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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AI·신사업에 수천억 쏟을 때…본업 시설투자 감소세
SKT 유심 해킹·KT 통신 장애·LGU+ 정보 유출…되풀이된 악몽
"새 수익 찾는 탈통신 필요하지만…통신망 안정·신뢰성 확보돼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유심 해킹 사이버 침해 관련 언론설명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5.05.02.[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SK텔레콤 고객 유심(USIM) 정보가 대규모 유출되는 보안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반복되는 대형 통신 사고들을 두고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등 탈(脫) 통신 신사업에 집중한 나머지 본업인 통신망 사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안정성·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KT,LG유플러스도 과거 통신 분야를 벗어나 금융·렌탈·부동산·AI·모빌리티 등 통신 외 영역으로 눈을 돌린 이후 대규모 통신 장애,해킹 사고 등을 겪은 바 있다.이제 스마트 기기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어느 때보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안정성·신뢰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가 정점에 달한 2010년 이후 감소 추세다.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 규모는 대략 6조6109억원.전년 대비 1조552억 가량 줄었다.설비투자는 통신 네트워크 품질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읽힌다.

인공지능(AI) 등 통신 3사의 신사업 투자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SK텔레콤의 경우,지난 한해 AI 사업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국내외 AI 관련 기업 투자에도 전방위적이다.엔트로픽에 1억 달러,람다에 2000만 달러,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AI 데이터센터·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에 따라 올해 AI 사업 투자 규모는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AI 사업을 차기 먹거리로 신규 투자와 관련 전문인력 확충 등 재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통신 시장이 포화기에 직면하면서 본업 만으로는 성장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이다.실제 난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부문 매출 증가율은 1~2% 내외에 그쳤다.이미 국내 이동통신 회선은 약 5700만개에 달해 인구 수보다 많은 수준이다.5G 보급률도 70%를 넘어서며 확장 여력이 한계를 맞았다.결국 '돈을 더 벌기 어렵다'는 판단에 본업에서 눈을 떼고 신사업에 치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AI 전문인재를 영입한다고 기존 연봉체계까지 무시하면서 뽑고 있는데 반해,본업인 통신 현장 인력은 감원 대상이 되고 있다"며 "특히 네트워크 현장 관리 등은 찬밥신세가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서창석 KT 네트워크 혁신 TF장과 임원진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West사옥 대회의실에서 인터넷 장애 관련‘재발방지대책 및 보상안’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박효일 고객경험혁신본부 상무,박현진 전무,서 TF장,권혜진 네트워크전략 담당 상무.(공동취재사진) 2021.11.01.
이같은 기류 변화 속에 해킹·통신장애 사고 같은 통신사 대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사고로 서울 마포·용산·서대문구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두절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통신 본업 소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2018년은 KT가 부동산 자산 수익화,금융거래 플랫폼 구축 추진 등 비(非) 통신 사업 확장에도 힘을 쏟던 시기였다.미흡한 사고 대응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황창규 당시 KT 회장이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에도 통신망 장애사고는 반복됐다.2021년 KT 내부에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발생하며 수시간 동안 전국적인 통신망 장애가 일어났다.구현모 당시 KT 대표가 '디지코(DIGICO)'를 내세우며 탈통신에 속도를 붙이고 있었다.통신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빅데이터,클라우드라는 'ABC 사업' 추진을 내세웠다.사고 발생 직전에도 KT는 3조원 규모의 국내 AICC(AI컨택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어떨까.지난 2023년 발생했던 고객 30만여명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도 LG유플러스가 자사 AI 서비스 통합브랜드 '익시(ixi)'를 론칭한 지 반년여 만에 터졌다.당시 CEO였던 황현식 전 사장은 "2027년까지 비통신 매출을 40%까지 확대하겠다"며 AI·미디어 콘텐츠·모빌리티 등 비통신 사업 확장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시기다.

SK텔레콤 역시 AI 사업 확장에 매진해 보안 투자에 다소 소홀할 때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2023년 기준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627억원(SK브로드밴드와 합산시 850억원) 수준으로,KT(1218억원),LG유플러스(632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정보보호 투자는) 5년간 지속적으로 늘었고 800억~850억원 수준이다.투자가 충분하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투자를 지속해왔다"고 말했지만,통신 3사의 영업이익 대비 정보보호 투자액 비율로 따지면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16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용산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및 디도스(DDoS) 공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LG유플러스 이상엽 CTO,권준혁 부사장,한 대표,정수헌 부사장,최택진 부사장,박형일 부사장.2023.02.16.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이 본업에 소홀해질 때마다 대형사고가 반복돼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주력사업인 통신업 기본기를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통신사 시스템에는 가입자 정보와 거래 정보가 집약돼 있는 만큼,정보보호는 통신 서비스 신뢰와 직결된 핵심요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람 뿐 아니라 사물,시설물,게임 무료 vpn 추천로봇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물리는 초연결 시대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끔찍한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통신사들의 새로운 서비스들도 대부분 통신 인프라 기반인데 네트워크 품질과 정보보호를 등한시 할 경우,위험 요소만 늘려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전문가는 "시장 포화에 더해 매년 반복되는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통신사들의 탈통신 경영기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AI를 비롯한 신사업 경쟁력 역시 안정된 통신 경쟁력에서 나오는 만큼,통신 안정성과 보안 투자 등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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