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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빛나는 초록빛 보석 가득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5월호 기사입니다.
여린 새순 돋아나는데,마음은 미동조차 없다.똑똑 두드려보나,반응이 없는 건 매한가지.연초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일상.쉼표를 찍어줄 때가 왔나 보다.그래서 구례로 향한다.전남 동부에 자리한 구례는 곡성·순천,전북 남원·임실,경남 하동과 이웃한다.지리산에서 뻗어 나온 능선이 구례를 감싸고,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그 품을 지나간다‘구례는 초봄에 가야 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벚꽃과 산수유가 흐드러진 풍경도 아름답지만,초록빛의 생명이 차오르는 강산도 그 못지 않게 눈부시다.애써 뭘 해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구례를 찬찬히 둘러본다.고즈넉한 사찰에 들어가 마음을 고요히 바라본다.지리산치즈랜드와 섬진강대나무숲길에서는 자연을 배경 삼아 인생 사진을 남긴다.200년이 넘은 한국식 정원의 유려한 정취에 취해본다.태고의 숨결 간직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고,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본다.그러는 사이 어둡던 마음에 초록빛이 감돈다. 웅장하고 우아한 화엄사와 사성암
지리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한 화엄사.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이다.화엄사(華嚴寺)의 이름은 〈화엄경〉에서 따왔다고 한다.경내엔 현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건물인 국보 각황전이 있다.거대하지만 안정된 비례감이 돋보이는 각황전을 보고 있으면 위엄과 기품이 절로 느껴진다.3~4월이면,수령 350년의 홍매화나무에 핀 꽃을 보러 사람이 몰린다.
기암절벽에 지어져 모습이 독특한 암자가 있다고 해,해발 531ｍ의 오산으로 향한다.마을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오산 사성암에 도착한다.백제시대에 지어진 이 암자의 대표 건물은 기암절벽 위에 여러 개의 기다란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약사전이다.건물 안에는 원효대사가 암벽에 손톱으로 새겼다는 전설이 있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다.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구례의 풍경이 볼만하다.웅장한 지리산 연봉에 안겨 있는 구례가 더없이 편안해 보여 시샘이 난다.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지리산치즈랜드와 섬진강대나무숲길
여행을 왔으면 인생 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하는 법이다.산동면에 있는 지리산치즈랜드로 향한다.입구부터 사람들이 붐빈다.그럴 법도 한 게 3년 전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인스타를 빛낸 올해의 여행지 총결산’에서‘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여행지 4위로 뽑혔다.농장에 들어서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노란 수선화가 1만여 평(약 3.3㏊) 초지 위를 촘촘히 수놓는데,바람이 불 때마다 샛노란 파도가 친다.
농장을 나와 섬진강 변을 따라 드라이브한다.습기를 좋아하는 대나무들이 본능적으로 섬진강 변을 찾아왔나 보다.강을 따라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대나무숲을 쉽게 마주한다.그중 섬진강 대나무숲길은 시원한 느낌의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구불구불한 길 양옆으로 4ｍ가 넘는 대나무가 하늘로 뻗어나가는데,그 길 위에 서서 인생 사진을 남겨본다.길을 걷다 무심코 옆을 바라본다.강의 윤슬이 대나무 대 사이사이로 모습을 반짝 드러냈다 감춘다.
고택의 다채로운 매력 운조루와 쌍산재
운조루는 문화 류씨 가문의 고택으로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와 전라도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건축했다.99칸(현존 73칸)의 대저택으로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의 전형을 보여준다.현재 9대 종부인 이길순 씨(93)가 홀로 거주 중이다.류씨 가문은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실천한 정통 양반집으로 알려져 있다. 
상사마을에 있는 쌍산재는 약 200년 전에 건축된 해주 오씨 종가의 고택이다.tvN 예능프로그램 〈윤스테이〉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방송 이후 연간 10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 관광지가 됐다.공간은 살림집·서당·별서정원으로 나뉘는데,2018년 전라남도 민간 정원 5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특히나 아름답다.
쌍산재의 별서정원은 고택의 화려한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대나무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지나 정원에 다다른다.작약·모란·배롱나무·동백나무 등 다양한 초목이 자라나고 있다.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본다.살살 흔들리는 여린 잎에 마음이 살랑인다.
강산에 조용히 숨어들어볼까 노고단과 섬진강
자연 속에 깊이 스며들어 세속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천왕봉·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주봉으로 꼽히는 노고단으로 향한다.성삼재에서 시작하는 노고단 탐방로는 왕복 2시간 거리의 가벼운 트레킹 코스다.여행자들은 주로 이 코스를 이용한다.운동화 끈을 단단히 매고 길을 나선다.누가 가벼운 코스라 이야기한 걸까.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숨을 거칠게 쉬며 쉬어가는 등산객이 곳곳에 보인다‘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오른다.
여행의 끝,아쉬운 마음에 섬진강으로 향한다.떨어지는 해를 눈에 담을 예정이다.붉은빛의 해가 산 뒤로 넘어가자,섬진강도 붉게 물든다.김용택 시인의‘섬진강 5’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전통 부채 맥을 잇다,죽호바람
선풍기와 에어컨이 많이 보급되면서 부채는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이 됐다.하지만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부채를 생산하는 장인이 구례에 있다.김주용 씨(48)는 전통 부채 만드는 기술을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장인이다.죽호바람은 김씨의 기술과 전통 부채 문화를 지키고자 허혜민 대표(48)가 4년 전 창업한 공방이다.“구례는 부채 제작에 적합한 연녹빛의 왕대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이에요.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 광의면 하대마을은‘부챗살 제작 특산단지’였어요.그런데 마을 어르신들이 고령화하며 부채 제작을 관둔지라 현재 김주용 장인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겨울이 오면 대나무를 수확하러 가요.이때 목질이 가장 단단해지거든요.이후 대나무를 자르고 가공한 후 속대를 얇게 떠내 부챗살을 만들어요.펼쳐서 모양을 내고 한지나 모시 등에 풀을 발라 압착한 다음에 부채 모양으로 자르고 손잡이를 달면 완성이에요.”
대나무 수확부터 부채 제작까지 전 과정을 손수 작업하는 공방은 전국에서 죽호바람뿐이다.한편,이곳에선 곡두선,세미선,합죽선 등 전통부채와 현대적 감각을 더한 이색 부채 200여 종을 만날 수 있다.또한 이곳은‘부챗살 무드등 만들기‘전통부채 만들기‘압화 부채 만들기’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4명 이상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전화 예약은 필수이다.죽호바람에서 구례의 자연을 재료로 선선한 바람을 직접 만들어봐도 좋겠다.문의 061-781-7238
숨은 고사리를 찾아서… 지리산농부마을협동영농조합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에 산나물이 지천이다.산나물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싶다면 간전면 운천리의 지리산농부마을협동영농조합(대표 김정태)을 찾아가자.이 조합은 구례에서 고사리를 재배하는 10여 농가가 2013년 조직했다.이 조합이 운영하는‘지리산 야생 고사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품질 좋고 신선한 고사리를 수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고사리 수확 철인 4~6월에 화개장터 인근 5만 평(16.5㏊) 규모의 농장에서 진행된다.오전이나 오후,또는 종일 시간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비용은 오전·오후 기준 2만 원이다.
“많이 캐 가는 분은 반나절 동안에도 10㎏짜리 가마니 세 개를 꽉 채워요.시중에서 이만큼은 8만 원 정도니 밑지는 장사죠(하하).유기농으로 자생하는 싱싱한 고사리를 뜯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문의 061-782-0822
구례산 밀을 이용한 로컬 빵집,목월빵집
목월빵집은 구례에서 생산되는 우리 밀과 농산물만을 재료로 사용하는 빵집이다.장종근 씨(43)가 9년 전 혼자 작게 시작한 빵집이 이제는 구례를 대표하는 유명 빵집이 됐다.판매하는 빵은 70여 종인데,오후 3시만 되도 전부 팔리고 남는 빵이 없을 정도다.장씨는 어떤 계기로 빵집을 만들었을까.
마침 장씨의 고향인 구례는 밀 주산지였으며,아버지가 3000평(약 1㏊) 규모의 호밀농사를 짓고 있었다.아버지로부터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황금알밀‘아리흑밀’등을 공급받아 담백한 호밀빵과 치아바타 등을 만들기 시작했고,금세 입소문이 나 유명해졌단다.우리 밀로 만들어 건강하고,먹고 나서 속이 편해 40~50대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구례의 농산물을 이용한 구례 쑥부쟁이치아바타,젠피긴빵 등도 눈길을 끄니,꼭 들러 구례의 들녘을 품은 빵을 맛보자.문의 0507-1400-1477
문학과 음악이 흐르는 시골집,책방로파이
묵묵히 흐르는 섬진강,솟아오른 지리산의 풍경은 없던 감성도 불러일으킨다.감성에 깊이를 더하고자 책방로파이로 향한다.구례로 귀촌한 방성원 씨(42)가 운영하는 카페 겸 책방이다.차이·맥주·와인·커피를 판매하며,시·소설 등의 문학서를 주로 취급한다.책방의 첫인상은 마치 할머니 집에 온 듯 편안하다.
책방로파이는 시인과 뮤지션이 함께 하나의 무대를 선보이는‘랑데뷰’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마당에 옹기종기 앉아 시인의 시 낭송과 뮤지션의 공연을 코앞에서 즐길 수 있다.5월 10일엔 김현·전욱진 시인과 곽주나·허정혁 뮤지션의 합동 공연이 예정돼 있다.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면,책방로파이에 가 문학을 읽고 음악을 귀에 담아보자.문의 0507-1392-5733
아기자기한 소품 숍,놀다가게
구례를 두고두고 추억해볼 만한 굿즈를 구매하러 놀다가게로 향한다.13년 전,구례로 귀향한 청년 김판선 씨가 운영 중인 소품 숍.액세서리,팬시용품,비즈공예 용품을 만날 수 있다.김씨는 “서울을 경험하고 나니 고향의 정다운 골목과 아름다운 지리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달곰 스티커는 제가 직접 제작했어요.학창 시절에 디자인을 배웠거든요.이 반달곰 인형은 동네에 뜨개질을 잘하는 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제작을 부탁해 만들었어요.”
그는 올해 구례군청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돼 섬진강,반달곰 등에 영감받은 머그잔과 손수건도 새로 제작했다.조만간 놀다가게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니 방문해서 구례를 추억할 만한 기념품 하나를 골라보자.문의 0507-1403-7214
<현지인도 반한 구례 맛집>
구례 특산물의 색다른 변신지리산부부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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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팜투테이블지리산소풍 새참먹는시간
섬진강의 시원함이 그대로 묵돌이
산수유의 붉은빛 품은 사계양갱
글 윤혜준 기자 | 사진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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