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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용산 그리고 명태균·천공·건진
◀ 이휘준▶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이 어디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신준명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용산 대통령실은 왜 이렇게 피하고 싶은 장소가 되어버린 걸까요?
◀ 신준명▶
내란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이 선택했던 집무실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다 무속 논란도 겹쳐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전 과정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다는 듯,윤 전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는 2022년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통령 당선인(대통령실 이전 기자회견,2022년 3월 20일)]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밤 12시가 지나기 전에 방을 빼라는 통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은혜/당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2022년 3월 21일)]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습니다.5월 10일 0시 부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결국,문 전 대통령은 임기가 공식적으로 끝나기도 전에 청와대를 비워줘야 했습니다.
하지만,본인이 관저에서 퇴거해야 하는 입장이 됐을 땐 딴판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대통령실은 20여 분만에 국가수반의 상징,마작 보드게임카페봉황기를 내렸습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 경호 준비를 이유로 관저에서 버텼습니다.
헌법과 법률을 어겨 파면됐는데도 지지자들을 향해 당당히 손을 흔들며 관저에서 나온 건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불과 3년 만에 기피시설로 전락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그 시작은 쫓기듯 조급했던 대통령실 이전 추진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통령 당선인(대통령실 이전 기자회견,2022년 3월 20일)]
"임기 시작이 50일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수위 시절 대통령실 이전을 만류하던 관계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둘러싼 산맥들을 보면 전부 목이 꺾여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 내용.
바로 명태균 씨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에게 했다는 조언과 일치합니다.
[명태균-지인 통화 녹음(2022년 4월)]
"얘기했잖아.그 청와대 뒷산에,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 딱 잘 보이데."
그러면서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명태균-지인 통화 녹음(2022년 4월)]
"아유,내가 뭐라 하데?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 가면 뒈진다고 하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고 하는데 가나?"
정치 브로커 명 씨는 자신을 '지리산 도사'라고 칭해왔습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음(2021년 12월 13일)]
"내가 그 사모한테 좀 심한 얘기를 했는데.김건희한테.저번 주에 꿈이 안 좋은데,그게 꿈이 뭐냐고 해서 내가 권성동이,장제원,카지노 행사윤한홍이가 총장님 펄펄 끓는 솥에 삶아 먹고 있다 했지"
용산으로 향하는 길목엔 천공 스승이라고 자처하는 이천공 씨가 등장합니다.
['천공스승' 이천공(유튜브 'jungbub2013',토토 사이트 해킹 썰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슬롯검증사이트2018년 8월 16일)]
"용산에는 어떻게 그 힘을 쓰느냐 하면 용이 와야 돼.용이 어떻게 와요?그냥 오면 용은 그냥 오면 쓸모가 없어요.여의주를 들고 와야 돼."
이 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친분이 있다는 건 예비후보 시절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유승민/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2021년 10월 5일)]
"<천공 스승님 아십니까?> 천공이요?<본인이 스스로 '윤석열 후보의 멘토,지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 그런 자처하는 분인데…> 아니요.제가 알기는 하는데요.무슨 멘토니 하는 얘기는 그건 좀 과장된 얘기 같습니다.<알겠습니다.알긴 알고요.>"
경선 토론회에서 이렇게 유승민 전 의원이 천공 의혹을 들고 나오자 토론회가 끝난 직후 윤 전 대통령이 '천공의 유튜브 강의를 한 번 보라,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다'라고 하면서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천공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예전부터 본인의 강연을 들어왔고 이를 토대로 정책적인 결정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천공스승' 이천공-최재영 목사(2022년 12월 14일)]
"그때 유튜브를 보고 공부를 많이 해놨으니까.<윤 대통령께서요?> 부부,부부께서.<그러니까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자기들이 어떤 참고를 하고 영향을 받아서 그런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한 걸로…> 그렇게 된 거야.그렇게 그 여사께서 한 4-5년 들었거든요."
[최재영/목사]
"김건희 씨가 (천공 강연) 정액제 회원제를 끊었답니다.'김건희 여사가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자기 남편 윤석열 (검찰)총장도 데리고 와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굉장히 즐거워하더라."
스트레이트팀은 얼마 전 천공의 강연장을 찾아가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던 이 씨는 이번엔 자신의 영향력을 부인하며 발을 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천공스승' 이천공]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조언하셨습니까?> 한 적 없어요.<윤 전 대통령 부부와 요즘도 연락을 하고 지내시나요?> 안 해요.<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십니까?> 준 적이 없어요."
문제는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만 무속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굿판을 주도해 논란이 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부터 비선 논란을 빚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2022년 1월 1일)]
"우리 저기 뭐야.직원들 다 이리 와,전부다."
최근엔 전 씨가 대선 당시 비밀 캠프를 운영한 뒤,'관봉권'으로 5천만 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포착됐습니다.
전 씨는 누가 줬는지 기억나지 않는 기도비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전 씨가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받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고가의 가방을 김 여사에게 전달하고,통일교가 보도전문채널 YTN 인수와 캄보디아 사업,유엔 제5사무국 유치 등의 특혜를 받으려 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통일교 관계자와의 대화 녹음,2023년 6월 1일)]
"내가 처음에 YTN 사려고 그랬어,4천억.그거를 내가 매입하려고 그랬다.그래가지고 방통위 쪽 윤핵관 의원들 만나고…"
서초동 사저까지 압수수색을 했는데 김 여사 측은 "검찰의 줄 서기 또는 전직 대통령 및 영부인에 대한 '망신 주기"라고 반발했습니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선물과 청탁을 알지 못하고 통일교와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고 윤 전 본부장은 MBC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친위 쿠데타에마저 무속의 꼬리표가 달려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알고 보니 성추행으로 불명예제대 후 역술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집 직원(2024년 12월 20일)
"아니 내가 알 바예요?아니 내가 알 바냐고.비키라고요.<노상원 씨가 그 안에서 점도 보셨어요?>…"
다른 무속인들에게도 끊임없이 접촉했습니다.
[이선진/무속인(2024년 12월 24일)]
"22년도에부터 김용현이라는 이름은 자주 물어보셨어요.윤석열의 오른팔이 될 수 있을지 쉽게 말하면.근데 이 사람이 그게 되면 나도 다시 이제 복직이 조금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얼마 전 서울고검에 출석한 명태균 씨.
[명태균(서울고검 출석,4월 30일)]
"여기 봐봐요.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여기 263명이 나와."
조사가 끝난 뒤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윤상현 의원을 만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천공을 만났던 강연장.
참가비가 30만 원이나 하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1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 관세 폭탄 대응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가 하면,한덕수 전 총리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천공스승' 이천공(유튜브 'jungbub2013')]
"한덕수가 해야 돼.내가 그 사람 편이 아니고 업무를 보고 있던 사람이 지금 이어가지고 이 업무를 봐야 돼요."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실제 그 본질의 핵심에는 이제 '무속' 이야기를 한다는 거는 뭐냐 하면 이런 어떤 공적 결정의 과정이라는 게 이제 그냥 바로 바이패스(우회)되고 생략되고 그다음에 굉장히 권력이라고 하는 게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과정을 이제 사실은 응축시켜 놓은 말인 거죠."
■대통령실의 조건
◀ 이휘준▶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용산 대통령실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습니다.
대통령이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응답은 44%였습니다.
세종시로 가야 한다는 응답도 많았고요.
◀ 신준명▶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일단 용산 집무실을 쓰다가 청와대에 복귀하고,장기적으로 세종시로 가겠다는 입장이고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청와대는 이미 다 개방돼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정부 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쓰면서 세종시 이전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 집무실을 정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고민해 봤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서울 한남동 관저를 나와 서초동 사저로 이사하던 날.
이삿짐에서 고양이 놀이 시설인 '캣타워'가 포착됐습니다.
과거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의 견적서에 500만 원 상당의 캣타워가 포함돼 있었는데,그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삿짐에 있던 '캣타워'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기존에 쓰던 것이고 관저에 설치된 '캣타워'는 170만 원대라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의 관저 공사를 맡은 곳은 김 여사와 인연이 있는 업체인 21그램.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선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외부 증축 공사를 하면서 사우나 시설과 드레스룸을 설치했다는 공사업체의 증언에
[☎ 관저 이전 설계·감리 업체]
"<'드레스룸과 사우나로 추정은 된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걸 설계했던 건 맞는가 좀 궁금해서요.> 네,설계한 건 맞습니다.거기에 대해 관저 건물에 대한 설계 및 감리를 모두 진행했으니까요."
실내 스크린골프장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카지노 어드민경호처는 죄다 부인했습니다.
[김성훈/당시 대통령 경호처 차장(국회 운영위,2024년 11월 1일)]
"현재 관저에는 사우나도 없고 스크린골프장도 없습니다."
부실 감사 비판을 받던 감사원이 윤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뒤인 지난 2월 재감사에 돌입했지만,최재해 원장 직무 복귀 후 해당 감사를 담당하는 국민제안감사1국장이 전보 조치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 이전,관저 연쇄 이동까지.
현재까지 용산 이전 작업에 들어간 걸로 집계된 예산은 최소 3,250억 1,600만 원에 달합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이 밝힌 비용(496억)의 6배가 넘습니다.
더구나 무형의 손실까지 생각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집니다.
국군통수권자의 집무실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한곳에 모이면서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꼴이 됐습니다.
미국의 도청 의혹과 북한의 무인기,오물 풍선에 손쉽게 노출됐습니다.
관저와 집무실이 떨어지면서 출퇴근길 대통령 경호로 인한 교통 통제로,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김윤태/고려대 공공사회학과 교수]
"대통령 집무실은 아주 고도의 그런 정치적인 상징성도 있고 사회 통합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충분한 국민의 논의가 필요하고 실제로 충분한 논의도 없었고 또 심지어는 준비가 부족해서 여러 가지 혼란도 있었고 그게 크게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매우 잘못된 결정이고."
청와대로 돌아가자니 이제는 이곳도 보안 문제가 걸립니다.
2022년 5월 10일.
꽃을 든 국민대표 74인이 청와대 개방 첫 손님이 됐습니다.
준비 없이 갑자기 열린 문.
본관,영빈관,상춘재 등 대부분의 공간이 공개됐습니다.
[김재원/청와대 관람객]
"실제로 안을 이렇게 보니까 굉장히 잘 갖춰져 있는 걸 많이 봤고요.아름다웠어요.좀 굉장히 정갈한 어떤 정원들도 있었고."
다만,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기획했던 인사는 "도·감청에 대한 보안 측정 조치를 한다면 복귀엔 어려움이 없다"며 "용산으로 옮겨진 국가위기관리센터도 한 달 내로 청와대에 설비를 다시 갖출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탁현민/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거기서 이루어졌고 또 중요한 사건들도 거기서 벌어졌고 그 이야기와 사건들 사이에서 국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는 상징성이 생겨버렸고.그걸 포기하기 너무 아까운 거죠."
정부 세종청사에서 차로 5분 거리.
세종시에선,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부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현영/세종시 주민]
"세종의 원래 취지가 행정 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시잖아요.이 도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본래의 목적을 이루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사당하고 대통령 집무실이 반드시 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관습헌법상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수도를 이전하려면 개헌이 필요합니다.
[변창흠/전 국토부 장관·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그러니까 결국은 뜻을 모아서 다양한 논의를 해서 그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고 또는 이제 나중에 동의할 수 있는 단기·장기 대통령실 입지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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