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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력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글로벌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2000년 1만 5,278.69TWh였던 글로벌 전력수요는 지난해 3만 856.98TWh로20여년새 배가 됐고,역대 최대 기록을 4년 연속 경신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이렇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과거처럼 화석연료에만 주로 의지해 공급하진 않았다는 점입니다.지난주 연재에서 살펴봤던 것처럼,2000년 5,400.35TWh였던무탄소 발전원의 발전량이 2010년 6,920.13TWh,2020년 1만 144.21TWh,그리고 지난해엔 1만 2,609.38TWh로 늘어났습니다.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발전원의 발전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2010년대부터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청정전력의 비중은 2000년 35.4%에서 2024년 40.9%로 높아졌습니다.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청정전력은 더 이상 '대체 에너지'가 아닌 '주력 발전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됐습니다.

에너지전환의 시대에 본격 돌입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 발전량(5,864TWh)을 기록한 나라,미국은 전 세계 최대의 가스 발전량(1,865TWh)을 기록한 나라라는 '전통적 G2'의 구도와 더불어 무탄소에너지에 있어서도미중의 G2 구도는 공고해졌습니다.지난해 기준 원자력 발전량의 세계 1,2위도 미국(782TWh)과 중국(445TWh),태양광 발전량의 세계 1,2위도 중국(834TWh)과 미국(303TWh),풍력 발전량의 세계 1,2위도 중국(992TWh)과 미국(453TWh)이었습니다.단순히 이들 국가를 석탄 발전량이 많다는 이유로,또는 가스 발전량이 많다는 이유로 비난하기에도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또,이들이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아 무탄소 발전원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에너지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국익의 극대화'입니다.'지구를 위해서'라는 명분 뒤에 숨은 진짜 의도인 셈이죠.엠버는 최근 〈불안정한 세계 속 에너지 안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에너지전환이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당장 전 세계 인구의 76%가 석탄 수입국,79%가 석유 수입국,62%가 천연가스 수입국에 속했습니다.탈화석연료가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라 널뛰는 가격 리스크를 없애고,자국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전략인 이유입니다.

엠버는 전기화 노력이 한국과 일본,중국 등 주요 화석연료 수입국의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습니다.현재 우리는 GDP의 6% 이상을 화석연료 수입에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이는 3%대의 일본이나 2%대의 독일,중국,프랑스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이들 나라가 그저 전기차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줄일 수 있는 화석연료 수입액은 연간 5,9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엠버의 설명입니다.여기에 건물용 히트펌프까지 도입할 경우,연간 8,400억의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각국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까지 나설 경우,화석연료 수입액은 무려 1조 2,600억달러나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우리나라는 여전히 GDP의 3%대 가량을 화석연료 수입에 써야만 하는데,엠버는 “산업용 히트펌프나 보일러,전기로 등을 통해 추가로 더 화석연료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나서고,히트펌프와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경우,세계 각국이 수입하는 화석연료 총량은 70% 줄어들고,화석연료 수입을 위해 들이는 비용 또한 70% 감소한다는 것이 엠버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을 통해 달성하는 에너지 자립은 국가의 에너지 안보 확립으로 이어집니다.엠버는 수입산 석유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과 수입산 태양광 패널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을 비교했습니다.수입 석유 기반 시스템 하에선 매년 연료 수입을 하는 과정에서 대외 의존이 계속돼 수급 리스크가 지속되며,더욱이 매 30년 정유설비의 개보수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반면,수입 태양광 패널 기반 시스템에선 처음 발전설비를 도입할 때엔 대외 의존이 불가피하지만,이후 설비를 운영하는 동안엔 오롯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고,이후 30년차에 새로 설비를 교체할 때에만 일시적으로 대외 의존을 하게 된다고 이 둘을 비교했습니다.중동 등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보다,중국 등 특정 국가가 패권을 쥐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도입하는 것이 더 리스크가 적다는 겁니다.

다만,금강 카지노 먹튀이런 재생에너지 기술의 대외 의존 또한 넘어야 할 산임은 분명합니다.엠버는 이를 위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의 시대에서 과도기적으로 청정전력기술 수입 의존의 시대를 지나 순환경제를 통한 완전한 에너지 자립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각각의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리스크는 줄어든다는 것이 엠버의 설명입니다.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에서 그 수입이 중단되면 전체 경제 시스템이 마비돼 당장의 경제도,앞으로의 성장도 위기에 빠지지만,최소한 과도기적으로나마 청정전력기술을 수입해 도입하면,그 기술의 수입이 갑작스레 멈추더라도 미래의 경제 성장은 억제되겠지만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어느정도 굴러갈 수 있다는 겁니다.자립 가능한 순환 생태계 하의 에너지 자립의 시대에선 이런 기술의 수입이 멈춰진다 한들,현재의 경제는 자원순환의 고리를 통해 각종 원재료가 자국 내에서 재활용됨으로써 장기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미래의 경제 성장 또한 당장의 걱정은 덜게 되고요.

에너지전환을 그저 '강대국 사이 싸움'이라며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바라보기만 하면 안 된다 것은 결국 자명해집니다.전 세계 화석연료 발전량 상위 10개국에 드는 나라(석탄 8위,천연가스 9위)의 입장에서도,함께 상위 10개국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해외에서 비싸게 그 연료를 수입해서 쓰는 입장에서도,치열한 글로벌 무역시장의 경쟁 속,전기가 그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운데 국가 경제의 큰 부분을 수출에 기대는 입장에서도… 우리는 이런 흐름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또한,이처럼 글로벌 집계가 고도화되고,그렇게 모인 데이터가 수십년 단위로 쌓이게 되면서 이 숫자들은 국가별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근거자료가 되는 만큼,메이저먹튀국가 차원의 '방어 논리'를 쌓기 위해서라도,최소한 '세계 평균 수준'의 변화는 해야 하고요.

우리나라는 그럼 보다 자세히 어떤 상황인 것일까.발전믹스를 살펴보기에 앞서,1차 산업혁명의 전후 시점으로 볼 수 있는 1750년 이래 국가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한국은 세계 16위를 기록 중입니다.아무리 서구가 산업화를 선도하며 일찌감치 온실가스를 뿜어왔다 한들,뒤늦게 중국과 인도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뿜고 있다 한들,지금껏 뿜어온 총량에 있어 우리는 다른 나라를 탓하기보단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탓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죠.

다시 엠버의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5〉 보고서로 돌아와서,지난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전력을 소비한 나라로 집계됐습니다.국가별 1인당 전력 사용량 측면에서 보면,우리는 1인당 12MWh를 소비하며 세계 평균(3.8MWh)을 아득히 뛰어넘고,세계 3위에 올랐습니다.동쪽의 그리 면적이 크지 않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사용한 전력은 수백 국가들의 데이터가 담긴 글로벌 통계에서도 바로 눈에 띌 정도로 많은 겁니다.

기후변화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근거가 될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럼 어떻게 달라졌을까.전력 생산에서 비롯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은 2000년 약 8,056Mt에서 2024년 1만 4,602Mt으로 81.3% 증가했습니다.그런데,이 기간 주요 배출 지역 가운데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시아와 중동 뿐입니다.아시아에서의 발전부문 배출은 2000년 2,624Mt에서 2024년 9,263Mt으로 무려 3.5배가 됐습니다.중동 또한 같은 기간 331Mt에서 949Mt으로 2.9배가 됐고요.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나 아프리카(2000년 274Mt → 2024년 528Mt)와 중남미(2000년 274Mt → 2024년 469Mt)의 배출도 늘었습니다.반면,유럽의 배출은 1,909Mt에서1,435Mt으로 24.8% 줄었고,북미는 2,458Mt에서1,792Mt으로 27.1% 감축했습니다.글로벌 통계에서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오세아니아 또한 2000년 186Mt에서 2024년 166Mt으로 감축을 이뤘고요.

개별 국가별로 살펴보면,발전부문 배출 총량에 있어 압도적 1위는 중국(5,638.22Mt)이 차지했습니다.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뿜어낸 배출량을 의미하는 원단위 배출량에 있어선 인도가 1kWh당 708g의 온실가스를 뿜어 1위에 올랐고요.두 부문의 순위에서도 한국은 상위권에 있었습니다.엠버 집계에 따르면,우리나라의 발전부문 배출은 257.69Mt으로 중국과 미국(1,682.73Mt),인도(1,457.4Mt),러시아(544.12Mt),그리고 일본(493.08Mt)에 이은 6위를 기록했고,원단위 배출량은 414gCO2eq./kWh로 세계 평균(473gCO2eq./kWh)보다는 적었지만 인도,중국(560gCO2eq./kWh),일본(482gCO2eq./kWh),러시아(449gCO2eq./kWh)에 이어 5위에 올랐습니다.이는 사실상 '선진국 최다 수준'입니다.전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량이 손꼽히게 많았던 일본이 후쿠시마 참사 이후 원전 가동의 정상화가 아직인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늘렸던 만큼,이런 일본의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한국보다 더 많은 원단위 배출량을 기록한 것은 인도와 중국,러시아뿐이니까요.

또한,전력 생산을 위해 1인당 뿜어낸 배출량을 따졌을 때,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5톤을 뿜어내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이는 세계 평균인 1.8톤을 가뿐히 넘을뿐더러,미국(4.9톤),일본과 중국(각 4톤)뿐 아니라 러시아(3.8톤)와 독일(1.9톤),인도(1톤) 등 산유국이나 에너지 다소비 국가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입니다.

2000년 1만 5,278.69TWh였던 글로벌 전력수요가 2024년 3만 856.98TWh로 2배가 됐음에도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2000년 8,056Mt에서 2024년 1만 4,602Mt으로 81.3% 증가하는 데에 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엠버는 그 주요 원인으로 태양광 발전을 꼽았습니다.

엠버는 2020년 글로벌 태양광 발전 총량인 885TWh는 당시 브라질의 국가 전체 전력수요에 해당할 정도라며,이를 무탄소 발전원으로 생산함으로써 줄여낸 온실가스의 양은 662Mt,ASEAN 지역 전체의 전력부문 배출량에 맞먹는다고 설명했습니다.2022년엔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이 1,330TWh로,러시아의 연간 전력수요와 같고,그로 인한 감축량은 1,034Mt으로 중동 지역 전체에서 전력 생산 과정에 뿜어낸 온실가스의 양과 같았습니다.그리고 2024년,인도의 연간 전력수요에 해당하는 2,131TWh의 전력이 세계 곳곳의 햇빛으로 만들어졌고,그 덕에 미국의 전력부문 연간 배출량인 1,658M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한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한국에선 안 된다'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편견,그중에서도 '장마에,사계절에,여건도 좋지 않다'는 태양광에 대한 편견,풍력엔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지만 태양광에 대해선 감사와 수사 등이 잇따랐던 지난 몇 년의 세월 속에 태양광은 어떻게 우리 삶 속에 들어왔을까요.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