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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금융감독원과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을 두고 기싸움에 나서 눈길을 끈다.콜옵션은 발행사가 채권 투자자에게 특정 시점에 원리금을 갚겠다는 묵시적 약속인데 금감원이 이에 제동을 건 다소 생경한 상황이다.당국과 대척점에 서면서 롯데손해보험의 경영권 매각 작업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이하 JKL)는 작년부터 경영권 상시 매각 체제를 가동 중이다.매각 대상은 JKL의 보유 지분 77.04%다.앞서 2019년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총 7296억원을 투입했다.지난해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하면서 차환을 거쳤으며 대출잔액은 4650억원이다.

JKL은 롯데손해보험 인수 이후 장기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 기반을 다졌다.덕분에 미래 예상 이익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은 2022년 1조원대에서 작년 말 2조3202억원으로 증가했다.순자산에 CSM을 합산해 산출되는 내재가치 역시 2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뜻이다.

잠재 수익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당장 자본 부족 가능성에 경고음이 울린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금감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저지하면서 건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손해보험은 5년 전 900억원 규모로 발행한 8회차 후순위채에 대해 이달 8일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했다.후순위채 투자자는 조기상환일에 맞춰 회수를 기대하므로 롯데손해보험 역시 시장 관행에 따라 콜옵션 행사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당국은 후순위채 콜옵션 이후 자본건전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나섰다.발행사의 콜옵션 미이행은 시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이벤트로 꼽힌다.투자자의 원리금 회수 기대감에 반하는 행보로 투심을 급격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롯데손해보험 역시 후폭풍을 고려해 상환을 강행하려 했으나 금감원이 예탁결제원에 공문을 보내 저지하면서 관련 절차는 멈춘 상태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롯데손해보험에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지급여력비율(K-ICS)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작년 말 롯데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154.6%로 당국 권고치(150%)를 충족하고 있으나 자본성 증권인 후순위채를 갚으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경영에 개입하는 상황이 연출된 만큼 JKL의 롯데손해보험 매각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앞서 우리금융지주도 동양생명과 ABL생명보험 인수 과정에서 미흡한 내부통제 등을 지적 받으며 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는 게 맞지만 당국이 저지한 이상 롯데손해보험의 선택지가 없다”라며 “금감원이 겉보기에 콜옵션을 막았지만 사실상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유도하고 있는 건데 최대주주가 펀드인만큼 증자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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