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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클래식 노트]
프란치스코 교황의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20여 년간 공연 기획과 음악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온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 클래식 음악 무대 옆에서의 경험과 무대 밑에서 느꼈던 감정을 독자 여러분에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전합니다.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한 추모 열기가 장례 미사 후에도 식지 않는 가운데 도이치 그라모폰이 교황의 플레이리스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음악(The Music of Pope Francis)'을 공개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축구 못지않게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다.선곡을 보고 깜짝 놀랐다.교황은 무엇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고,무엇에 귀 기울이며 살아왔는가를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 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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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부터 피아프까지 교황의 53곡 2019년에 공개된 영화 '두 교황'은 개혁과 포용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이야기를 다룬다.영화에는 두 사람이 피아노 앞에 앉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와 영국 밴드 비틀스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두 사람의 성격이 대비되는 지점을 음악 취향으로 설명하려던 부분이 흥미롭다.프란치스코 교황의 플레이리스트 53곡은 현재와 호흡하려는 다양성과 동시대성이라는 키워드로 읽을 수 있는 작곡가와 작품으로 가득하다.
교황이 평소 자주 언급했던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바흐의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3막 피날레,리스트 편곡으로 듣는 바그너 '파르지팔'의 '성배로의 장엄 행진곡'은 깊은 울림을 준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음악을 들을 때입니다.음악은 나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화를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죠."(2018년 11월 10일 가톨릭 음악 선교단 '알룬니 델 치엘로' 대상 연설)
목록에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카를로스 가르델,아스토르 피아졸라,루이스 마카로브,메르세데스 소사 그리고 아르보 패르트와 레너드 번스타인,에디트 피아프의 음악도 있다.아르헨티나계 이탈리아 작곡가 마카로브의 합창곡 '미사 탱고'에는 탱고 악기인 반도네온이 등장한다.아르헨티나 전통 민요 비달라-바구알라 형식으로 편곡된 라미네즈의 '미사 끄리올라'는 스페인 옛 왕조의 언어인 카스티야어로 노래한다.끄리올라는 남미 지역의 스페인계 후예들이다.미사곡은 전통적으로 라틴어로 노래해야 하지만,가톨릭 전례의 토착화를 허용한 로마 교황청이 1963년 카스티야어로 부를 것을 승인했다.1990년대 포르투갈의 파두,아르헨티나의 탱고,브라질의 보사노바가 음반 시장에 유행처럼 퍼졌을 때,사설 토토 블랙리스트 제로메이저아르헨티나의 민중가수 소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졌던 인물이다.누군가는 색다른 정서 정도로 즐겼을 음악이지만 폭력에 저항한 소사의 '키리에'를,교황은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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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포용적 시각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21세기 대표 작곡가 패르트의 '알리나를 위하여'와 '주기도문','아담의 애가'는 긴 여운을 남긴다.그레고리안 찬트와 르네상스 교회 음악에서 착안,종교적이고 명상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패르트는 반복과 침묵,여백을 중시하는 '틴티나볼리'(작은 종) 기법으로 음악을 써 왔다.패르트의 입문곡인 '알리나를 위하여'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헌정했던 '주기도문'도 좋지만,마지막에 수록된 '아담의 애가'(2011)는 꼭 들어봐야 할 곡이다.인간의 집단적 고통,사랑,겸손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 곡은 기원전 아담의 이야기가 아닌,현재를 살고 있는 수많은 아담의 깊은 슬픔을 탐구한다.번스타인의 '미사' 중 '어 심플 송'(a simple song)에 주목한 지점도 반갑다.가톨릭과 멀어진 대중과 사회를 아우를 수 있도록 재즈와 뮤지컬,클래식 요소를 융합한 번스타인의 종교 음악은 현대 종교 음악의 명곡으로 꼽힌다.
가르델과 피아졸라의 탱고 작품들은,이제 유난히 더 가깝게 느껴진다.영화 '두 교황'에서 추기경 시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탱고를 가르쳐 주겠다며 엉거주춤 끌어안는 장면이 나온다.대척점에 있던 두 사람 사이가 가장 가까워졌던 순간에 끼어든 탱고는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음악은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신앙에서 멀어진 이들의 마음에 닿는 복음의 언어'라며 음악이 가진 힘과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음악도,신앙도 자신의 모국어로 소통하고 싶었던 작곡가들의 사투와 그것에 귀 기울였던 교황의 시선이 귀하게 느껴진다.그는 플레이리스트에서조차 포용적 시각이 드러나는 지도자였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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