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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여성에게 수면제 14일 치를 먹여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남성은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정도성)는 16일 강간·강간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70대 남성 조모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조 씨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숙박업소에 피해자인 50대 여성 A 씨와 함께 투숙하며 5차례에 걸쳐 수면제 42정(14일 치)을 몰래 먹인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A 씨는 4월 3일 의식을 잃고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조 씨는 A 씨가 허공에 헛손질을 하며 횡설수설하거나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는 등 심각한 상태임을 인식했음에도 구호 조치는 커녕 성폭행을 위해 추가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지난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여성 B 씨에게 수면제 21알을 먹여 성폭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밴디 월드컵강간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란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신상정보 공개·고지,밴디 월드컵전자장치 부착명령 등도 요청했다.
검찰은 "많은 양의 수면제를 단기간에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들도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망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또 이미 수면제를 먹고 의식이 흐려진 피해자에게 추가로 수면제를 먹인 점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라고 밝혔다.
반면 조 씨 측 변호인은 강간은 인정하지만,살인에 대한 고의는 없었으며,밴디 월드컵피해자의 사망을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함께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이였고,밴디 월드컵자고 나면 약효가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피고인이)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시켰지만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조 씨 역시 "단기간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면 위험하단 걸 알아 조금씩 나눠준다는 게 많은 양이 됐다"며 "저의 성적 만족을 채우려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준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겠다.제가 큰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조 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2일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