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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문학과 디스토피아
11편 김숨의 「오키나와 스파이」
태평양 전쟁 속 일본 오키나와
전쟁 속 서로 의심하는 민간인
차별받던 이들이 차별하는 순간
전쟁 후 美에 오키나와 내준 일본
민간인 피해는 표백된 채 사라져오키나와는 오랫동안 일본의 '2등 국민' 취급을 받았다.하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의 전투가 벌어지자 오키나와 사람들은 또다른 '2등 국민'인 조선인들을 미국 스파이로 몰았다.전쟁이 모두 끝난 후 일본은 오키나와를 미군 기지로 내주면서 책임을 피했다.그사이 벌어진 민간인의 희생은 지워졌다. 

한국인에게 오키나와는 널리 알려진 휴양지다.물론 태평양전쟁 당시 그곳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전투는 역사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기념관과 평화공원이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지만,오키나와에서 벌어진 참상은 상상 이상의 지옥도였다.1945년 4월부터 두달 넘게 이어진 전투로 섬은 폐허가 됐고,7만명이 넘는 일본군과 1만4000여명의 미군이 전사했다.그리고 오키나와 민간인 14만여명이 사망했다. 

섬 인구 대부분이 방어 작전에 동원됐고,한게임 포커 쿠폰 아이폰15세 미만 소년,소녀들까지 '철혈근황대'라는 이름으로 전장에 내몰렸다.미국은 민간인까지 동원한 일본군의 광적인 저항에 직면했다.81일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격렬한 전투는 미국이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한 주요한 동기가 됐다. 

김숨 작가의 「오키나와 스파이(모요사ㆍ2024년)」는 오키나와 본섬 주변의 작은 섬 '구메지마'에서 벌어진 학살극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소설이다.소설은 구메지마의 작은 소농장에서 9명의 민간인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시 구메지마에는 소수의 일본군 통신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주민들은 군인들에게 소와 음식을 제공하면서 환심을 사려고 했으나 패전이 임박하자 일본군은 주민들 중 미군의 스파이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서로를 의심하고,일본군의 선전에 고무된 섬의 10대 소년들은 스파이를 '사냥'하러 다닌다.섬 주민들 사이에는 미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소문이 퍼진다. 

"그 섬의 동쪽 마을 사람들이 가장 높고 험한 절벽으로 올라갔대요.미군 놈들이 남자들은 팔다리를 찢어 죽이고,여자들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보이고 죽인다고 해서요.사람들은 서로 떠밀고 떠밀리며 절벽 아래로 떨어졌대요.사람들이 떨어지며 부딪힌 절벽이 피로 얼룩지고,피거품이 몇 날 며칠 끓어올랐대요.절벽 밑에는 여전히 파도에 부서지고 찢긴 시체 조각들이 널려 있대요(53쪽)."

일본군은 10대 소년들을 앞세워 주민들을 온갖 이유로 '스파이'로 규정한다.궁지에 몰린 주민들은 몇명의 조선인들을 스파이로 의심한다.일본 본토인들에게 차별을 받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인들을 차별한다.그들은 마치 조선인들을 차별하면 '2등 국민' 취급을 받던 자신들의 처지가 나아질 거라고 잠시 착각한다. 

그러나 오키나와 사람들 역시 일본군의 총알받이에 불과했다.패전에 직면한 일본군 지휘관 기무라는 오키나와 사람들을 상대로 분풀이를 한다.심지어 1살에 불과한 갓난아이까지 스파이 명부에 올라 살해된다.

천황이 항복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살인은 계속된다.일본군에 징집된 섬 주민 '요미치'는 미군에 투항해 주민들을 살리고자 설득하지만,카지노 무료 게임 카지노사이트검증사이트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일본군 군복을 입고 죽어가는 오키나와 출신 군인들을 보면 형들이 떠올랐어요.내 형들도 전투지에서 저렇게 총알받이로 쓰이다 버려졌겠구나….일본은 오키나와 소년들에게 일본 군복을 입히고 수류탄을 쥐여주며 미군 전차로 돌진하게 하고 있어요.전쟁은 왜 하는 걸까?누굴 위해 하는 걸까?천황 폐하를 위해 하는 걸까?집,밭,나이아가라 카지노 버스 예약나무,돼지,산양… 땅 재 들려 통째로 아궁이 속에 던져진 듯 모든 게 불타버린 마을에서 죽은 엄마의 발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제야 궁금하더군요(133쪽)." 

소설은 전쟁이 끝난 후에 10대 소년들에게 조선인 가족이 살해되는 장면으로 끝난다.무자비한 학살과 공포에 무너진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괴물이 됐다.그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자들을 죽이면서 고통을 이기려 한다.작가는 소문과 죽음,콘티넨탈 카지노핏빛 증오,무지와 공포가 난무하는 그 지옥을 시종일관 건조하게 묘사한다. 

소설에 묘사된 비극은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그래서 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는 쉽지 않다.특히 '스파이를 죽이라'고 외치면서 살기등등한 10대들과 다정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는 장면을 읽을 때 독자들은 몇번이고 책장을 덮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도 후기에서 "오키나와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고 적었다.역사에 기록된 '숫자'의 이면에는 개인들의 무수한 사연이 감춰져 있다.김숨 작가는 기록의 고통을 견디면서 '숫자'로 남은 역사의 건조한 기록에 은폐됐던 사람들을 삶을 응시한다. 

"미군 스파이로 의심받는 건 순전히 내가 조선인이기 때문이오.골백번을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없소.스파이 삼을 제물이 필요하니까 말이오.오키나와인 천지인 이 섬에서 조선인만 한 제물도 없지,안 그렇소?미국 말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미군 스파이 짓을 어떻게 하겠소?(189쪽)"

오키나와의 비극은 멈추지 않았다.미국은 오키나와를 발진 기지로 삼아 일본을 폭격했고,전쟁이 끝난 후에는 섬 전체가 미군 기지가 됐다.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도 오키나와는 미군의 발진 기지가 됐고,오키나와 경제는 철저하게 미군 기지에 종속됐다.

종전 후 일본은 오키나와를 기지로 내어주면서 전쟁의 책임을 상당 부분 면제받았다.현재 오키나와에는 평화기념관과 공원이 조성됐으나 일본군이 자행한 민간인 동원과 학살의 진실은 외면당했고,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갈등이 지속됐다. 



오랜 시간 희생자들의 죽음과 고통은 '구술 증언'과 '문학'의 몫으로 남았다.메도루마 슌,오시로 다쓰히로,마타요시 에이키 등 오키나와 작가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오키나와 전투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이 작가들의 글쓰기는 국가가 기념하는 방식으로 기억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산물이다. 

오키나와의 비극은 단지 타국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오키나와의 비극은 4ㆍ3 때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과 놀랍도록 닮았다.그 시기에 스파이라는 낙인,소문과 공포,맹목적인 증오로 인해 수만명의 제주도민이 학살당했다.얼마 후 벌어진 한국전쟁에서도 무수한 학살이 벌어졌다.[※참고: 한국전쟁 때 전선의 이동이 빈번했던 충청도 지역에서는 지금도 건축 공사를 할 때 전쟁 당시의 백골이 발굴되곤 한다.] 

숫자와 이름으로만 기록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이 살았더라면 가능했을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어떤 작가는 기어이 고통을 감내하며 그 일을 수행한다.이 소설을 집필한 김숨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정현 평론가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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