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노바 토토사이트
【예산·서산(충남)=정순민 기자】"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최백호,'낭만에 대하여' 중)
최백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차를 탄다.예산,서산,홍성 등 충남 주요 도시 7곳으로 떠나는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다.이 열차는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충남문화관광재단과 한국관광공사,코레일이 함께 내놓은 당일 또는 1박2일 여행상품으로 올해 말까지 총 8회 운행된다.이달 17일과 30일,내달 14일 등 상반기 일정은 확정됐지만 하반기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지난달 말 첫 운행을 시작한 '레트로 낭만열차'를 타고 충남 예산과 서산을 다녀왔다.
■예산,예당호 출렁다리와 예산시장
지난달 23일 오전 7시13분,'레트로 낭만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했다.아침 일찍부터 기차역으로 나온 여행객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오랜만에 떠나는 기차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열차 안은 묘한 설렘으로 술렁였다.
1970~8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한 이번 열차의 하이라이트는 운행 도중 펼쳐지는 통기타 공연과 아코디언 연주.기타를 둘러메고 나타난 가수 '미스터갓'은 '여행을 떠나요' 등 신나는 옛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고,바카라 2 연승'요들누나' 강동혜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요들송 메들리를 불러 여행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서울역을 출발해 수원·평택·천안역을 지나며 남하하던 기차가 도착한 첫 방문지는 충남 예산.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시티투어 버스는 탑승객을 10분 거리에 있는 예당호 출렁다리로 안내했다.지난 2019년 개통한 출렁다리는 둘레 40㎞의 예당호를 상징하는 총 402m 길이의 구조물로,64m 높이의 주탑을 중심으로 길게 뻗은 케이블이 마치 하늘을 나는 거대한 황새처럼 날렵해 보였다.미세하게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예당호 조각공원에 다다르면 호수 주변 1.32㎞를 20여분간 운행하는 예당호 모노레일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낭만열차 탑승객들의 다음 행선지는 요리전문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개발에 참여해 유명해진 예산시장과 사과 와이너리 은성농원.1926년부터 100년 가까이 예산군민들과 함께해온 예산시장은 지난 2018년 예산 출신인 백 대표가 옛 시설물을 재활용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현대화하는 재생사업을 펼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예산시장은 오일장이 열리는 매달 5일과 10일에 더 큰 장이 서는데,백술상회·선봉국수·고려떡집·사과당·낙원약과 같은 가게들이 특히 인기가 많다.또 예산시장 바로 옆에 조성된 국밥거리에선 돼지국밥이나 소머리국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울 수도 있다.
예산 대표 농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사과술(칼바도스)을 만드는 은성농원도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명소다.2만여평 사과밭에 600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이곳에는 유럽 스타일의 농장 와이너리가 있어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이 가능하고,온라인게임 순위 2024사과파이 만들기,사과잼 만들기 같은 체험도 할 수도 있다.여기서 만들어지는 사과술은 예산이 고향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호를 따 '추사'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서산,유기방가옥·간월도·해미읍성
이튿날엔 서산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노란 수선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유기방 가옥과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섬이 됐다가 뭍이 되는 해양 관광지 간월도,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왔을 때 방문했던 해미읍성이다.
유기방 가옥은 일제강점기 지어진 양반 가옥으로 향토사적·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지난 2005년 충남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의 주인공은 해마다 봄이면 2만여평 너른 꽃밭을 가득 채우는 노란 수선화다.지난달 말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수선화가 여전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지만 5월 중순을 향해 가는 지금 쯤이면 꽃들이 다 지고 없을 듯하다.하지만 여기선 봄꽃 감상 외에도 전통 한옥 체험을 비롯해 다도 및 한지 공예 체험,민화 그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어 가족·연인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볼 수 있다.
간월도는 하루에 두 번 만조 때 섬이 되고 간조 땐 뭍이 되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이다.이 작은 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했다는 절집이 하나 있는데,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간월암'이라고도 하고,밀물이 들어오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같다 하여 '연화대'라고도 부른다.또 이곳은 안면도 방포항,서천 마량포구,보령 대천해수욕장 등과 함께 서해 낙조 명소로도 유명해 '해변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다.
해미읍성도 꼭 둘러봐야 할 서산의 핫플이다.고창읍성,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히는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서해안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졌지만,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곽 대부분이 유실돼 폐성됐다가 지난 1973년 복원했다.동·서·남측에 자리한 3대문과 동헌,망루,객사 등은 모두 이때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해미읍성은 조선 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천주교 박해 당시 관아가 있던 곳으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잡혀와 죽임을 당했으며,특히 1866년 병인박해 땐 1000여명이 이곳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 끝에 처형됐다.이런 연유로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곳을 찾아 "우리 모두는 한 아버지께로부터 태어났기에 서로 형제자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