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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마장동 지켜온 문부기 씨 인터뷰
“피,기름 한방울 안 튀게 발골,자부심 있어”
“피,기름 한방울 안 튀게 발골,자부심 있어”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남은 뼈에 살점 하나 없이 고기를 발라냅니다.바닥이랑 옷에도 피한방울 안 튀어요.자부심을 갖고 일했어요.”
소 한마리는 1시간 정도,돼지는 10분안 해체된다.그의 칼끝이 닿으면,그야말로 뼈만 남는다.30년 넘게 마장동을 지켜온 문부기(60) 씨의 이야기다.마장동 축산물시장(이하 마장동)의 터줏대감이자,마장동‘최고의 칼잡이’라 자부하는 문 씨를 만났다.
문 씨는 1987년 성북구 성관동 정육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제대후 일자리를 찾던 그에게 숙식 모두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정육점 뿐이었다.
“석관동에서 일을 하고 첫 추석을 쇠는데 사장님이 80㎏짜리 마대자루를 꺼냈어요.자루를 들이붓는데,거기서 돈이 쏟아졌어요‘그래 이거다’했습니다.할아버지 반대가 심했어요.백정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한 거에요.소돼지 잡는 게 아니라 잡아놓은 고기를 판매한다고 설득을 했어요.”
그렇게 정육점에서 판매일을 하며 발골을 배웠다‘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전문가’로부터 어깨너머로 익힌 일이다.그리고 2년여만인 1989년,마장동으로 넘어왔다.
“고기에 칼집이 안들어가는게 발골을 잘하는 사람입니다.뼈만 발라내야 해요.비싼 소고기에 칼집이 들어가면,구울때 너덜거려서 맛이 떨어집니다.”
전국 각지에서 4분된 고기가 도착하는 시간은 늦은 저녁.발골이 시작되는 시간은 보통 밤 11시다.새벽 3~4시까지 작업을 하면 소와 돼지는 정확히 뼈와 살로 분리된다.그가 교체한 칼만 1년에 5~6개씩이었다.
발골은 어떤 기술보다 대접을 받았다.소 한마리 발골하는데 2만 5000원,토토 갤러리 레전드 디시돼지는 2500원이었다.짜장면 가격이 1000원정도 하던 시절이었다.추석이나 설 등 명절때 들어오는 소는 보통 12~13마리.하루에 100만원도 거뜬히 벌었다고 한다.지금은 소 발골가격은 7만원,돼지는 1만원~1만2000원이다.
문 씨는 발골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999년 첫 점포를 열었다.발골이 된 고기를,부위별로 전국 한식당에 보냈다.실력이 좋아 거래처만 30여개가 생겼다.1년만이었다.건물 한 귀통이,정육기계 하나 정도의 규모였던 그의 가게는 1층 전체를 다 쓸만큼 번창했다.2005년 2호점을 내고,올해 3월 3호점으로 확장됐다.3년정도 강서구 등촌동에서 일을 한 시기를 빼면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보냈다.
마장동은 조폭도 넘볼 수 없는 곳이라는 얘기가 있다.문 씨와 같은 칼잡이가 많아서다.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도 함께 곁들어진다.문 대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재래시장마다 돈 뜯어가는 조폭들이 있었어요.1960년대 마장동에도 있었어요.어떤 사람이 돼지 발골을 하는데,그 조폭이 와서 돈을 달라고 했대요‘너 돼지 멱따는 소리 들어봤냐’라며,그 조폭을 눞혀놓고 목을 따버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설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허영만의 만화‘식객’에도 등장한다.
칼잡이가 많다보니 마장동에는 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모두가 칼을 쥐고 있어서다.“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일은 안하는 편이에요.차라리 마음에 안들면 그만둬라,다른 사람 쓰겠다고 얘기하지,화를 내지는 않습니다.좋은말로 해요.상인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다.지금도 칼을 손에 쥘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린다.그는 이야기를 하며 여기 저기 칼자국이 있는 손을 보여줬다.
“10년전쯤 작업하다가 자기 동맥을 찔러 사람이 죽은 일도 있었어요.지금도 한 달에 몇번씩은 구급차가 와요.그러면 또 누가 다친거에요.실제 마장동 시장에는 손가락 한 두개 없는 사장님들이 많습니다.그래도 합니다.우리말고는 못하니까요.” 문 씨 역시 2010년쯤에 작업하다가 배를 찌른 적이 있다.다행히 2㎝정도만 찔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30년 넘게 마장동을 지키며 문 씨는 마장동의 변화를 고스란히 지켜봤다.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마장동은 조선시대 말을 기르던 양마장이 있던 곳이었다.종로 숭인동 가축시장이 1963년대 옮겨오면서,도축장이 형성된게 현 모습의 시초다.1990년대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도축장은 사라지며 판매장만 남았다.200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정비사업이 진행된 마장동 시장은 2019년부터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됐다.
“예전에는 손수레에 고기를 끌고 다녔어요.도로 포장도 안돼서 비가 오면 빗물과 핏물이 함께 튀었어요.피비린내와 고기 썪는 냄새도 많이 나는 곳이었어요.마장동은 그 사이 깨끗하게 달라졌습니다.”
전국 최대,동양최대의 축산물 시장,스타 카지노 골드 코스트 프로모션마장동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2세들입니다.오히려 외국인이 더 많습니다.주인 1명이면 3~4명은 외국인이에요.외국사람들이 발골도 하고,정형도 하고 전부 다해요.”
그는 2022년부터 발골을 하지 않고 있다.오른쪽 어깨수술을 하면서다‘그를 꿈꾸는’또 다른 전문가에게 발골을 맡겼다.밤 11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소 돼지 발골이 끝나면,그는 정형 작업만 한다.정형은 고기에 묻은 지방을 떼네고 소분하는 일이다.
고되고 힘들어도 이 일은 여전히 문 대표에게 천직이다.그의 두 아들도 아버지를 따라 정육판매일을 하고 있다.현재 1호점과,2호점은 두 아들들에 각각 맡겼다.
“무엇보다 벌이가 나쁘지 않아요.지금 이시대에 이만큼 버는데가 쉽지 않습니다.저는 일을 그만 두지 않을 생각이에요.제 아들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마장동 상인들이 먹는 고기 부위를 슬쩍 물었다.소는 이것저것 다 먹지만,돼지고기는 근막을 제거하지 않는 갈매기살’을 주로 먹는다는 답이 돌아온다.다만 고기를 써는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는 확실히 있다고 귀띔한다.“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두껍게 썰어야 해요.얇게 썰면 고기가 익으면서 말라요.그러면 고기는 더 질겨져요.” 고기 전문가의 꿀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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