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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대 미국의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피트 헤그세스는 지난 1월 24일 찬성 51 대 반대 50의 표결로 상원 인준의 관문을 '턱걸이'로 간신히 통과했다.공화당·민주당 의원들의 찬성과 반대가 50표로 동률을 이뤄 J D 밴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진 후에야 인준이 확정되었다.1989년 이후의 기록만 보더라도 국방장관 인준은 13차례 이뤄졌고,헤그세스 이전에는 58표 미만의 찬성표를 받은 사례가 없었고,당연히 부통령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없었다.
직전 4명의 전임자였던 로이드 오스틴(2021년 93표),마크 에스퍼(2019년 90표),짐 매티스(2017년 98표),애시 카터(2015년 93표)는 하나같이 압도적 다수표를 얻어 초당적 축복을 받으며 국방장관에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헤그세스가 비대하고 둔탁한 펜타곤에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일례로 그를 국방장관에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처럼 미국 군대를 위해 열심히 싸운 사람도 없다"며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의 용감하고 애국적인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는 '시그널 게이트'로 비교적 빠르게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지난 3월 중순에 터진 1차 '시그널 게이트'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왈츠 국가안보보좌관,루비오 국무장관 등을 포함하여 11명의 고위 관리들이 메시지 채팅앱인 '시그널'을 통해 예멘의 후티 목표물을 겨냥한 공습 계획을 논의했던 사실이 알려졌다.왈츠의 실수로 언론인 1명(제프리 골드버그)이 이 방 멤버에 추가되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21일 헤그세스가 그의 아내,형제,개인 변호사를 포함한 별도의 시그널 채팅방을 만들어 동일한 예멘작전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해당 대화에는 민감한 세부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으며,이 내용이 기자들에게 유출되면서 또다시 헤그세스가 보안통신 프로토콜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펜타곤에 불어닥친 숙청의 광풍
이런 와중에도 헤그세스는 펜타곤 수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인적청산'이라는 명분하에 대대적인 숙청을 주도했다.취임 3개월 만에 최소 11명의 고위 관료(장군·제독 6명,고위급 민간 관료 5명)들이 해임,전보,또는 강제 퇴출 등의 조치를 당했다.숙청 대상에는 합참의장인 찰스 Q 브라운 장군,헤그세스의 최측근 보좌관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그는 공개적으로 3명의 법률고문을 해임하면서,이유를 "직무에 부적합"하고 자신이 추진하려는 "모든 사안에 장애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여 자신의 의제를 지연 또는 방해하려 했다는 것이다.한마디로 그는 독립적 의견을 제시하는 법률고문이 아니라,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는 도우미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군사법(軍司法)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법률 자문이 정치화되고,'공정한 감독'이라는 군법무관의 전통적 역할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그는 45일간의 내부 검토가 종료된 지난 4월 26일 펜타곤 자문위원회(국방정책위) 소속 위원(19명) 전원을 몽땅 해임했다.일괄적인 '전원 해임(clean-sheet)'은 새로 부임하는 국방장관의 표준적 의례가 아니다.일반적으로 국방장관이 각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검토하고,카지노 신 프로모션 코드그 결과에 따라 선별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관행이다.따라서 헤그세스가 19명의 국방정책위원회 소속 위원 전원을 한꺼번에 해임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와 비슷한 유일한 제로베이스 사례는 2021년 초 로이드 오스틴 장관 시절에 이루어졌다.헤그세스는 정책자문단 일괄 해임의 명분을 "펜타곤의 새로운 전략 방향과 정책 우선순위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그러나 실제 의도는 '건설적 반대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비판론자들은 이런 조치가 전문가의 조언을 정치화하고 비당파적 전문성을 무시하며,독립적 성격의 위원회를 장관의 개인적 의제에 장단을 맞추는 '에코체임버(echo chamber)'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능력보다 충성심
많은 사람들이 '설마'했지만,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펜타곤과 미국 군대를 포함한 국가안보 시스템을 온통 '충성심 경쟁' 무대로 전락시키고 있다.이런 충성 경쟁 레이스의 선두주자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다.
그는 소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충성심 외에는 이렇다 할 자격도 없는 전직 케이블 TV 뉴스 진행자에 불과하지만,지금은 반복적인 기밀통신 위반에도 불구하고,여전히 펜타곤 수장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펜타곤은 미국 연방정부 조직 중 가장 규모가 크다.글로벌 국방비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886억달러를 지출하며,전 세계 4800개 시설에 걸쳐 약 300만명의 인력을 지휘하는 거대 조직이다.이처럼 막중한 직책에 헤그세스가 발탁된 진짜 이유는 아직도 의문이다.'USA투데이'는 지난 4월 25일 칼럼에서 '무능하지만 충성스러운 헤그세스'란 제목으로 그 점을 꼬집었다.
헤그세스는 펜타곤 수장으로 부임한 이래 백악관의 '충성심 테스트'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심지어 그의 최측근 보좌관들도 애매모호한 '기밀 유출'을 이유로 쫓겨났다.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역량이 입증된 고위급 장성들을 숙청하고,그 자리를 자신 못지않게 실력이 의심스러운 인사들로 채운다는 점이다.
일례로 합동작전 3000시간 이상의 전투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찰스 Q 브라운을 합참의장 자리에서 파직하고,용호 바카라마찬가지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지만 리더십이나 전략적 비전보다는 헤그세스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댄 케인(전역한 상태에서 현역으로 복귀시키는 무리수를 감수하면서)으로 교체했다.신임 합참의장 임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이제 발탁의 기준은 리더십·역량·비전이 아니라,오로지 충성심이다."
미 해군대학의 최초 여군 총장이자 NATO군 미측 부대표를 맡았던 쇼샤나 채트필드 중장(해군)도 '신뢰 상실(loss of confidence)'이라는 석연치 않은 사유로 해임되었다.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그녀가 쫓겨난 이유가 다양성·평등·포용(DEI)에 대한 공개적 지지로 MAGA 진영에 미운털이 박힌 데다,친트럼프 계열의 '미국책임성재단(AAF)'이 작성한 '살생부' 명단에 척결되어야 할 '워크(Woke)' 인사로 이름이 올랐기 때문으로 의심한다.요컨대 능력·실력·역량이 아니라 극렬 MAGA 계층에 의한 'DEI 옹호자'라는 낙인찍기가 진짜 배경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군,쇠퇴 징후
이미 군대 역사를 통해 이런 시나리오는 숱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났다.여기서 도출된 교훈은 분명하다.민주주의 국가 군대가 정치적 충성을 우선시하기 시작하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현재 펜타곤에서 발신되는 메시지가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객관적 평가에 기반을 둔 미국의 국방 조직·기구들은 글로벌 위협이 역대 최고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는 시점에 체계적 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뿐만 아니라 최근 벌어진 대규모 숙청의 피바람은 일회적·고립적 사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위급 장성들조차 입조심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경력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펜타곤 구석구석에는 "정치적 선을 넘지 말라.조심하지 않으면 퇴출을 각오하라"는 메시지가 울려퍼지는 중이다.중간층 간부들도 속절없이 퇴출되는 동료들의 운명을 목격하며 자신의 비판적 평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자기 검열' 과정과 함께,정치권 고위층의 호감을 사기 위한 아첨의 용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고위 장성 1명이 파면될 때마다 서슬퍼런 기세에 눌린 수백 명의 다른 장교들이 숨죽이며 조용히 적응한다.과거에는 전장의 실상을 솔직하게 말하던 전투 지휘관들은 이제 말 한마디에 경력이 파탄에 빠지게 될 위험지수를 면밀히 계산한다.그러자 미 의회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일례로 상원 군사위 간사인 잭 리드 의원(민주)은 군대에 강요하는 "정치적 충성심 테스트"를 비판하며,이는 미국의 건국 원칙인 군대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과거에는 전문직업 군인으로서의 역량으로 칭송받던 장교들은 임무 수행의 필수조건 대신,'MAGA에 대한 충성'에 목숨을 걸고 있다.이러한 충성 경쟁에 모두가 골몰하게 되면,사기 저하와 자신감 상실이 심화되고,적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심경으로 이런 장면을 즐길 것이다.
헤그세스가 해임되지 않는 이유
언제나 워싱턴의 권력 중심부에서 '능력·충성'은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해 왔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 균형은 명확히 후자로 기울고 있다.헤그세스가 일련의 보안유출 사건으로 국방장관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국정운영 원칙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헤그세스의 부적절한 행동,특히 시그널 채팅을 통해 민감한 정보를 경솔하게 공유한 행동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하여,국가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우려를 자아냈다.그럼에도 당연한 파면 사유가 헤그세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gta 카지노 도박충성심의 프리미엄 효과다.헤그세스는 트럼프가 내각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동의 개인적 충성'을 상징한다.전직 뉴스 앵커 시절부터 트럼프의 정책을 열렬히 옹호해온 헤그세스는 펜타곤의 방대한 관료체제 내에서 'MAGA 정책'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DEI 프로그램의 체계적 해체,언론 관계에서의 대립적 접근방식,군 내부에서 보수적인 정책의 열정적 홍보 등을 통해 헤그세스는 대통령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했다.이런 면에서 그는 트럼프 비전의 단순한 실행을 넘어 확장·증폭시키고 있다.전통적 역량보다 개인적 충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에게 이런 행동은 약점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덕목이다.
둘째,헤그세스 해임은 트럼프가 처음부터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트럼프의 속내는 거칠고 경험이 짧은 헤그세스를 도구로 삼아 군개혁(정확히 말하면 군내 DEI 척결)을 완성하려는 것이다.따라서 대통령의 관점에서 국방장관으로서의 자격 여부는 애당초 문제가 되지 않는다.그는 인사 문제에서 자신의 판단을 과시해 왔으며,국방장관같이 중요한 직책을 마치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를 알리는 리얼리티 TV처럼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결정했다.만일 그가 국방장관을 '해고'하면,그동안 공들여 구축한 신화를 훼손할 것이다.
셋째,트럼프와 헤그세스는 '공생관계'에 있다.다시 말해 헤그세스 생존의 비결은 트럼프의 정치적 브랜드와 독특한 공명을 이룬다는 점이다.이런 공생관계는 트럼프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결격 사유로 간주하는 중대한 과오를 '별거 아닌 듯' 무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시그널 게이트'에서 드러난 헤그세스의 잘못(기밀정보를 소홀히 다룬 태도)은 보안 프로토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을 반영한다.어쨌거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능력보다 트럼프와의 개인적 친밀감이 우선이다.
끝으로,상원 인준과정의 난제이다.헤그세스 교체는 실질적 장애물이다.그의 국방장관 지명은 초반부터 엄청난 논란에 직면했다.분열된 상원에서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은 대대적으로 개입했다.공화당 상원의원 중 사적으로 의문을 품은 이들에 대해서는 설득·압박·강압으로 지지를 이끌어냈다.
어느 중서부 상원의원에 의하면,"대통령이 24시간 동안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고 할 정도였다.앞으로 상원 예비선거에서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려면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헤그세스의 임명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오히려 초기에는 그를 지지했던 몇몇 의원들이 그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후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워싱턴의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보면,새로운 국방장관의 임명에 따르는 힘겨운 인준 과정을 고려할 때,트럼프가 헤그세스를 교체하는 비용은 새로운 인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헤그세스에게는 굿뉴스인 셈이다.
트럼프 2기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에 대한 충성'이다.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나 헌법이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충성에는 1도 관심이 없다.그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처럼 자신을 따르는 맹목적 충성분자를 각별히 총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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