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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떠난 청년들,강진 '어나더랜드'에서 불균형을 넘어 자립과 공동체를 꿈꾸다"태백산맥 넘어서 인서울 해야지!"
강릉이 고향인 다빈씨가 학창 시절에 들었던 말이다.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의심하지 않았다.고등학교 졸업 후 강릉을 떠나 흔히 말하는 '인서울' 대학교에 진학했다.졸업 후엔 서울의 한 광고 마케팅 회사에서 3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다.조직원도 일도 모두 익숙한 상태였다.그랬던 그녀가 현재는 전라도 강진의 병영면에 머물고 있다.
안정적인 근무환경 에서 직장을 다녔던 그녀가 직장을 관두고 강진에 머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빈씨는 작년 11월부터 12월초까지 약 한달 간 강진의 '성하객잔'이라는 청년 공유 주거 공간에 머물렀었다.성하객잔은 ㈜후일담의 전지윤 대표가 행정안전부 지원 사업을 통해 조성한 청년마을인 '어나더랜드'의 청년 공유 주거 공간이다.현재 '어나더라이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강진에서 머물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 숙소,프로젝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대 8명까지 거주 가능하며 작년 11월에는 4명이 거주했었다.또한 준공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새로운 운영 규칙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 '성하객잔' 에서 만나다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아 쌀쌀한 바람이 부는 3월 말,얇은 코트를 걸치고 강진 행 고속버스를 탔다.약 5시간이 지나 강진에 도착한 후 병영면에 있는 청년 공유 숙소 '성하객잔'으로 향했다.그곳에서 후일담의 전지윤 대표,김순임 매니저,그리고 다빈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사에서 매일 월급이 들어오고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10년 뒤에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좀 다르게 살고 싶은데,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다빈씨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삶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때마침 2024년,인스타에서 발견한 '어나더라이프'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작년에 강진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했다.그 인연을 계기로 현재는 어나더라이프의 직원이 되어 올해 3월달부터 본격적으로 강진에 내려와 지내고 있다.
- 강진 라이프 어때요?
"확실히 속도가 달라요."
다빈씨는 막상 강진에서 지내며 서울과 다른 속도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서울에서는 여유로운 경치를 보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강진은 내 속도대로 다녀도 전부 넓고 트여있는 풍경인 점이 좋았다며 웃음 지었다.
"작년에 제가 프로그램 참여자로 왔을 때는 밤에 병영성 들어가서 별 보고 노을 질 때 마을 한바퀴 걸으면서 골목길에서 강아지랑 인사하고 그랬어요."
그녀는 이를 '감각적'이라고 표현했다.서울에서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감각 할 시간이 없는 반면에,강진에서 자연을 보고 산책했던 시간들은 감각적이고 소중하게 다가왔다.은하수 꼬리가 지나가는 곳이라 밤에는 별이 많이 보인다는 점도 한 몫 한다.
- 불편한 점이 있나요?
"면 단위 마을이다 보니까 버스가 배차 간격이 길고,들리는 정류장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려요.성하객잔에서 거주를 한다면 확실히 차가 있는 것이 편리해요.하지만 크게 제약이 되진 않는 것 같아요.작년에 버스만 타고 다른 지역까지 잘 다니시는 분도 계셨어요."
교통보다는 밤에 혼자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깜깜해서 활동의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외에는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더라도 쿠팡,마켓컬리를 이용할 수 있어 생필품의 제약은 없다고 전했다.
지금과 다른 삶,어나더라이프
'어나더라이프'는 인생의 전환기를 꿈꾸고 삶의 변화를 주고 싶은 청년,도시를 떠나 강진에서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후일담의 전지윤 대표가 기획한 것으로 현재도 후일담에서 운영 중이다.전 대표에게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를 물었다.
"저는 지금 삶과는 또 다른 삶을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고 생각해요.그걸 조금 구체화하면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수 있을 수도 있고,일상에서 패턴 몇 개만 바꿔도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그런 의미에서 '구체화하는 시간을 우리가 가져보자' 는 취지로 만들게 됐어요."
참가자들이 '내가 꿈꾸는 삶은 A가 아니라 A-1의 모습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 '어나더라이프'를 기획한 이유이자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밝혔다.
다른 청년마을과 이곳의 차별점은 '사전워크숍'이 있다는 점이다.참가자들은 강진에 머물기 전,서울 합정동 '인생도서관'에서 열리는 총 3번의 워크숍에 참여해야 한다.1회차는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와 자아성찰',2회차는 앞으로 살고 싶은 새로운 삶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마지막 3회차는 강진에서 보낼 나만의 시간을 계획한다.
전 대표는 참여자들 마다 강진에 머무는 기간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지역이랑 관계 맺는 정도도 달라서 자율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강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의 전환기에서 방향성을 찾아나갔다.강진을 거점으로 삼아 아웃도어 액티비티(outdoor activity)를 하면서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에 참가했던 분,전시준비를 위해 작품활동을 했던 분,마을 사람들의 삶을 담은 독립 출판물을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던 참가자도 있었다.외에 일러스트 작가,금속공예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참가자들의 계획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다 달라요."
김순임 매니저는 사전워크숍과 더불어 '어나더랜드' 청년마을의 차별점은 이러한 '다양한 아웃풋'이라고 덧붙였다.
포기가 아닌 삶의 확장
서울에서 지냈던 안정적인 직장인의 삶을 포기하고 내려오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말에 다빈씨는 고개를 저었다.
"포기가 아닌 것 같아요.포기를 해야 한다면 선택이 어려웠겠지만,지금은 중간 단계잖아요.완전
내려놓고 온 게 아니라 이런 삶의 형태를 살아볼 수 있는 실험의 단계라고 생각해요.그래서 저는 오히려 쉽게 선택했던 것 같아요."
지방에 내려왔다고 하면 '포기하고 내려간 거야?','하던 일이 잘 안됐어?' 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하지만 강진에 모인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 '리틀포레스트'를 꿈꾸면서 온 경우는 없었다.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어떤 걸 디딤돌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곳에 왔다.
전 대표는 강진에서 지내며 일이 계속 확장될 수 있고,또 다른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냥 대한민국의 남쪽에 있는 하나의 지역에 왔다고 생각했다.서울이 하나의 지역인 것처럼 말이다.
"저희 중에 어느 누구도 서울 같은 대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내려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그래서 지방에 내려가겠다는 결정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대도시만을 내 삶의 반경 안에 두었을 때와 로컬을 포함한 전체를 두고 있었을 때 보이는 세상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 이런 것 일 수도 있겠다.특히 저희는 옆에서 보면서 같이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계기로 전국에 있는 참가자들과 커뮤니티가 형성됐고,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함께 성장했다.전 대표는 이를 '삶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지원 받았던 3년동안 청년들에게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설계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매년 다양한 시도를 해왔어요.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이 부분을 구체화해서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에요."
전 대표는 청년들이 '지금과 다르지만 내가 진짜 바라는 삶'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일상에 변화를 줌으로써 삶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것이 어나더랜드 청년마을의 취지이자 앞으로도 '어나더라이프'를 개선해 나가야 할 이유라고 전했다.
"이런 인터뷰를 했을 때 무조건 '저희 마을에 놀러오세요!' 라는 말보다는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내 삶에서 필요하다고 절감되는 순간이 있어요.그럴 때 '아 이런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하는 기억이 실마리가 돼서 저희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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