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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맛보는 역사,19회 대통령배 경마대회역사로 배우는 커피]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주는 시사점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에 미국 커피 기업 스타벅스가 들어와 정착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1996년 일본에 가장 먼저,이어서 1999년 중국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장 먼저 매장을 연 일본에서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급속도로 성장하였다.2000년 초에 100호점을 돌파하였고,2001년에 200호점을 넘어섰다.
우리와 같은 해에 첫 매장을 연 중국에서는 일본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지는 않았다.2년 정도 지난 2001년에 30여 개의 매장이 설립되었다.우리나라에는 24개 매장이 문을 연 상태였다.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중국의 성장은 느린 편이었다.중국의 오래된 차 문화가 장애물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니었다.왜냐하면 스타벅스가 초기에 성공을 거둔 캐나다,일본,영국 등도 중국 못지않은 차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스타벅스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집념과 미국 문화에 대한 반감이었다.중국에서는 2000년 9월 수도 베이징의 중심에 있는 자금성에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자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여론 조사 결과 시민 70퍼센트 이상이 스타벅스의 자금성 진입에 반대하였다.
그런 반대에도 자금성 지점은 문을 열었다.그러나 성장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일본에서의 성공에 미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중국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고,급속도의 매장 설립이 시작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였다.국제적 이벤트인 올림픽을 통해 형성된 서양 문화에 대한 거부감 감소가 가져다준 효과였다.
눈여겨볼 것은 초기 스타벅스 성공 요인의 하나가 표준화 전략이었다는 점이다.세계 어느 나라에 있든 스타벅스 매장의 커피 원두나 메뉴는 물론,종이컵,냅킨,빨대 등이 공통이었다.현지에서의 변형을 허용하지 않는 전략으로 강력하고 통일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매장을 꾸밀 때도 가구 디자인,색깔,모양까지 일일이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이런 원칙 혹은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런데 다양한 문화권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런 표준화 전략이 현지 문화로부터의 저항을 불러오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초기에도 몇 가지 에피소드 수준의 이야기를 남겼다.
지역 문화와의 조화를 경영 전략으로
2000년 5월 1일 국내 4호점으로 명동 지점이 문을 열 때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직접 참석하였다.4호점인데 무엇이 슐츠의 참석을 이끌었을까?그것은 규모였다.테이크아웃을 중시하던 스타벅스였기에 미국 본토는 물론 대부분의 해외 매장이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픈 당시 명동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이었다.4층,160평,200석 규모였다.미국,일본,메이저 슬롯 사이트 bbq중국,영국 등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현금홀덤사이트큰 도시도 많고,땅도 넓은 나라들을 제치고 어떻게 한국의 명동 매장을 가장 크게 만들 생각을 하였을까?
기자회견에서 슐츠는 이렇게 대답했다."한국의 커피 고객들은 테이크아웃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특수성을 갖고 있어서 넓은 매장과 많은 좌석이 필요하다."
당시 표현을 빌자면 '가지고 나가는' 커피에 부정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무시하기보다 그동안 스타벅스가 지속해왔던 스타벅스의 전략을 수정한 것이었다.현지 문화로부터의 저항이 드러나기 이전에 스스로 현지 문화를 수용한 전략이었다.어찌 보면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서 현지 문화에 대한 배려 정신,고객 친화적인 영업 전략을 획득한 셈이었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물론 스타벅스의 성공에는 기업이 이룬 성과는 반드시 직원과 공유한다는 창업자의 기본 철학이 바탕이 되었다.파트타임 근무자를 포함한 전 직원을 파트너로 받아들여 스톡옵션을 비롯한 최고의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례는 인사동 매장이었다.2001년 봄부터 인사동에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다.우리나라 전통문화가 녹아 있는 대표적인 도심 지역 관광 명소 인사동에 미국 문화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매장을 연다는 소문은 급속하게 퍼졌고,인사동 상인들 다수는 격하게 반대하였다.특히 전통 음료를 판매하는 업소의 반대가 심하였다.
스타벅스는 타협의 길을 선택했다.간판을 영어 'STARBUCKS COFFEE'가 아니라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붙였다.인사동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적 변형이었다.또 건물 외벽 한쪽을 전통 기와와 한옥 문창살로 장식하였고,내부 인테리어 일부를 흙벽돌로 만들었다.벽에 전통 부채와 하회탈도 걸었다.
스타벅스 측은 "영어가 아닌 그 나라의 언어로,그 나라의 전통 요소를 가미해 인테리어를 하기는 이번이 스타벅스 사상 최초였다"고 설명하였다.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국의 전통 음료를 판매하고,매장 내에 전통 음악을 틀어놓을 계획도 언급하였다.스타벅스가 세계화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 문화와의 조화를 하나의 경영 전략으로 선택한 출발점이었다.
큰 파도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
인사동 매장은 이해 8월 19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인사동 지역 상인들과 국내 여론의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스타벅스 인사동점 개설은 "인사동 주민을 욕되게 하는 몰지각한 처사인 동시에 반문화적 영업 전략"이라고 비난하며 즉각 철수를 요구하였다.인사동번영회는 스타벅스 철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스타벅스 인사동 매장 개점에 대한 언론의 보도 또한 매서웠다.<동아일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71.2퍼센트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하였다.<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며 "스타벅스의 기습적 개관"이라고 표현하며 옛날 이야기가 돼버린 인사동 전통이라고 한탄하였다.<세계일보>는 "미국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진주"함으로써 인사동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훼손하였다고 보도하였다.영국 여왕의 방한으로 하회마을을 행락지로 만든 데 이어 인사동을 또 하나의 유흥가로 만든 당국을 비판하였다.
스타벅스 인사동 매장이 촉발한 이런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이듬해에 인사동을 '문화지구 1호'로 지정하는 것으로 응하였다.외래문화를 수용하되 전통적인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외래적인 요소의 영향력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정진구 사장이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프레지던트 어워드'라는 일종의 경영대상을 받은 것이 2001년이었다.스타벅스가 진출한 전 세계 매장 가운데 개점 후 가장 이른 시간인 1년 만에 흑자를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다.스타벅스의 현지화 전략이 거둔 성과였을 수도 있다.
24년 전 스타벅스 인사동 매장 설립을 둘러싼 갈등과 타협 과정은 미국의 관세 압력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무조건 반대도,무조건 수용도 정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자기 방식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정답이라는 것도 명료하다.미국식 규범이나 표준을 받는 척하더라도,우리 산업이나 우리 문화의 핵심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글 간판,선택 게임 추천하회탈,기와 문양이 있는 스타벅스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우리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과 미국적 상업주의의 적절한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후일 사이렌 오더 시스템을 도입한 우리나라 스타벅스 사례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의 장점이나 문화적 정체성에 기반한 우리 기준으로 미국 중심주의에 맞서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큰 파도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파도를 받아들이는 나약함이나 파도에 맞서려는 만용이 아니라 스스로 파도를 만들어 함께 가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커피인문학자)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례> 커피 관련 2001년 신문 기사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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