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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교역규모 등 韓-英 입장 달라…日 등 인접국 협상 지켜봐야"
"車쿼터제 끌어낸 英 참고…비관세장벽은 일정부분 양보하며 챙겨야"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18개국과의 관세 협상 중 영국과 첫 합의를 이끌어내면서,협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한국도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우선 무역협상 대상국이어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압박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사례는 참고하되 한국과 무역수지면 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대(對)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일본·중국 등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인접국의 협상을 지켜보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나라의 경우 협상이 "더 거칠게 진행(더 많은 것을 요구)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강점인 조선업·액화천연가스(LNG) 협력 등을 내세우는 한편,비관세장벽 완화 등 내줄 건 내주고 챙길 것은 철저하게 챙기는 실익 중심의 거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있다.이를 통해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자동차에 대한 현행 '25% 품목 관세'를 영국과 같이 쿼터제(할당제)로 적용받거나,상호관세를 대폭 낮추는 식의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 영국보다는 훨씬 더 터프하고,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미국은 영국에서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소프트하게 (협상을)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미국에 많은 적자를 입히고 있는 나라로 상황이 같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미-영 협상 결과는 우리나라 사정과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며 "우리는 일본 사례를 보는 게 좋다.지리적으로도 가깝고,자동차 수출 비중이 큰 대미 수출 구조 역시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영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우리나라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섣부른 진단으로 본다.영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차는 약 10만대 정도로,우리 수출 물량인 150만대와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선 미국이 볼 때 굉장히 적자를 많이 보는 나라이기 때문에 영국과 같은 방식으로,품목 관세를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도 "영국은 일단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가 아니라,사실상 미국의 압박을 강하게 받지도 않았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수월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단장은 "그럼에도 두 나라 협상 결과에 참고할 만한 내용은 있다.영국이 미국에 연간 수출하는 약 10만대의 자동차에 대해선 품목관세를 10%를 적용하는 쿼터 형식을 허용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협상 여하에 따라 관세를 조정해 준다면 그런 형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트럼프 1기 때 우리나라가 철강 쿼터제를 이끌었던 상황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은 (미국이)영국에 관세를 철폐한 것처럼 우리에겐 많이 물러서진 않을 것 같다"면서 "철강·알루미늄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 온 품목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김 단장은 "일단 급한 것은 미국"이라며 "우리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일단 먼저 진행되는 국가들의 타협 결과나 협상 결과를 보면서 그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역시 한국과 일본과의 무역협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일본,한국과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이건 빠르게 끝날 협상이 아니다"라며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관세 완화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시작한 일본은 협상의 지렛대로 농산물 수입 확대,자동차 안전기준 완화 외에 조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해 미국 측에 제안할 조선 관련 카드로 기업 투자,기술 지원,인재 육성,미군 함정 보수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 카드'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관세 대책을 수립하는 태스크포스(TF)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비슷한 협상 양상을 보이는 일본의 행보를 본 뒤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특히 조선업 협력은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에 더욱 특화된 전략 카드여서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고,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현재 한미 양국 간 실무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국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어필할 내용이 상당히 많이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FTA 체결국인 만큼 미체결국과 같은 방식의 대우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부분을 강력하게 어필하고,그 틀 안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한미 양국의 상품에 대한 무관세는 인정하고 있다.문제는 상대국의 무역규제 등으로 인해 수출 시 발생하는 손해,즉 비관세장벽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약값 책정 정책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미 협상에서는 이 같은 비관세 장벽 분야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전략적으로 판단해 내줄 부분은 내주되 챙길 부분은 확실히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참여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단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각각 25%의 자동차 품목관세나,상호관세를 낮추는 게 핵심 포인트"라며 "조선업 협력이나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참여,이런 것들을 이용해 양보하고 (차·철강,상호관세)관세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앞서 미국과 관세 협상 결과를 내놓은 영국과는 달리 대미 무역에서 큰 규모의 이익을 보고 있는 '무역흑자국'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66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으며,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순위로는 9위에 이른다.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순위는 중국(2954억 달러),EU(2356억 달러),멕시코(1718억 달러),베트남(1235억 달러),모바일 무료 게임 사이트아일랜드(867억 달러),독일(848억 달러),대만(739억 달러),일본(685억 달러),한국(660억 달러) 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빌미로 삼은 '비관세장벽'도 주요 20개국(G20)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 3월 발표한 'G20 국가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무역장벽 비율 순위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G20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미국과 무역협상을 마친 영국은 우리 다음 순위였다.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3월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해당 자료를 인용하면서 "유럽,중국,한국과의 고질적인 무역적자가 매년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비관세장벽 완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내줄 것은 내주되 받을 것은 철저하게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은 10% 기본관세는 유지하는 상황에서 무역 압박을 통해 무역적자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며 "비관세장벽을 허무는 대신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주 제주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상장관회의에서 개별 회담을 갖고 '2차 한·미 장관급 관세협상'에 나선다.지난달 1차 장관급 회담('2+2 통상협의') 이후 실무급협의를 통해 추린 세부 안건들을 양국 통상장관들이 최종 조율하는 '중간점검' 성격의 자리다.미국 측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우리 정부 측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카운터파트로 나설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관세와 쿼터(할당),비관세 장벽,디지털 무역,원산지 규정,경제안보,기타 상업적 쟁점 등이 협상의 큰 범주로 프레임워크(협상의 틀)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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