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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독립성,현실과의 균형 속에서 조율돼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은 비밀이 아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중대한 실패자'(Major loser),'결정이 늦는 사람'(Mr.Too Late)이라고 부르며 해임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하루 만에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이는 생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달러와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임기 만료 이전에 연준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미국 법률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는 있으나,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파월 의장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자신은 임기 도중에 사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고 하면,재판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파월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종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후임자를 미리 지명해 공개하는 방법으로 파월 의장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은 예고된 일이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진 것처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춰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를 바라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금리 인하에 신중하다.원래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직접 지명한 사람이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파월 의장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하면서 그를 의장으로 지명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고,2026년 임기가 끝나면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11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뒤)이 제롬 파월(앞)에게 연단을 넘겨주고 있다.ⓒEPA 연합

정치권력과 중앙은행의 충돌

정치적 독립을 표방하는 중앙은행이 정치권력과 충돌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그래서인지 중앙은행 독립성을 얘기할 때 대부분은 선출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독립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정치 영역에서 벗어난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정책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해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력은 아무래도 중앙은행이 가진 금리 결정권이나 발권력을 활용해 빨리 경제적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쉽다.단기 성과를 추구하다가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중앙은행이 화폐를 무차별적으로 발행해 물가상승률이 200%를 돌파했던 아르헨티나 사례나,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금리 인하를 압박해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것 같은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사실 그렇게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중앙은행이라는 제도부터 그리 역사가 길지 않다.최초의 중앙은행은 흔히 17세기 말,바카라 보증 사이트 비 타임 메이저유럽에서 처음 탄생한 것으로 본다.당시 중앙은행은 지금의 중앙은행들과는 달랐다.전쟁을 벌이느라 돈이 부족한 왕실에 자금을 빌려주고 대신 화폐 발행 권리를 받은 일종의 민간 대부 업체였을 뿐이다.그러다 왕실을 배경으로 점차 권위가 높아지면서 다른 은행에도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게 됐고,중앙은행의 금리는 지금의 기준금리와 비슷한 구실을 하게 됐다.

미국 연준의 등장은 한참 더 늦었다.미국에서 관련 법이 제정된 건 1913년이었다.설립 당시 연준은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었다.재무부와 협력해 정부의 부채를 해결하는 하나의 정부기관으로 작동했다.중앙은행 독립성 확보의 역사적인 전환은 1951년에야 이뤄졌다.재무부와 연준은 협상을 통해 서로 상대 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재무부-연준 합의'(Treasury-Fed Accord)를 체결했고,연준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통화 정책 수립 권한을 인정받게 됐다.

물론 현실은 달랐다.심지어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연준에 압력을 넣어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우리 카지노슬롯검증사이트이는 실행에 옮겨졌다.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나온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무자비한 금리 인상은 이 때문이었다.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정부 밖이 아닌 정부 안의 독립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 6·29 선언 직후 경제 민주화 요구 분출과 함께 한국은행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중앙은행 독립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극복하는 개혁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논의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만은 아니다.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앙은행 독립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계기가 됐다.위기 해결을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는 긴밀하게 협력해야 했고 차라리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을 통합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나왔다.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가 만든 분배 효과는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따져보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독립성이 강한 중앙은행이 반드시 금융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나 중립성은 따지고 보면 하나의 제안에 불과하다.중앙은행도 인류가 만든 제도일 뿐이다.거기에 신성불가침 원칙 같은 건 없다.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 아래에서 이뤄지고,어떻게 이뤄지든 완벽할 수 없다.당연히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독립적이지 못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을 받아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반대로 독립성이 과도하면 정부 정책과 충돌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중앙은행은 원래 국가기구이고 통화 정책은 국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특히 양적완화의 시대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인도와 이탈리아,그리고 최근 캐나다에서 중앙은행장 출신 총리가 등장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정치적 입장이 정책적 결정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 독립성이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이유에 더 잘 부합할 수 있을 때다.정치권의 단기적 성과에 대한 집착이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중앙은행은 정부와 함께 국가 경제의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한다.

물가 안정은 물론 고용 확대와 소득 분배까지 모두 정부와 중앙은행의 협력이 필요한 일들이다.결국,합법 토토사이트 위너중앙은행의 독립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정부 내에서의 독립을 의미한다.그렇게 보면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통령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영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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