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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다 가블러' LG아트센터서 내달 8일까지…낮 시간대 첫 공연도 객석 가득

헤다 가블러 공연 모습[LG아트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자기 의지로 자유롭고 용감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해방감.아름답고 빛나는 일이야."

가블러 장군의 딸인 헤다(이영애 분).그는 뭇 남성들의 선망 대상이지만 학문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조지 테스만과 충동적으로 결혼한다.6개월간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헤다는 일상이 권태롭기만 하다.그러던 중 과거 연인이자 조지의 학계 동료인 에일레트가 성공한 모습으로 나타나고,인터넷 도박 예방 교육남편의 친구인 브라크 판사는 헤다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접근해 온다.헤다 주변의 세 남자 에일레트와 브라크,조지가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가면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상반기 연극계 화제작 중 하나인 이영애의 '헤다 가블러'가 지난 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베일을 벗었다.이영애가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터라 낮 시간대 열린 첫 공연은 1천300여석이 거의 다 찼다.

헤다 가블러 공연 모습[LG아트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다 자기 파괴에 이르는 여성 헤다의 이야기다.이번 공연은 영국과 미국의 유명 연극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여러 차례 받은 영국 작가 겸 연출가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바탕으로 했다.원작에서 19세기 유럽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지우고 주변의 압박이나 제약에서 해방을 원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바꿨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헤다의 36시간을 그리는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이영애다.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수십 년만인 그의 연기는 다소 '연극적'인 느낌도 들지만,한편으로는 거만하고 냉소적이며 자기중심적인 헤다의 캐릭터와 묘하게 어울린다.드라마 '구경이'의 구경이,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등 그간 사랑받은 이영애의 역할들이 순간순간 겹쳐 보이기도 한다.제작발표회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다"던 이영애의 헤다는 에너지를 뿜어내기보다는 냉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여기에 김정호(조지),카지노 플레이어를 위한 usdt의 이점지현준(브라크),이승주(에일레트)를 비롯해 에일레트와의 관계로 헤다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테아 역의 백지원 등 베테랑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로 극을 뒷받침한다.

헤다 가블러 공연 모습[LG아트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전인철 연출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차별화 요소로 무대 연출을 내세웠다.1천3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를 깊고 높게 사용했다.창이나 문이 없는 무채색의 벽으로만 구성된 무대는 헤다의 심리를 반영한다.특별한 변환 없이 계속 헤다의 집으로 꾸며지는 무대에는 모든 배우가 동시에 등장하고 극 내내 퇴장 없이 머무른다.배우들은 뒤편의 의자에 앉아있거나 벽에 기대서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다 자기 차례가 되면 무대 앞으로 나와 연기를 펼친다.전 연출에 따르면 무대 위에 계속 머무르는 배우들은 시선으로 헤다를 압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헤다 가블러 공연 모습[LG아트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브 영상 활용으로 극 진행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가정부 베르트 역의 조어진 배우는 중간중간 핸디캠을 들고 헤다를 가까이에서 찍고,클로즈업된 헤다의 모습은 무대 정면의 벽을 스크린 삼아 라이브 영상으로 상영된다.에일레트와 과거의 이야기를 나눌 때,에일레트의 원고를 태울 때 등 주요 장면에서 헤다의 표정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공연은 원캐스트로 6월 8일까지 이어진다.

연극 '헤다 가블러' 무대 모습[LG아트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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