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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지난 3월26일 서울고법의 2심 판결 선고가 내려진 날부터 37일만입니다.
선거범의 신속한 재판 기간을 정한 공직선거법상 3개월보다 더 빨랐습니다.
재판 속도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 사건의 판결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하여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하였음"
- 대법원 보도자료,1일
대법원이 그동안 선고한 주요 사건들의 설명 자료에선 볼 수 없던 내용입니다.
대법원이 '적시'(알맞은 때)라고 설명한 핵심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공직선거법의 이른바 '6·3·3 원칙'을 따랐다는 것과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라는 겁니다.
JTBC 팩트체크팀에서 대법원이 내세운 근거를 따져봤습니다.
'6·3·3 원칙'은 2000년에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 나와 있습니다.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는 건데,법률에서 개별 사건의 재판 기간을 정한 건 유일합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해 선거범을 신속히 처벌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원이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이 기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선거범에 대한 재판이 늘어진다는 지적이 10년 넘게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였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첫 일성이 "재판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였고,취임 이후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원에 "선거법 강행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재명 후보 사건의 선고에서 '6·3·3 원칙'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JTBC는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실제 그 원칙을 지켜왔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대법원의 사법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조 대법원장 취임(2023년 12월 11일)이후 대법원이 선고한 '공직선거법' 판례를 찾아봤습니다.
총 5건입니다.조 대법원장 취임 전부터 대법원에 '묵혀있던' 사건이 2건,취임 후 접수돼 처리된 사건이 3건입니다.
앞의 두 건은 각각 2심 선고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750일과 357일이 걸렸습니다.
'6·3·3 원칙'을 지키지 않던 때 사건들입니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인 나머지 3건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각각 선고까지 113일,101일,블록 체인 기술 활용 기업113일이 걸렸습니다.
3개월 이내는 아니지만,그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 사건은 지난 3월 26일 2심 선고부터 37일 만에 대법원의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선고 '3개월 이내'라는 원칙을 지킨 유일한 사건이면서,유독 더 빠르게 처리한 사건인 셈입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에 이례적으로 외국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음.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대통령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킨바 있음"
- 대법원 보도자료,1일
2000년,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당시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었습니다.
승부를 결정지을 플로리다주에서 두 후보의 표차가 수백표에 그치면서,플로리다주가 주법에 따라 재검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 집계에 넣느냐를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했지만,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선언하며 혼선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에 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선거 사범에 대한 신속 재판의 사례'라기 보다는 '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란을 종식시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력 대선 후보의 형사적인 법률 위반을 따지는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이 후보자 사례와 비슷한 경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재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배심원은 이미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미국에서는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판단하고,판사가 형량을 정합니다.
예정된 선고일은 9월 18일,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욕주 맨해튼 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선고일을 대선 이후(11월 26일)로 미뤘습니다.
법원의 판결로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선고 공판이 일주일이라도 미뤄진다면 대선으로부터 41일 전에 선고하게 된다.선고 연기로 법원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결정을 내리거나 선고를 내렸다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
- 머천 판사가 변호인과 검사에게 보낸 결정문,2024년 9월 6일.
법원은 대통령 취임식을 코 앞에 둔 1월 10일,당선인 트럼프에게 유죄 선고를 했습니다.
다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무조건 석방"을 결정합니다.
미국은 형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되지는 않습니다.
수정헌법(14조 3항)에 따라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한 사실이 있을 경우에만 피선거권을 뺐습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지원 : 박진희 조벼리〉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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