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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본사.[사진출처 = 연합뉴스]토종 이커머스들이 수년째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업계 1위’쿠팡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2015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9년 만에 매출 규모를 40배나 키웠는데요.올해 1분기에만 11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고,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배 가량 늘어나는 등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잘 나가는 쿠팡도 최근 고민 하나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른바 C커머스(대표주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가 관세 정책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단순히 시장 확대 차원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해외 전초기지로 삼는 등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저가’를 무기로 파상 공세를 펼치는 C커머스.소비자들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소매업에서 가격에 따라 빠르게 선택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사진출처 = 쿠팡]쿠팡은 글로벌 경기침체 및 내수둔화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올해 1분기 매출액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배 가량 늘었습니다.지난해 초 인수한 명품 이커머스 파페치,대만 로켓배송 등을 비롯한 성장사업 부문이 78% 고속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한 겁니다.

7일(한국시간)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 1·4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4분기 원화 기준 매출은 11조4876억원(79억8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9조4505억원) 대비 21% 성장했습니다.

원화 기준 영업이익은 2337억원(1억54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531억원)보다 4배가량 커졌습니다.

쿠팡 사업의 핵심인 상거래 부문(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은 물론,낚시 게임 버그판파페치(명품 이커머스),대만 로켓배송,현대 블록 체인쿠팡이츠 등에서도 실적이 개선하며 성장세를 이끌었습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견고한 성장과 마진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는 일관된 추세는 비용 최소화로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수년간의 투자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출처 = 신세계그룹]여전히‘잘 나가는’쿠팡과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 커머스 부문을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수년째 적자 신세입니다.전통 유통시장의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부터 그러합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은 2019년 출범 이후 6년 연속 적자입니다.

2019년 -819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21년 -1079억원,2022년-1112억원,2023년 -1030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기록했습니다.그러다 지난해 -727억원으로 적자 폭을 다소 줄이긴 했으나 수익성을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롯데쇼핑이 운영 중인 롯데온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죠.

2020년 출범한 롯데온은 첫 해 -948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21년 -1558억원,2022년 -1559억원,2023년 -856억원에 이어 지난해 -685억원까지 5년째 적자 신세입니다.불어난 손실로 인해 SSG닷컴과 롯데온은 나란히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어야만 했습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는 지난해 7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전년(-1258억원) 보다 40% 개선했습니다만,같은 기간 매출(5618억원)이 35% 줄어들며 외형 축소를 피하진 못했습니다.

최근 박현수 CBO(최고사업책임)를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11번가는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하지만 C커머스 확대 속 이커머스 업계에서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 질 전망입니다.

리테일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앱 이용자수로 알리에 2위 자리를 내 준 11번가는 4위로 주저앉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1위는 쿠팡,롤 토토충2위는 알리가 차지한 채 3,4위 자리를 놓고 테무 등과 경쟁하는 처지입니다.

[사진출처 = 알리익스프레스]단순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노리던 C커머스는 최근 한국을 해외 전초기지로 삼으려고 하는 등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중국 내수 부진 뿐 아니라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현지시각)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약 114만원) 이하 모든 상품은 관세를 내야합니다.그 동안 초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 온 중국산 제품들은 직격탄을 맞는 일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영업 위축이 불가피해진 테무와 쉬인 등 C커머스들은 새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는 미국행이 좌절된 막대한 중국산 상품들이 어디로 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C커머스들은 미국 시장을 대체할 유력한 후보지로 한국 시장을 검토 중입니다.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세계 5위 규모의 온라인 쇼핑 시장과 높은 인터넷 보급률은 물론 모바일 결제 인프라 발전이 뒷받침 된 환경은 그야말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은 값싼 물량 공세를 펼치기 안성맞춤입니다.

이미 알리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고요.배송기간은 5일로 단축해 국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상태입니다.테무는 최근 경기도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국계 알리와 테무,쉬인 등은 이미 주요 사업자로 자리잡은 모습”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쌓인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하면,아무리 쿠팡이라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에겐 중국산 저가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커머스 업계는 그야말로‘10원 전쟁’인데 큰일이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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