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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홍콩트레일 걷다 길 잃고
오늘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곳에
능선 넘나들다 조용한 바닷가로
이 순간 위해 돌고 돌아 왔구나
장보영의 등산 여행‘홍콩트레일’②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랬다.드높은 창공과 끝 모르게 치솟은 홍콩의 빌딩이 그림처럼 어울렸다.하룻밤 전만 해도 세상을 가득 메운 회색빛 먹구름은 오간 곳 없이 사라졌다.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뜻 모를 기대감이 차올랐다.날씨는 그날의 컨디션을 단적으로 결정짓는 요소다.숙소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빵과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배낭에서 종이 지도를 꺼내 구글 맵과 비교하며 지난 여정을 복기했다.오늘 하루는 어제 길을 잃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어제 오후,산행 중에 길을 잃었다‘홍콩트레일’을 걷는 중이었다.홍콩섬에 있는‘빅토리아 피크’에서‘빅웨이브베이’까지 이어진 50㎞의 도보 코스로,전세계 하이커들 사이에서 인기 트레킹 여행지다.
어쩔 수 없이 첫날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해야 했다.희미한 기억 속에 두갈래로 나뉘던 지점이 떠올랐다.그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향했어야 했다.왼쪽 길을 따랐기에 원점회귀를 한 게 아닌가 추측했다.지도에서 확인하니 길을 잃은 곳은 홍콩트레일 3구간 중간쯤 되는 듯했다‘필 라이즈’에서‘완차이 갭’으로 향하는 길에서 주로를 이탈하지 않았을까.참고로‘갭’이란 골짜기를 말한다.구글 맵을 활용해 내가 있는 코즈웨이베이역에서 완차이 갭까지 거리를 재봤다.3.2㎞,도보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거리였다.
고도가 높고 그늘져 시원한 산간 도로는 달리기에 최고의 장소였다.목적지로 정하고 올라온 완차이 갭은 상상했던 골짜기가 아니라 2차선 도로였다.구글 맵을 확대해 찾고자 하는 길을 더욱 정교하게 지정했어야 했다.홍콩트레일 3구간과 4구간 교차로를 좌표로 찍고 다시 이동했다.뱀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아스팔트 임도를 한참 타고 올랐다.산은 저 너머 어딘가에 분명히 있으나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지척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별안간 눈물이 났다.마치 원하는 것에 과감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언제나 변두리만 빙빙 맴도는 내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산 진입로를 찾는 데 이렇게 고생할 줄이야,상상도 못 했다.시계는 오전 10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마음을 다독였다.길을 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며 전진했다.그 순간 홍콩트레일을 알리는 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홍콩트레일 구간임을 알리는 머리글자 에이치(H)와 500m 간격으로 매겨지는 숫자가 병기된 표지다.홍콩트레일 50㎞ 거리를 다 걸어 도착하는 지점에는‘에이치100’이라는 표지가 세워져 있다.우여곡절 끝에 다시 홍콩트레일 위에 올랐다.정신 단단히 차리고 길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랬더니,그리웠던 산에 다시 안겼다.
글·사진 장보영‘아무튼,산’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