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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판단 유보'…지도 반출 결론 8월로 연기
산업계 “안보·기술 주권 모두 뚫린다”
AI·자율주행까지 타격…“지도는 미래 산업 인프라”
11일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정부는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할지 여부를 5월 중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오는 8월 11일 전까지 심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도 반출 여부는 국토부를 포함해 국방부,외교부,통일부,국정원,산업부,행안부,과기정통부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에서 논의된다.협의체는 지도 반출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1회에 한해 같은 기간 연장할 수 있다.휴일과 공휴일은 심사 기간에서 제외되는데,6·3 대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기한이 8월 11일까지로 늘었다.
이번 요청은 구글이 지난 2월 축척 1대 5000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자사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5000분의 1 지도는 50m 간격의 지형지물을 1cm 단위로 표현할 수 있어 군사기지,보안시설 등 국가 핵심 인프라 위치를 식별할 수 있다.현재 구글은 2만5000분의 1 축척의 공개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어 내비게이션 등 주요 기능에서 국내 지도앱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정부는 2007년과 2016년에도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안보 우려를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당시에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지만 구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부는 안보를 반출 결정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이에 협의체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국방부나 국정원이 반대할 경우 반출 승인은 사실상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보안 조치를 구글이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안보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글은 '블러' 처리를 약속하며 정부에 보안시설 좌푯값 제공을 요청했지만 이는 오히려 기밀 정보를 넘기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국내 기업들은 보안시설 지도 처리 시 위장(82%)과 저해상도(6%) 기법을 주로 쓰는 반면,러시안 룰렛 규칙구글은 블러(12%) 방식만 고수하고 있어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계의 반발도 거세다.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사 90%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협회는 "국내 기업은 세금을 내고 규제를 따르는데 외국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면서 납세 의무조차 다하지 않는다"며 조세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구글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슬롯 추천 슬롯검증사이트인공지능(AI) 학습,스마트시티,관광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업계 일각에선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실제로 네이버,카카오 등은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지도와 물류,광고 플랫폼을 연계해 자생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글 지도 서비스 개선이 외국인 관광객 편의성을 높이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글로벌 1위인 구글지도가 한국에서만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외국인 방문자 입장에서는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현재 국내에서는 주요 기능의 제한으로 경쟁력이 낮은 상태다.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국내 지도 및 내비게이션앱 사용자수 점유율 1위는 네이버지도로 전체 사용자의 70.09%를 차지했다.이어 티맵(38.07%),카카오맵(30.39%) 순이었다.구글지도는 22.39%로 4위였다.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디지털 전환의 진전과 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적용되는 현재,지도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와 혁신 제품의 출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데이터 정책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정밀 지도가 단순한 위치 정보에 그치지 않고 미래 전략기술과 안보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흥 안보 위협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국내 산업·경제·안보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청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목적이 깔려 있다"며 "이 데이터가 AI 학습용으로 활용될 경우 국가 AI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 또한 "현대전은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활발하기에 구글이 요구한 지도 정보를 제공하면 국가 중요시설 정보가 노출돼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