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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따구리 파 놓은 둥지,붉은부리찌르레기·쇠찌르레기 "빼앗고 뺏기"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통 가옥을 둘러싸고 있는 강원 강릉시 운정동의 아름다운 숲에서 종족 보존을 위한 새들의 주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 해 전 폭설에 나무 윗부분의 기둥과 가지가 뚝 부러진 아름드리 소나무.
설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나무에 이번 봄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구멍을 뚫고 둥지를 지었다.
구멍 파기의 명수인 오색딱따구리는 숲속 나무줄기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둥지를 튼다.
오색딱따구리 부부는 옹이 바로 밑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만들어 빗물이 들이치지 않도록 이른바 명당에 집을 마련했다.
몇 날 며칠을 암수가 교대로 구멍을 드나들며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보금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둥지를 다 만들고 암수가 일정한 시간에 맞춰 교대하며 알 품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할 즈음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촬영 유형재]
햇살이 좋은 며칠 뒤 붉은부리찌르레기 2∼3마리가 나타나 오색딱따구리 둥지를 염탐했다.
둥지 옆 부러진 나뭇가지에 앉아 둥지 상황을 살피기도 하고 주변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와 오색딱따구리 동태를 살폈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급기야 오색딱따구리 둥지로 날아와 과감히 구멍으로 머리를 넣은 뒤 안을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중국 남동부 및 베트남 북부에 주로 서식하는 붉은부리찌르레기는 몇 해 전까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종이다.
기후 온난화 등으로 최근 텃새가 된 탓에 생태 연구도 많지 않다.
주로 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지만 스스로 구멍을 뚫지는 못하는 걸로 알려졌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나무 구멍을 찾지 못하면 도로 표지판 기둥이나 건물 벽 구멍을 둥지로 사용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촬영 유형재]
이런 탓에 붉은부리찌르레기가 딱따구리 둥지를 탈취하고자 염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염탐은 2∼3일 계속됐다.
오색딱따구리는 비슷한 크기의 이들을 맹렬히 공격하며 쫓아내려 치열한 방어전을 벌였으나 며칠 뒤 오색딱따구리는 둥지를 떠났는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제 주인이 된 붉은부리찌르레기는 둥지를 꾸밀 아주 작은 나뭇가지나 마른 풀을 물어 나르며 구멍을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둥지 옆 나뭇가지에 앉아 특유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인 행세까지 했다.
그때까지 설해목 둥지는 붉은부리찌르레기가 차지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며칠 뒤 찾은 설해목.
붉은부리찌르레기는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촬영 유형재]
주변에 날아다니는 붉은부리찌르레기는 있었으나 설해목 둥지를 찾아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설해목 구멍에 난데없이 못 보던 새가 날아들었다.
몸길이 약 20cm 정도로 붉은부리찌르레기와 오색딱따구리보다 몸집이 약간 작은 쇠찌르레기였다.
쇠찌르레기도 스스로 구멍을 파지 못해 건축물 틈새,지붕,메이플 펜던트 슬롯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슬롯검증사이트돌담의 틈,딱따구리 옛 둥지,인공 둥지,도로표지판 구멍 등에 둥지를 튼다.
쇠찌르레기는 안에서 둥지 수선을 하는지 나무 부스러기 등을 입에 물고 나오는 등 매우 바쁘게,슬롯 머신 무료 바다의 제왕쉼 없이 드나들었다.
설해목 둥지는 결국 몸집이 가장 작은 쇠찌르레기가 차지한 걸로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또다시 흐른 요즘 설해목 둥지는 드나드는 새들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다.
명당을 노리던 새들이 주거 전쟁에 지쳐 모두 포기하고 떠나 빈 둥지가 됐는지,아니면 누군가 알을 품고 있어 출입이 뜸한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촬영 유형재]
한편 명당 설해목 둥지를 잃고 떠났던 오색딱따구리가 이곳과 불과 10여m 떨어진 소나무에 새 구멍을 파 둥지를 틀고 드나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설해목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만들었으나 붉은부리찌르레기에 보금자리를 빼앗긴 오색딱따구리가 주변 아름드리 소나무의 옹이 아랫부분에 새집을 마련한 것이다.
오색딱따구리 암수는 이번에는 집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둥지를 비우지 않고 한 마리가 날아와야 다른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는 등 교대 임무가 확실했다.
명당에 공들여 집을 지었으나 빼앗기자 아예 집을 새로 마련한 오색딱따구리.
집을 지을 능력이 없어 오색딱따구리의 집을 빼앗은 붉은부리찌르레기와 쇠찌르레기.
그렇지만 이들 모두 자연의 한 부분인 만큼 알 낳고 새끼를 잘 길러 경포 들녘을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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