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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10주차 > 저마다 다른 아기들의 성장 리듬

아이가 처음으로 일어나던 날.평균보다 느려도 상관 없다.어차피 일어나는 건 다 똑같을 테니까./사진=최우영 기자'우리 아이 천재설'은 적지 않은 부모들이 한 번씩 걸리는 병(?)이다.아이가 조금만 특별한 모습을 보여도 "내가 영재를 낳은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떤다.사실 두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본인이 천재가 아니라면 아이도 아닐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그저 아이들의 보여주는 매일매일의 새로움이,팔불출 부모와 맞물리며 벌어지는 해프닝 정도로 이해해야겠다.

'천재설'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 미숙설'이다.끊임없이 다른 집 아이들의 발육 속도와 비교하고,소아청소년과에서 알려주는 '백분위' 신체 발달 순위에 집착하는 것.'적정 치아는 월령 빼기 6(10개월이면 4개가 적정)' '6개월이면 기어 다니기 시작해야' 같은 말들에 매몰되는 것이다.'천재설'의 결말이 부모의 실망뿐이라면,'미숙설'은 나중에 애까지 괴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의 발달,'평균'에 울고 웃는 부모들

이유식을 잘 먹지 않던 아기,이제는 밥솥을 직접 탐할 때도 있다./사진=최우영 기자아이의 발달 정도가 궁금해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부모들의 말이 천차만별이다.다수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평균'에 미친다는 점에 안심하고,평균보다 좀 늦은 아이 부모들은 걱정을 한 바가지 쏟아낸다.

때때로 "8개월 아기가 벌써 걸어 다니려는데 괜찮나 모르겠네요" 같은 식으로 다른 집보다 조금 빠른 발달을 보이는 아이 부모들의 '우려를 가장한 자랑'도 보인다.이런 글들은 평균보다 조금 느린 아이를 둔 부모들의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타인이나 집단 구성원들과 비교하려는 심리는 본능일 수 있다.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심지어 자신의 의견이나 비가시적 능력까지 비교질하는 게 인간 본성이라고 하지 않았나.그런 면에서 자녀에게 몰입해 신체 발달이나 성장 단계를 비교하는 걸 이해할 수는 있다.
아기 크는 데 적정 경로가 따로 있을까

다른 애기들 다 앉는 바운서를 유독 즐기지 못하던 아기.이제는 많이 커서 바운서에 들어가지도 않는다./사진=최우영 기자이런 조바심을 해소하는 데는 오프라인이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가끔 영유아 수영장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동육아방을 가면 태어난 지 1~2년이 안 된 아기들과 부모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유모차 끌고 동네 공원을 다니다가도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스몰토크가 시작되기도 한다.

다수의 아이를 보면서 느낀 건,성장이나 발달 속도가 저마다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통상 아기들의 행동 변화는 뒤집기→되집기→배밀이→기어 다니기→앉기→서기→걷기 순서로 일어난다고 한다.그래서 다음 단계로 빨리 나아가지 못하면 부모들은 조급증에 걸린다.그런데 의외로 중간 단계를 뛰어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심지어 기어 다니지 못하던 아기가 갑자기 앉기 시작한 사례도 봤다.

몸집이나 키가 또래보다 작던 아이가 급격하게 크는 것도 봤다.치아가 빨리 나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어떤 아이 엄마는 몇 달이 지나자 이제는 아기가 너무 물어뜯어서 아프다고 하소연한다.아기 옹알이가 좀 늦게 트인 한 집은 요즘엔 날마다 익룡처럼 소리치며 노는 통에 귀청이 떨어질 것 같다고 한다.소아과 의사가 딱히 문제 삼지 않는 경우엔 큰 걱정이 필요 없단 얘기다.그저 모유,분유,이유식 제때 먹이면서 잘 놀아주나 보면 아이는 어느 순간 벼락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조급증 빠진 부모들,결국 애 망치더라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아이의 성장,발달에 조급함을 느끼는 부모들의 강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해악이 심각해진다.9개월부터 단어 공부를 시키고 20개월에 책을 읽게 시키기도 한다.나중에는 기저귀 찬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사교육에 맡기려고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이어진다.

'24개월에 책 읽는 아기'라며 주변에 자랑하던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다.뇌가 충분히 크지 않은 상태에서 문자를 조건반사식으로 읽게 만든 것이다.이를 '과잉언어증(하이퍼렉시아)'이라고 한다.유아 정신질환이다.이런 아기들의 증상을 '후천적 자폐'로 보는 경우도 있다.조급증,강박증에 빠진 부모의 그릇된 정신이 아이의 정신 건강까지 망가뜨린 셈이다.

살아오며 겪었던 천재형 인물 중 조기 강제교육을 받은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오히려 읍·면 단위에서 나고 자라며 사교육의 세례를 전혀 받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그들은 조기교육의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은 부모 밑에서 밥 잘 먹고 뛰어놀며 컸을 뿐이다.

아기가 좀 늦게 크거나 발달 속도가 느리면 불안한 건 당연하다.그 불안을 털어내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꼬박꼬박 받으면서 소아과 전문의 주기적으로 만나고,아기 이유식을 좀 더 영양가 있고 맛있게 만들고.내 몸이 바스러질 때까지 아이와 신나게 놀면서 근육 발달을 도와주면 된다.유튜브나 블로그에서 근본 없는 전문가 호소인들의 헛소리에 휘둘리는 건 오히려 자녀를 해친다.어설프고 극단적인 조기교육이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인지,로얄 크라운 슬롯 무료 게임조급증에 빠진 부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는 자위용 수단인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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