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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전세계 카톨릭 신자를 이끌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로 선종했다.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오는 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시작된다.유럽과 미국에서는 지난해 10~11월,한국에서는 올해 3월 개봉했던 에드워거 버거의 영화 '콘클라베'가 최근 역주행하는 이유다.

[바티칸=AP/뉴시스] 26일(현지 시간) 성직자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2025.04.26.BBC는 영화가 조명하는 교황 선출 과정의 주요 장면과 실제 콘클라베의 차이,영화 제작진과 종교 전문가들이 내놓은 흥미로운 해석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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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AP/뉴시스]사도 성당의 수호자 브루노 실베스트리니 신부가 2021년 6월28일 바티칸시티의 시스티나 성당 문을 닫고 있다.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진행될 시스티나 성당이 27일(현지시간) 폐쇄됐다.2025.04.28.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콘클라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일명 천지창조) 아래에서 진행된다.이를 위해 교황청은 지난달 27일 시스티나 성당을 폐쇄하고,투표지를 소각할 굴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3명의 추기경(참가대상 추기경 중 2명 불참)은 외부인과의 소통이 허용되지 않는다.다만 스티븐 불리번트 트위크넘 세인트 메리 대학교 신학 교수는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들도 배고픔은 달래야 한다.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다만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것은 완벽한 고립으로 책임감을 고양하는 것을 목표로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라고 강조했다.애나 로울랜즈 더럼대학교 가톨릭 사상·실천 교수인 "밀실에 갇혀 있는 것은 더 강렬한 책임감의 감정을 위한 것"이라며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감을 바탕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자기 성찰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콘클라베와 정치 "지금이 중요"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사진제공=엔케이컨텐츠영화에서는 교황을 꿈꾸는 추기경이 은밀히 경쟁자의 추문을 흘리거나,선출 가능성이 낮은 추기경에 투표한 이들에게 '지지를 바꾸라'고 촉구하기도 한다.영화 콘클라베의 편집을 맡은 닉 에머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책략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화면에 격렬한 토론,파벌마다 그룹을 지어서 모여 있는 모습 등을 그렸다.

다소 과장된 묘사일 수는 있지만,이런 정치적 행동은 실제와 가깝다.티나 비티 로햄튼대 가톨릭학 명예교수는 "일부 추기경은 신의 인도를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어떤 이들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데 불안함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이에 영화는 투표 과정의 긴장감에 집중하지만,실제로는 콘클라베가 개시되기 며칠 전 회의에서 "더 많은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울랜즈 교수도 콘클라베를 준비하는 지금의 기간이 "서로를 알아가고,우선순위를 정하며,하나의 단체로서 협력해 통일된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추기경?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사진제공=엔케이컨텐츠영화에서는 선종한 교황이 비밀리에 임명한 '의중결정 추기경'(교황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임명한 추기경)이 경쟁에 뛰어든다.그러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교황이 추기경단 앞에서 공개적으로 임명하지 않은 추기경은 콘클라베에 참여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박한 콘클라베는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BBC는 평가했다.투표 자격이 있는 추기경의 약 80%가 지난 12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임명됐고,교황은 의도적으로 전 세계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로울랜즈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중 상당수가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며,과거라면 추기경이 배출되지 않았을 지역들인 만큼 그곳의 추기경들이 고민할 "우선순위와 최종 투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결국,사람의 일 영화와 실제 콘클라베의 가장 닮은 점은 인간의 결정이란 점이다.영화는 추기경들을 권력 다툼하는 오류투성이 인간으로 묘사하는데,영화를 감독한 버거는 과거 콘클라베가 고대의 영적 의식으로 여겨졌다면,영화에선 참가자들을 현대로 데려다 놓고 싶었다고 강조했다.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추기경들도 휴대전화 갖고,담배를 피우고,우리와 똑같은 비밀과 문제를 지녔다"고 말했다.

로울랜즈 교수는"상실과 슬픔,야망,두려움,유혹,용기 등 영화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이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며 "실제 콘클라베도 신성한 목적이 있지만,매우 인간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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