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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 난동…갈수록 흉포화되는 청소년 범죄 
여고생이 친구 살해하고,중학생이 성인 여성 납치해 강간하기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한 공립고등학교는 특수학급 2개(13명)를 운영하고 있다.이 학교 2학년인 A군(18)은 장애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됐다.지난해까지는 특수학급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가 학부모가 재배치를 원해 올해 2월부터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4월28일 오전 8시33분쯤 A군은 학교 1층 교실에서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이아무개 특수교사(49)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교우관계 등을 이야기하던 중 A군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해당 교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위협을 느낀 교사가 피하자 이번에는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들었다. 

ⓒAI 생성이미지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도구 준비해 등교

이어 밖으로 뛰쳐나간 A군은 복도에서 안아무개 교장(60)과 최아무개 환경실무사(54),행정실 주무관 이아무개씨(40) 등 교직원 3명이 제지하자 흉기를 휘둘러 가슴과 복부 등을 찔렀다.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A군을 상담하던 특수교사도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당시 학생들은 수업 중이어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A군은 범행 후 학교 밖으로 달아났고,이 과정에서 길에서 마주친 행인 2명이 부상을 입었다.김아무개씨(34)는 A군이 밀쳐 넘어지면서 타박상을 입었고,자녀 2명을 차에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던 임아무개씨(34)는 A군의 흉기에 얼굴을 찔려 상처를 입었다.A군의 난동으로 학교 안팎에서 모두 6명이 다쳤다. 

A군은 학교 앞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구조된 후 경찰에 체포됐다.그의 가방에서 흉기와 둔기 4개가 나오면서 등교할 때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A군의 집에서는 범행과 극단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도 발견됐다.A군은 경찰 조사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으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가정 형편 등을 이유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그는 또 "범행 전날 집에서 4자루의 흉기 등을 챙겼고,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해코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학교와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특수교육 대상자인 A군의 상대적 박탈감과 부적응이 범행 동기인 것으로 판단하고,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포렌식해 범행 준비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학교 측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심리 치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교내 흉기 난동과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월28일 흉기 난동이 일어난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경찰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뉴스1

성인 범죄 뺨칠 정도로 흉포화·지능화·저연령화

이제 학교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교사와 학생들을 향한 학생의 범죄에서 동료 교사와 제자인 학생들을 향한 교사의 범죄까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학교 담장이 안전 울타리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특히 이번 사건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1학년 학생을 살해한 지 두 달 만에 일어나 더욱 충격을 주었다.교사들의 범죄도 문제지만 청소년 범죄는 이미 성인을 뺨칠 정도로 흉포화·지능화·저연령화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2023년 7월12일 정오쯤 대전 서구에서는 3학년 여고생 B양(18)이 절교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동급생 친구를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했다.B양은 평소 피해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학교폭력위원회를 통해 분반 조치됐으나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피해자에게 "네 목숨은 내 것"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살인자가 돼도 친구로 남을 수 있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범행 후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버리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이렇게 증거를 인멸한 후에는 112에 전화해 "만 17세이고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살인하면 5년 받느냐.사람 죽이면 아르바이트도 잘 못하고 사느냐.자백하면 감형되느냐"는 말을 남기는 등 친구를 죽인 것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신의 형량에 대한 관심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1심은 B양에게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석 달 후인 10월3일 새벽 충남 논산에서는 중학교 3학년생인 C군(16)이 귀가하던 40대 여성을 오토바이에 태워준다고 접근해 납치한 뒤 인근 초등학교로 끌고 가 운동장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C군은 피해 여성을 제압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폭행하고,소변을 받아먹으라는 등의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까지 강요했다.또한 피해자의 알몸을 촬영하고 신고하면 유포하겠다는 등으로 협박하며 3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심지어 피해자의 옷과 돈,휴대전화까지 훔쳐 달아났다. 

중학생의 범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비열하고,악랄했다.피해자는 C군이 중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알고 보니 C군은 이미 폭행과 절도 등의 전과가 있는 등 학교 안팎에서 유명한 비행청소년이자 문제아였다.그는 이번 사건 전에 성매매 업소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시도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메신저 앱으로 출장 성매매 업소 상담원에게 "여기 OO빌라인데 좀 젊으신 분으로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른 지역에 사는 성인인 것처럼 꾸며 업소 계좌로 예약금을 미리 보내고 여성을 기다리기도 했다.그러나 여성은 오지 않았고,범행에 이르지 못했다.성매매 업소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이 여의치 않자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을 노렸던 것이다. 

C군은 재판에서 장기 7년,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재판부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15살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감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자명하고 회복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사건 이후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C군이 출소한 후 보복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C군의 범행수법이나 패턴으로 보면 소년원에서 교화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토바이로 40대 여성을 납치한 후 성폭행한 중학생이 호송차에 탑승하는 모습.사각형 안은 오토바이로 여성을 납치하는 CCTV 화면 ⓒJTBC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12월25일 오후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는 D군(17)이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고 지내던 또래 여학생(16)을 불러내 흉기로 살해했다.당시 D군은 "줄 것이 있다"고 불러내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D군은 피해자와 4년 전 채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후 연락을 이어왔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였다.D군이 일방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다가 피해자의 연락이 줄어들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의심해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와 휘발유를 인터넷으로 주문한 후 수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휘발유는 범행 후 분신을 시도하기 위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D군은 경찰에서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나 외에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 싫어 살해하고 나도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D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자퇴한 상태였다. 

이 밖에도 2023년 11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주변에 있던 학생 2명이 다쳤다.또 다른 학생은 공격을 받았지만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어서 다치지 않았다.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 교사와 학생에 의해 제지당했고,같은 해 12월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에서도 학생이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입건됐다.지난 3월에는 청주의 한 중학교 특수학급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혀 강제 전학 조치됐다. 

■여전히 낮잠 자고 있는 '소년법 개정'

문제는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들의 살인,강도,강간,에볼루션 파워볼 조작폭행 등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미성년 범죄자인 '소년범'에 대해서는 2007년 소년법 일부를 개정해 소년 연령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낮추고,소년원 송치 하한 연령도 12세에서 10세로 낮춰 2008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후에도 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국회에서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여전히 낮잠만 자고 있다. 

현행법상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은 '부정기형(형의 기간을 확정하지 않고 선고하는 자유형)'을 선고할 때 장기는 15년,단기는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부정기형이 확정될 경우 단기형의 3분의 1을 복역하면 가석방 요건이 충족된다.다만 미성년자 유괴나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현행 소년법은 '처벌'이 아니라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해당 소년범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에서다.하지만 현실과는 괴리돼 있다는 게 문제다.시대 변화에 따라 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발달이 조숙해지고 범죄 형태나 패턴은 성인을 능가하고 있다.더욱이 살인 등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들은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고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지만,가해자는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소년범들이 소년원에서 얼마나 교화되고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소년범을 포함한 현행 교도행정이 재소자들을 일정 기간 사회와 단절시키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학교 안에서도 교권이 무너진 지 오래다.학교의 제도나 교사들의 권위로 학생들을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년법을 개정해 시대에 맞게 처벌 규정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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