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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의 작별,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것은 2002년 봄날에 나와 인연을 맺었다.2025년 봄까지 23년을 함께했다.즐거운 일에 슬픈 일에 동행했다.출퇴근을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고향을 찾을 때도 궂은일에도 늘 나의 발이 되었고 벗이 되었다.특히 그것은 6년간 두 딸의 등하교를 도왔다.딸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우리 집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딸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차를 유턴하여 직장으로 출근했다.그러느라 아침 시간은 늘 바빴다.
퇴근 후,집에 머물렀다가 다시 고등학교로 가서 딸아이를 태우고 왔다.밤 10시경,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기다렸다가 태워 오곤 하였다.누군가는 과잉보호 아니냐고 했지만,게임 24 버블 슈터학업에 지쳐서 차만 타면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20여 년을 반려자처럼 살아온 것,바로 자동차 얘기다.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차를 최근 떠나보내게 되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탄생'은 늘 빛난다.내 차도 처음엔 그랬다.공장에서 출고된 새 차가 내게 도착했을 때가 떠오른다.새하얀 차는 고니(백조)처럼 눈부셨고 깃털처럼 매끄러웠다.2002년 봄,차를 사고 얼마 후에 세종시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갔다.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몇 년 되지 않은 때였다.연로하신 아버지는 봄볕 가득한 마루에 홀로 앉아계셨다.아버지는 대문에 들어선 나를 반기시더니 곧바로 마당에 나가셨다.주차된 차를 쓰다듬으며 차가 참 잘 생겼다고 하셨다.평생 농사일로 거칠어진 아버지의 주름진 손등이 하얀 차 위에서 더욱 도드라졌다.그날 내 생애 처음으로 내 차로 아버지와 함께 외식을 다녀왔다.오래전에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친정 발길이 멀어져 가고 있다.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지 못한 게 회한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 차에도 수리를 요하는 경우가 생겼다.다행히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타이어를 교체하고 문짝을 수리하고 이름도 생소한 여러 부품을 조금씩 교체하고 수리하였다.어느 날인가는 차 내부에 있는 시계가 고장 났다.그다음에는 라디오 채널도 잘 잡히지 않고 잡음이 심해졌다.두 군데 채널이 그나마 들을 만했다.차의 아래쪽은 녹슬어서 세차를 해도 때깔이 나지 않았다.카센터에 가보니,녹슨 것은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니 그냥 타라고 했다.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운전석 문짝 위쪽에 붙어 있던 고무 패킹이 떨어져 너덜거렸다.카센터 사장이 부품 조회를 해 보더니,품절되어서 교체가 불가하다고 하였다.그 또한 운행에 큰 지장이 되지는 않았다.차바퀴는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한참 훗날에 드디어 너덜거리던 고무 패킹이 떨어졌다.그런데 비가 와도 빗물이 차 내부까지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만 주행 중에 차 밖의 소음은 막지를 못했다.특히 요즘처럼 봄바람이 강풍으로 불어올 때는 바깥 소음이 더욱 크게 들렸다.딸들은 그 차를 그만 타라고 했다.노후된 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환경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고 나를 압박했다.몇 날이 지나자,차의 맨 아래쪽이 녹슬어서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폐차하기로 했다.
폐차장에서 전화가 오고,주차장 위치를 알려주고,그렇게 절차가 마무리되었다.쓰레기처리를 하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야 하는 것처럼 폐차에도 비용이 드는 줄 알았는데,오히려 폐차 보상금 65만 원을 받았다.고철값일 거라고 지인이 말했다.내가 확인한 바는 없지만,슬롯나라 옆동네누군가의 말로 새로 알게 된 것은,카지노 무료 슬롯 보증금 없음폐차되는 차의 부품 중에서 쓸만한 것을 떼어 놓았다가 중고로 재활용하기도 하는 모양이다.중고라는 것만 밝히고 거래하는 것이라면,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뒤안길로 물러서는 것은 아름답다.차의 본질은 교통수단이고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는 차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니 고마움과 섭섭함 그리고 애잔함이 드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이제는 추억만 남기고 떠나간 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더불어,인생에 대한 생각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무엇을 남기게 될까 생각했다.폐차되는 차도 고철을 남기는데,하물며 사람이면 그보다는 나은 뭔가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죽었을 때 시신을 기증하거나 아니면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여 새 생명을 살리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다.병원에 시신을 기증하면 해부학 연구와 의학교육에 쓰인다고 한다.유언이나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하니,뜻이 있다면 유가족에게 맡기지 말고 생전에 유언이나 병원에 기증 의사를 밝히는 것이 나을 듯하다.시신은 방부처리를 한 후 해부하게 된다고 한다.따지고 보면 죽어서 부패하거나 한 줌의 가루가 될 바에야 기증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그 기증을 받은 환자나 가족은 생명의 은인으로 여길 것이다.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그리고 슬픔은 남겨진 자의 가슴에 묻힌다.대부분의 사람은 자식이나 손자 증손자 그리고 몇몇 지인 정도에게 추억을 남긴다.그 후에는 잊힌다.얼굴도 모르는 조상을 언제까지 인식하게 되겠는가.그러고 보면,인생이란 저 골목길의 풀 한 포기,보도블록 사이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작은 풀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길이길이 후손에게 이름을 남기고,내가 뭐 그리 잘한 일이 있다고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것인가.기억한다고 한들 이미 죽은 내가 좋은지 나쁜지 알기나 하겠는가.폐차를 하면서 인간의 생과 사에 대하여 특히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나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폐차하던 날,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느라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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