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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서 개혁파 페제시키안 득표율 1위 이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측근인 강경파 잘릴리 2위
미국 등 서방 제재 따른 경제난에 변화 요구 반영
‘히잡 시위’이후 억눌렸던 반정부 여론·불만 표출
과반 득표자 없어 5일 결선투표…정권 교체 주목[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헬기 추락사고로 숨지면서 급작스럽게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온건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70)이 득표를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2022년‘히잡 시위’강제 진압으로 억눌렸던 반정부 여론 및 불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 이어 3년 만에 온건개혁파 정권이 들어설 것인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이란 보궐선거 개표가 잠정 완료된 가운데,프로축구 아시안컵온건개혁파 후보인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42.5%로 1위를 차지했다.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강경파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59)는 38.6%로 2위에 올랐다.두 후보 모두 과반 이상 득표하지 못해 오는 5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릴 예정이다.두 후보 모두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이며,프로축구 아시안컵이란 대선에서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건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페제시키안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5선 마즐리스(의회) 의원이다.그가 예상을 뒤엎고 득표율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낮은 투표율,프로축구 아시안컵이란에 대한 서방의 압박 및 제재 가중,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자유 억압에 대한 불만,강경파의 표심 통합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페제시키안은 2015년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잘못된 대응을 개선하고,이를 통해 2018년부터 부과된 서방의 제재를 완화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했다.현재 이란에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정부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강경 일변도 외교 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측근인 잘릴리가 집권하면 더욱 적대적인 대외 정책으로 민생고가 악화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정통 외교관 출신인 잘릴리는 2007년과 2013년 핵협상 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기존 지도자들의 적폐와 부패를 척결하고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단속을 합리화하는 등 사회적 제한과 억압을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이란에선 2022년 반정부 시위인‘히잡 시위’이후 최고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당시 시위는‘하메네이의 꼭두각시’로 불렸던 라이시 전 정권에 의해 강제 진압됐다.표면적으로는 불만 여론을 잠재운 것처럼 보였으나 수면 아래에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개혁 요구가 확산했다.잘릴리가 당선되면 억압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쌓여 있던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역대 대선·총선을 통틀어 사상 최저치인 투표율(40.3%),강경파 후보가 여러명 출마한 데 따른 보수층 표심 분열 등이 페제시키안이 1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목됐다.즉 결선 투표 결과는 보수층 표심 결집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이에 하메네이와 강경파는 “세계에서 이란의 내구성,안정성,명예와 존엄성은 국민들의 투표에 달려 있다.투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결선 투표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페제시키안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로하니 전 대통령 이후 3년 만에 온건개혁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FT는 “중요한 외교 및 국내 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중동 전역의 친이란 민병대 지원 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역시 대내외 활동 모두에서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