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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릴 적,할아버지가 몰았던 그랜저는 요즘도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 그 네모나고 투박한 차는 온데간데없고,세련된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 그랜저는 누군가의‘드림카’라는 소리를 들으며 도로 위를 씽씽 달립니다.

세월 속에 녹슬 법도 했던 자동차 브랜드가 과감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들로 환골탈태하며 젊은 감성을 입은 덕분입니다.

최근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행보도 이와 비슷합니다.

특히 100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익숙한 이름의 장수 제약사들은‘낡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화제나 감기약와 같은 제품으로만 기억되던 기업들이,이제는 바이오,헬스케어,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제약사들이 어떻게 변화에 도전하고 있는지,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활명수의 1999년 TV광고(위)와 2024년 TV광고.

◇ “올해로 128살입니다”…80년 업력은 명함도 못 내밀어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는 국민 소화제‘활명수’의 개발과 시작을 같이 합니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급체,토즈 토토사이트구토,설사 등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위해 최초의 양약‘활명수’를 개발했는데요.

그리고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 아들 민강과 함께 동화약방을 창업했습니다.이 동화약방이 현재의 동화약품입니다.올해로 128살이네요.

장수 제약사로 동화약품의 뒤를 잇는 기업은 유한양행입니다.1926년 창립돼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은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주식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국내 장수제약사 3위는 1929년 창립된 삼성제약입니다.까스명수,피파 팀 추천 룰렛쓸기담,우황청심원 등 의약품과 살충제인 삼성킬라로 유명하죠.

이어‘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은 1932년 설립돼 장수제약사 4위에,종근당(1941년)은 8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며 장수제약사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습니다.

종근당 새 CI [종근당 제공]

◇ 약만 팔 수 없다…화장품·건기식으로 영역 확대

장수와 전통이 주는 이미지는 분명 큰 자산입니다.오랜 기간 쌓아온 업력과 역사에서 오는 신뢰감,안정성,그리고 브랜드 파워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한편으론‘오래됐다‘변화에 느리다’는 인식도 함께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비해 변화가 더디게 느껴질 경우,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라는 인상이 남을 수도 있고요.

이 때문에 한 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제약사들은 전통과 장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동화약품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후시딘 크림 성분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후시다인’을 출시했고,베트남 의약품 유통체인 '중선파마'를 인수해 약국 체인점 사업까지 발을 넓혔습니다.

종근당은 최근 50년 만에 기업 로고를 바꿨습니다.정체성과 전략의 전환을 대외에 선언하는 셈인 건데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새로운 로고와 함께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고 종근당의 미래 비전인 'Creative K-헬스케어 DNA(CKD)'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종근당이 겨냥하는 건 '헬스케어 글로벌 소비시장'입니다.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과 함께 유산균‘락토핏’등 건강기능식품까지,헬스케어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제공]

◇ AI에 집중하기도…“혁신신약 개발 박차”

반면 유한양행은 기존 제약사의 노선을 유지하되‘인공지능(AI) 기반 신약’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휴레이포지티브,아이젠사이언스 등 AI 신약개발 전문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약후보물질을 공동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렉라자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는데요.

이처럼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신약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과 뷰티헬스 사업에 적극적인 동아제약의 경우,2013년 인적분할로 탄생한 동아에스티를 통해 신약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도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AI를 지렛대 삼아 관련 R&D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AI 의료 설루션 기업 에이아이트릭스와 손잡고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개발(R&D)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더 오래 살아남으려면…결국엔‘신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사는 독일의‘머크’입니다.1668년 설립됐으니 350년이 넘는,제약업계의 그야말로 최장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장수 제약사들이 머크처럼 더욱 오래 존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업계와 전문가들은‘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목소리를 동일하게 냈습니다.

물론 앞서 설명한 대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의 진출,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신약 개발,끊임없는 R&D 투자 등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기업의 존재 가치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장수 제약사는 혁신과 변화를 수용하는 동시에,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집중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세대 공감을 실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윤리경영 강화,친환경 생산 체계 도입,사회공헌,그리고 제품의 확실한 안전성 확보 등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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