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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지난 2일 출마 선언을 하고 가장 먼저 서울 종로구 돈의동‘쪽방촌’을 찾아갔다.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포옹을 하고 오 시장의 대표 슬로건인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다.쪽방촌 주민들에게 하루 한 끼를 지원하는‘동행식당’중 한 곳에서 점심도 먹었다.
쪽방이 밀집한 이른바 쪽방촌은 정치인들이‘서민 행보’를 할 때 자주 찾는 곳이다.쪽방은 방을 작게 쪼개 한 두 사람이 들어갈‘1~2평’크기로 만들어 놓은 곳을 말한다.독립된 주방,화장실이 없이 딱 잘 수 있는 공간만 있다.서울에서는 돈의동 외에 종로구 창신동,용산구 동자동,영등포구 영등포 등에도 있다.
‘정치의 계절’이 시작하고,정치인들이 쪽방촌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은 달라질까.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지난달 29일과 지난 6일 만났다.5년 전부터 동자동 쪽방에서 사는 김광범씨(가명·54)는 “창피해서 가족들한테는 그냥 동자동이 아니라 후암동에 산다고 했다.후암동은 부자 동네니까”라고 말했다.
서울역 뒷골목 숨겨진‘1평’짜리 쪽방,김광범씨의 일상은 쪽방에 묶였다
5월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문재원 기자김씨의 쪽방은 쪽방촌에서도 저렴한 편인 월세 19만원‘1평’짜리 방이다.키 1.8ｍ가 넘는 김씨는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없는 정도 넓이다.그나마 한 뼘 정도 열리는 유리창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다행이다.“그래도 2층에서 이쪽 라인은 해가 좀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일과는 매일 비슷하다.오전 7시쯤 공용 화장실로 향한다.15명이 함께 쓰는 화장실이라 기다리지 않으려면 일찍 움직여야 한다.졸졸 흐르는 온수에 머리를 감고 나서 즉석 죽으로 아침을 먹은 뒤 출근한다.
김씨는 쪽방촌 주민들이 바우처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인‘온기 창고’에서 10개월째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다.김씨는 “여기 있으면 식당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동행 카드도 주고,온기 창고에서 즉석밥이나 라면도 살 수 있고,
게임 게임 게임목욕도 할 수 있게 표도 끊어준다”며 “좋은 취지이고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이런 것을 던져주고‘자기들이 먼저 하겠다고 한 개발’은 안 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우리가 해달라고 했나?윗사람들이 먼저 약속한 거지”
5월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공용 부엌에서 한 주민이 설거지하고 있다.2025.05.06 문재원 기자김씨가 이야기한 개발은‘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이다.국토교통부·서울시·용산구는 2021년‘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4년 동안 진전이 없다.공공주택사업의 첫 단계인‘지구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당초 계획대로면 2023년 1월부터 임시이주와 공공주택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입주가 시작되어야 한다.시민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공공주택 개발이 발표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자동 쪽방 주민 111명이 세상을 떠났다.
일부 토지 및 건물 소유주들이 공공 주도의 개발을 반대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한발 물러서며 사업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오 시장은 지난해 7월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 해법은 사업성을 높여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시민단체들은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건물주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김씨는 “처음에 우리가 해달라고 했나.윗사람들이 하겠다고 한 거 아니냐”며 “아무리 무지한 사람이라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는 건 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선거철에 정치인과 기자들이 떠들썩하게 다녀갈 때마다 모욕감을 느낀다.차재설씨(67)는 “아침부터 기자들 수백명이 몰려서 한바탕 찍고 나면 우리는 그냥 빌어먹는 사람들이지.행사 끝나면 거지다”라고 말했다.김씨는 “무료 급식소 가서 공짜 밥을 처음 먹을 때,엄청 창피해서 밥판만 보고 밥을 먹었다”며 “고개를 푹 처박고 먹는 와중에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밀고 인터뷰해달라고 하면 처참하다”라고 말했다.
‘쪽방 시대’가 끝나야 하는 이유
쪽방은 단순히‘평균 이하’의 주거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주민들의 삶과 미래도 1평짜리 쪽방에 묶인다.서재만씨(61)는 “쪽방에 갇혀있다 보면‘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야겠다’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다”며 “쪽방에서 나간다는 것은 정상적인 패턴의 환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세수도 정상적으로 하고,화장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주면 의욕이 꿈틀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쪽방이 내 인생 마지막 주거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김씨는 언젠가 쪽방을 나와 작은 신발 가게를 하는 것이 꿈이다.“다른 꿈 하나는 더 늙기 전에 공공개발로 방 하나 얻어 일주일이라도 사람다운 집에서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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