16곳 등 총 31곳의 수해 복구 공사가 90% 이상 완료됐다.
김종원 용동면 피해농가 대책위원장은 “강을 깊게 파고 배수장 인근 제방을 보강하는 등 장마 대비를 마쳐 안심이 된다”며 “올해는 관계기관과 농가가 머리를 맞대 피해를 줄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농가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수박 하우스 18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본 전평수씨(57)는 “얼마 전에 1기작 수박 출하를 끝냈고 이제 2기작 수박을 심어야 하는데 지난해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재배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장마가 시작된다는 뉴스를 보니 올해 또 피해를 보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하천의 배수 용량을 크게 늘려야 같은 피해가 나오지 않는데 관련 공사가 시작단계여서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는 대조천과 산북천이 이어지는 구간을 정비하고 배수 용량을 확충하기 위해 펌프장 1곳을 신설하는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완공까지는 3∼4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농어촌공사 익산지사가 관리하는 일부 배수장도 올 하반기에나 시설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용동면의 한 농가는 “공사를 좀더 빨리 진행했더라면 안심이 됐을 텐데 올해도 비가 많이 오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득추 북익산농협 조합장은 “시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농민 입장에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올해 농사가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달 농어촌공사 익산지사장은 “우기에는 현장에서 농가와 협의해 수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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