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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드럼통." 한 10대 유저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같이 적었다.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는 드럼통에 사람을 넣고 시멘트와 함께 섞어 바다에 유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이를 차용한 '드럼통 밈'은 그동안 극우 온라인 유저들 사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하하는 데 사용돼왔다.'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주변 인물들이 잇따라 사망했다는 점을 '드럼통'에 빗댄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4일 만에 드럼통에 들어갔다.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제도권 정치로 튀어나온 '드럼통'에 사람들은 거부감을 보였다.민주당은 나 의원의 이미지 속 '드럼통'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이 후보를 허위 프레임으로 음해하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된 상징물"이라며 나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나 의원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내한한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드럼통에 들어간 자신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언급한 것처럼 패러디 홍보 영상물을 합성,제작했다.'가수의 메시지와 음악이 지향하는 가치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많았고,당내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나 의원이 기대 이하로 부진세를 보이며 2차 경선에도 진출하지 못한 이후에는,앞선 '무리수'들이 패착으로 꼽히기도 했다.인신공격,혐오정치도 불사하겠다는 이미지만 남았을 뿐,보수층의 마음까지 잃게 됐다는 평가다.

실패한 '공포 마케팅' 전략 뒤에는 청년들이 있었다.나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드럼통 아이디어가 '젊은 친구들' 것이며,이들이 '이재명에 대한 공포심을 알려줬다'고 언급했다.'우리 선거캠프가 가장 젊을 것'이라는 나 의원의 말대로,나경원 캠프에는 2030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유입돼 주를 이뤘다.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김정식 전 국민의힘 청년대변인,백지원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등이 그들이다.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수석대변인 역할을 했다.김민전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군사정권의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자처한 청년조직에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젊은 세대의 '혐오정치'는 다름아닌 기성 정치인들로부터 왔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혐오정치가 '놀이화'되고 확산한 데 기여한 건 젊은 감각이다.예컨대 윤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고,이를 강성 친윤 정치인 등이 받고,청년 정치인들이 이를 세력화하는 데에 극단적 혐오놀이를 가져다 쓴 모양새다.앞서의 김민수·김정식·백지원 전 대변인 등은 나경원 캠프에 합류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윤석열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주최한 '멸공 페스티벌'을 적극 홍보하고 공식 참여했다.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명동역까지 이어지는 멸공 행진' '천하제일사격대회' '윤카와 인생 네컷' 등이 진행됐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탄핵 반대와 혐중 정서를 '주권 침탈 행위 저지'라는 '제도권의 언어'로 풀며 혐오를 정당화했다.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던 '드럼통' 밈이 나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윤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이후인 4월에도 '중국 음식점 거리 집회' '좌파 조롱단길 걷기 행사' 등 혐오를 놀이화하는 행사는 줄기차게 이어졌다.서울 광진구에서 진행된 혐중집회 자유발언 코너에서 10대 소녀와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 입은 20대 남성 등이 "조기대선 얘기 하는 인물들은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 하는 매국노들이다"라고 외치는 식이다.



정치권에 스며든 '혐오 놀이'

이 같은 젊은층의 '혐오 놀이'가 최근에는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움직임도 나타났다.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나오던 날,20대 청년들은 과잠을 입고 윤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해당 대학 학생이 맞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많아지자 자신의 신분을 '학생증'으로 인증하기도 했다.이 청년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어온 단체 '자유대학'의 일원들이기도 하다.이들은 집회에서 '반국가세력' '짱개' '북괴' '빨갱이' 등의 문구를 공식 행진가 가사로 사용했다.

지난 4월 22일에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행진을 주도하던 자유대학 지도부는 '경고성 창당'이라는 설명과 함께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집회의 실질적 한계를 느끼고 지도부에서 창당 결심을 했지만,창당과는 별개의 방향성을 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유대학의 창당선언이 있기 불과 5일 전에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어게인' 신당 창당 예고와 취소 해프닝이 있었다.당시 창당 밑그림을 그리는 통화 녹음이 공개됐는데,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김계리 변호사는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에게 자유대학 등 청년들의 활동을 어떻게 세력화할 것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의했다.

"아이들을 시발점으로 해서 거기에 국민변호인단이 붙고,또 교회 세력이 붙고,유튜버가 지지 선언을 해주고,전한길이 붙고.이러면 이것만 해도 지금 수십만이다.잘만 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얘네를 꺼뜨리지 말아야겠다.우린 체제 전쟁 중인데 얘네들을 그냥 죽일 수 없다는 건 윤 대통령의 생각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 신당의 이름이 될 뻔했으며,여전히 청년들이 외치고 있는 '윤 어게인(YOON AGAIN)'은 윤 지지 세력의 정치 구호다.'#윤 어게인'을 소셜미디어서비스에 검색하면,이재명 조롱,혐중,트럼프 및 미국 찬양 등의 '밈'들이 주를 이룬다.문재인,파라오카지노 계열노무현을 조롱하는 '밈' 또한 혼재돼 있다.

한 예로 "중국 경제 지금 얼마나 심하게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비하하는 말) 중인 거임?"이라는 게시글에 윤 전 대통령의 사진과 성조기와 대한민국 국기가 합성된 사진이 올라와 있는 식이다.10~20대가 무분별하게 이 같은 밈을 생산하고,이를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재생산하고,굿즈를 만들어 상업화하고 있었다.콘텐츠를 접하는 유저들이 편리하게 '극단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었다.

자유대학의 공식 SNS에서는 '손가락 애국'이라는 코너를 운영하며 입법,청원사이트를 링크를 걸어 한꺼번에 공유해뒀다.각각 링크마다 찬성을 해야 할지,반대를 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유저들은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 10글자 이상의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달기만 하면 된다.



극우 커뮤니티 언어의 일상화

이 같은 혐오 놀이는 어쩐지 낯이 익다.이 놀이의 뿌리에는 사실 '노무현 혐오물'과 일베가 있다고 할 수 있다.최근 일베에는 "자유대학 홍대·합정 행진 초콜렛 지원하고 왔다"는 인증사진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문장과 함께 올라오고,디시인사이드 '자유대학' 갤러리에서는 '창당하든 말든 자유 아니겠노(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고인 비하를 목적으로 일베에서 탄생한 어미)'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이다.혐오 놀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이어진다.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비하 단어를 엄청 많이 쓴다"며 "웃으면서 말한다"고 전했다.

일베가 세상 밖으로 나왔던 계기는 '자유대학연합'이었다.2014년 8월 자유대학연합 대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 투쟁이 진행되자 이에 대응하는 일베 회원들과 광화문에서 피자 등을 먹는 '폭식 농성'을 벌였다.

2025년,온라인에서의 혐오 놀이는 '서부지법 난동 사건'으로 이어졌다.비슷한 혐오가 반복되던 구조 속에서,최근에는 제도권 정치가 이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혐오 놀이를 '표현의 자유' 차원으로 보호한다면 혐오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대상화하고 악마화하는 것이 정도를 지나치면,결국 약자혐오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극우 청년들의 '좌파 혐오물'은 이주노동자,장애인,여성 혐오물로 이어졌다.'윤 어게인'을 태그한 한 유저의 SNS 계정에서는 '러시아 여대생을 ○○하는 노무현'과 '전장연 교통 방해에 폭발한 부산 시민들의 위엄' 등의 콘텐츠가 혼재돼 있었다.또한 10대가 운영하는 한 SNS 계정 프로필에는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어'라는 소개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돼 있고,윤석열 탄핵 반대와 이재명 혐오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동시에 중국인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하는 콘텐츠와,동덕여대 관련 콘텐츠를 여성 연예인과 엮어 올린 내용이 함께 있었다.

특히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여년 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며 시민들이 출근길 불편을 겪은 것을 두고,정치권에서는 "전장연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 "전장연 시위는 인질극"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은 출퇴근 시간대 집회나 시위로 다수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철도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코리아 바카라 슬롯보증이를 '전장연 방지법'이라 칭했다.

해당 개정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정치권이 특정 단체나 인물의 이름을 별칭으로 사용하는 '네이밍법'은 고스란히 10대 청소년들에게 필요 이상의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10대 유저들은 자신의 SNS나 커뮤니티에 전장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전장연 XX들 때문에 학교 지각해서 벌점 받음.장애인으로 태어난 주제에 최소 사람들한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X같은 XXX."

"전장연 시위 때문에 지각해서 생기부 XX나기 직전."

"○○고등학교 XX은 전장연 같다.멍청하고 공부도 못하는 XX들 지역균형 운운.완전 시민단체랑 똑같은 거 아니냐?"

전문가들도 특정 단체나 인물을 향하는 정치권의 언어는 필요 이상의 낙인을 찍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장연 방지법과 같은 네이밍은 장애인에 대한 불필요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법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법안의 이름만 듣고도 쉽게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때 어땠는지 상상해보라.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으로부터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또래문화에 취약하다.특히 그 주체가 부모님이나 정치인 등 영향력있는 어른이라면 더욱 심하다"고 청소년기의 특징을 설명했다.

정치권 불신이 혐오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일베가 이들의 전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으며 '혐오 언어의 사용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동반한다'고 진단했다.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성세대는 정치 용어나 혐오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체화해서 가지고 있다.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10~20대는 그렇지 않다.언어가 가진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채 자신들 나름의 해석을 하고,의미화를 거쳐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이 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가지고 있는 불신"을 짚었다."청년 세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없다.기성 정치인들이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지 않고,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힘쓴다고 생각한다.그렇다 보니 정치에 관심이 커지기도 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10~20대가 정치권의 언어를 희화화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서 쓰이던 '민주화'란 단어를 가져가서 많이 썼다.민주화라는 단어를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젊은 세대는 획일적으로 만드는 걸 민주화라고 그런다.(최근 탄핵 정국에서 유행하는 '계몽'이라는 단어는) 18~19세기 굉장히 큰 사회 변혁을 일으킨 사조인데,젊은 세대는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정당 만들자'는 구호도 마찬가지다.신당 창당이 될 거라고 생각을 잘 안 한다.그냥 '개나 소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들도 하는데 우리는 못 만드나'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황 교수는 '제도권 정치가 이들의 언어를 재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심 확보를 위해 젊은 세대의 언어를 역수입해서 쓰는 것인데,예전보다 더 가벼워졌다.투표의 가치가 예전보다 사소하게 되고 희화화되고 나니 정치인들도 심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그런 걸 갖다 써서 한 표라도 더 받으면 좋은 거다.여기에 온라인의 영향력도 커졌다.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몇 사람만 쓰는 언어가 사회에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지금은 빠르게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20년간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온 한 활동가는 "10대 아이들은 아직 자아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도 아니고 정치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 등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잠재적 폭동자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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