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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스페인 공연예술가 안헬리카 리델 첫 내한공연 현장
프라그마틱 슬롯 버프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후안 벨몬테’공연 장면.국립극장 제공" style="text-align: center;">
지난 3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공연 도중 9명의 관객이 차례로 퇴장했다.논란을 몰고 다니는‘문제적 예술가’안헬리카 리델(59)의 첫 내한공연이었다‘20살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은‘사랑의 죽음,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후안 벨몬테’란 길고 기이한 제목이었다.리델은 최근 간담회에서 공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관객에게 감정의 폭풍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그 점에선 일단 성공이었다.
공연은 고양이들에 둘러싸인 반나체의 토르소 남자,관을 연상시키는 검은 상자 등 몇개의 독특한 이미지로 시작한다.곧이어 등장한 리델은 포도주잔을 기울이며‘자해 퍼포먼스’에 나선다.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빵에 적셔 먹거나 갓난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은 가톨릭 성찬을 패러디한 듯하다.극본과 연출,무대,의상디자인까지 맡은 리델은 신비스러운 제의라도 치르듯 느릿하고 신중하다.무대 바닥이 피로 물들면서 첫 퇴장 관객이 나온다.“자해,제주파라다이스 카지노유혈이 표현된 장면 등 다소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며,동물(고양이)이 무대에 잠시 등장합니다.” 공연장 앞에 이런‘안내사항’이 붙어있지만,당혹감을 느낀 관객이 적지 않아 보인다.
누누 티비 카지노 시즌3후안 벨몬테’공연 장면.국립극장 제공" style="text-align: center;">
공연에 앞서 지난달 30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리델은‘자해 퍼포먼스’와 관련해 “저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피의 냄새로 자극을 받아 연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신체를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아름다움에 관한 진실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관객을 감정적으로 움직이려면 그에 맞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유럽에서 그는‘스페인의 분노‘마드리드에서 온 괴물’로 불리지만,온몸을 던지는 자기 파괴적 퍼포먼스로‘컬트적 추종자’를 거느린 공연예술가다.다루는 주제부터 폭력과 죽음,성과 광기 등 성역이 없다.
무대는 제사나 굿판을 떠올리게 했고,리델은 배우보다 무당에 가까웠다.실물 크기의 황소 모형을 제외하곤 무대에 가짜가 없었다.세례를 받는 갓난아이들도,도축된 거대한 소의 사체 2구도,고양이들도 모두 진짜였다.리델은 “관객에게 힘 있게 다가가려면 실물이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종이 등으로 대체하면 상징의 힘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리델이 오른쪽 팔과 다리가 절단된 남자를 안고 절규하는 모습은 예수와 마리아의 피에타를 재현하는 장면이다.자막엔 프랑스 시인 랭보(1854~1891)의 이름이 등장하는데,실제로 랭보는 종양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채,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갔다.스페인 여성 듀오‘라스 그레카스’의‘아싱가라’(Asingara)란 노래가 반복해 흘러나오는 가운데 리델은 분노에 치민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스페인어를 쏟아냈다.부조리한 관료,타락한 엘리트,영혼을 잃은 예술 등을 전방위적으로 겨냥했는데,한국어 욕설도 주저하지 않았다.
기괴하고 광기 어린 무대를 예술적으로 정제하는 건 장중하게 흐르는 음악이다.바흐의‘파사칼리아’와 헨델의‘사라방드,퍼셀의‘퀸 메리를 위한 장송곡,바그너의‘사랑의 죽음’등이 대표적이다.리델은 영화‘올드보이’의 조영욱 음악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을 정도로 무대 음악에 공을 들여왔다.
중도에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지만,관객 몰입도는 높은 편이었다.공연이 끝나자 기립해 박수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리델을‘예술적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공연가’라고 평했는데,자극성과 강렬함이란 측면에선 여타 공연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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