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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철강 25% 관세 면제에 자동차 쿼터 관세 적용 합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가 韓관세 인하 협상 키포인트
LNG수입 확대 및 조선업 협력 강화…중요 협상 카드 부각
통상전문가 "품목별 관세도 협상 대상…서두르지 말아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JD 밴스 부통령,피터 맨델슨 주영국대사를 배석한 채 영국과의 무역합의를 발표하고 있다.2025.05.09.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영국과 첫 관세 협상 타결에 도달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철강·알루미늄 품목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 25%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영국의 관세 협상 타결은 '주고 받는 식'으로 귀결된다.영국은 에탄올·소고기·농산물·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품목별 관세 일부 인하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폐지를 이끌어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품목별 관세 인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도 미국이 원하는 대(對)한국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세우면서 협상을 진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미 양국은 오는 7월 8일까지 ▲통화정책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4개 분야에 대해 협상을 벌인다는 계획인 만큼 우리나라의 경우 다음달 출범하는 새정부의 역할이 막중해질 전망이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29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2025.04.29.


미국과 영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포괄적인 무역 협정 타결 소식을 전했다.미국은 영국에 상호관세 10%에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를 부과한 뒤 영국과의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양국은 약 한 달 가량 협상을 진행한 결과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 25%에 대해 연간 10만대는 10%를 적용하고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 25% 폐지에 동의했다.상호관세 10%는 유지키로 했다.

영국은 미국의 관세 완화를 받아내기 위해 맥주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에탄올의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고 소고기와 농산물,기계류 수입을 늘리기로 했고 미국이 요구했던 식품안정규정 개정 등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번 무역 협정 타결은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및 품목별 관세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경우 미국 측에서 관세 유예 또는 철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참석,토토로 큰 인형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마주하고 있다.(사진 : 기재부 제공) 2025.4.24.*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나라의 경우 7월 8일부터 적용되는 상호관세 25%에 대한 유예 또는 면제를 얻어내고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 25%에 대한 완화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자동차 342억 달러,일반기계 149억 달러,반도체 103억 달러,철강 29억 달러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 완화는 우리에겐 필수적이다.

지난 4월 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25%로 책정하면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해소를 원한다는 요구를 내비친 것은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 협상 전략을 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556억3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23억~25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면 1% 포인트(p) 가량의 상호관세율을 인하할 수 있는 만큼 미국에 내줄 것은 내주면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2일 오후 신년을 맞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 터미널을 찾아 수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2025.01.02.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는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협상 카드로 분류된다.연간 2000만t의 LNG를 수출한다는 미국 정책에 호응하면서 우리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실리도 챙길 수 있어서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오만 등의 장기 계약을 끝내고 도입선을 조정하고 있는데 500만~900만t 가량을 미국산 LNG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단순 계산으로 500만t의 미국산 LNG를 수입할 경우 드는 비용은 50억~60억 달러 수준이다.이를 활용하면 상호 관세율을 1~2%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장기 계약을 통한 추가적인 관세율 인하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조선업 협력도 중요한 협상 카드다.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해군력 강화를 비롯해 자국 조선 산업 재건을 원하는 만큼 미국에 손을 내밀면서 우리측 협상력을 높이는 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미국 조선기술 및 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미래 투자금액 등을 대미 수입액 등으로 환산해 관세율 인하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인천=뉴시스] 김명년 기자 =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관계자가 빈 트레일러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2025.04.24.


전문가들은 미국이 품목별 관세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이를 염두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특히 6월 새정부 출범전에는 현재의 각료를 중심으로 협상에 임하고 이후 새로운 리더십 아래 대미 협상을 진행하되 급하거나 서둘러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행보는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그동안 미국은 품목별 관세 부과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를 했는데 영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상호관세 인하 또는 폐지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품목별 관세를 포함해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7월 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현재의 각료들이 실질적인 협상을 진척시키고 미국이 원하는 방위비 인상,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등은 차기 정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간에 결정할 수 없는 것은 새정부에 맡기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정부를 따지지 말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간 관세 협상 타결은 품목별 관세에 대해 국가별로 협상을 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명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대한 현 정부가 설정한 협상 로드맵을 따라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새정부가 흐름을 가져가면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는 "관세 유예 또는 폐지에 대해 한번에 결론을 내리기 보다 일부분만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협상을 한 번에 타결하려고 하면 우리 측에서 내주는 것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7월 8일이라고 기한을 정한 것은 압력으로 볼 수 있다.미국의 패가 없을 때까지 논의를 진행하면서 협상을 끌고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인천=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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